경찰 국내 최대 마약 조직 적발 연예계 초긴장…필리핀선 해외 총책 ‘마약왕 전세계’ 체포
문제는 황하나가 아닌 함께 마약을 투약했던 이들 가운데 한 명인 남 아무개 씨에서 시작된다. 황하나는 얼마 전에 돌연 사망한 남편 오 아무개 씨와 그의 친구 남 씨, 그리고 남 씨의 여자친구인 김 아무개 씨 등 4명이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고 알려졌다. MBC 뉴스에서 공개한 녹취록에는 남 씨가 “수원에서 필로폰 투약했을 때 진짜 퀄리티가 좋았어”라고 말하자 황 씨가 “퀄리티 정말 좋았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남 씨는 2020년 12월 17일 극단적인 선택을 해 중태에 빠져 있다. 남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앞두고 ‘황 씨와 오 씨 꼭 처벌받게 해달라’는 글을 남겼다.
연예계가 황하나 마약 사건을 주목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대대적인 경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산되느냐에 있다. 황하나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으며 마약을 공급해준 것으로 알려진 남 아무개 씨가 ‘바티칸 킹덤’이 이끄는 마약조직의 중간판매책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황하나. 사진=연합뉴스
중태에 빠진 남 씨와 황하나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월 7일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가 텔레그램에서 ‘바티칸 킹덤’으로 유명한 국내 최대 규모 마약 공급책 이 아무개 씨(26)를 구속했다고 밝히면서다.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필리핀에서 필로폰, 엑스터시, 케타민, 합성대마 등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해 유통시킨 조직의 조직원 28명과 마약 구매자 62명 등 90명을 검거했다”며 “이 가운데 국내총책 이 아무개 씨 등 조직원 17명과 구매자 1명 등 18명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언급된 국내총책 이 씨가 바로 ‘바티칸 킹덤’이다. 이 씨는 2020년 4월 12일부터 10월 27일 검거될 때까지 무려 49억 원어치의 각종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이는 필리핀에서 각종 마약을 이 씨에게 공급한 텔레그램에서 ‘마약왕 전세계’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박 아무개 씨(42)다. 박 씨는 2016년 10월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소위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유명한데 필리핀에서 이미 검거됐지만 두 번이나 탈옥에 성공했다. 박 씨 역시 2020년 10월 28일 필리핀에서 다시 검거돼 수감 중이다.
이렇게 필리핀 유명 마약상으로 국내에 마약을 공급해주던 해외총책 ‘마약왕 전세계’와 그에게 마약을 공급받아 국내에 유통시키던 국내 수도권총책 ‘바티칸 킹덤’이 필리핀 사법 당국과 국내 경찰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체포됐다. 이후 조용히 수사를 확대해온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조직원 28명을 체포해 이 씨 등 17명을 구속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마약 수사를 경찰이 전담하게 된 2021년 1월 초에 발표했다. 현재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계속 수사를 확대해 가고 있다. 국내 유통을 ‘바티칸 킹덤’ 이 씨를 비롯한 4명의 국내 총책이 지역을 나눠 담당해온 것으로 파악한 경찰은 이들이 운영한 하부조직을 수사하고 있다. 보다 정확한 국내 마약조직의 실체 규명을 위해 필리핀에 수감된 ‘마약왕 전세계’ 박 씨의 국내 송환도 추진 중이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남 씨다. 남 씨가 ‘바티칸 킹덤’ 이 씨가 이끄는 마약조직의 일원인 중간판매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남 씨가 황하나에게 마약을 공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 씨는 현재 중태로 의식불명 상태다. 이런 까닭에 남 씨가 누구에게 더 마약을 공급했는지는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연예관계자들은 국내 최대 마약조직이 검거된 터라 마약 구매자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연예인의 이름이 여럿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이들 조직이 남 씨를 거쳐 황하나와 연결된 것처럼 다른 루트로 연예인에게 연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바티칸 킹덤’ 이 씨는 주로 텔레그램 등에 마약판매 광고를 띄운 뒤 구매자가 돈을 입금하면 좌표(마약이 숨겨진 장소)를 알려주는, 소위 ‘던지기 수법’을 활용했다. 이런 ‘비대면 거래’의 경우 마약조직을 검거해도 구매자를 찾기가 다소 어렵다. 입금 계좌와 입금 장면이 담긴 CCTV 등을 수사에 활용하지만 타인 계좌나 제3자를 통한 송금 등을 활용하는 구매자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남 씨 같은 중간판매책이 평소 친분이나 소개 등으로 연예인에게 비밀리에 마약을 공급하는 대면 거래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 황하나에게 마약을 공급한 게 남 씨였다면 이 과정 역시 던지기 수법이 아닌 이런 대면 거래였을 것이다. 과연 ‘마약왕 전세계’와 ‘바티칸 킹덤’로 이어진 국내 마약 조직망을 대거 검거한 경찰의 마약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