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자 무고로 고소했다가 역으로 민사 피소…손해배상금 지급 안해 감치재판 서기도
가수 박유천이 2016년 유흥업소 종업원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 5600만 원의 변제를 완료한 사실이 알려졌다. 사진=일요신문DB
3일 피해자 A 씨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유천 씨의 피해자에 대한 변제 완료 보도자료”라는 제목의 긴 글을 올렸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 A 씨는 박유천 씨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고 이를 고소했다가 오히려 무고로 몰려 긴 시간을 고통 받았다”라며 “당시 검찰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린 것이 무고이고 명예훼손이라고 했지만, 법원은 졸지에 피고인이 된 피해자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기소해주지 않은 성폭행 피해는 법원의 판단을 구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지만 법원에서 A 씨와 박유천 씨를 포함해 다수의 관련자들에 대한 증인신문 등을 직접 지켜본 배심원들 전원은 A 씨가 무죄임을 평결했다”며 “이런 평결과 수사기록을 살핀 1심, 2심, 3심 모든 재판부 역시 A 씨의 억울함을 인정해줬다”고 덧붙였다.
A 씨가 무고죄로 피소된 당시 겪었던 고통스러운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검찰은 A 씨에 대해 무리한 기소를 하며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로 수사를 받으며 마음 졸이던 피해자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 아침부터 생전 처음 구치소에 갇혀 있어야 했다”며 “준비기일부터 공판기일까지 수십명의 박유천 씨의 팬들이 들어찬 법정에서 A 씨는 피고인으로 서게 된 억울함과 불안감과는 또 다른 불안감과 압박감을 느껴야 했다”고 꼬집었다.
박유천은 피해자 A 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도 강제조정을 통해 확정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아 감치재판에 서기도 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무고죄가 ‘무죄’로 선고된 뒤 A 씨는 2018년 12월 박유천에게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재판부는 박유천의 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라는 점을 인정하고 이후 이뤄진 강제조정결정에 따라 박유천은 A 씨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유천은 돈을 지급하기는커녕, A 씨 측이 제기한 재산명시신청을 거부하거나 아예 법원 자료를 송달받지 않는 방식으로 차일피일 지급을 미뤄왔다. 결국 지난해 4월 감치재판에까지 섰지만 당시 박유천이 공개한 전 재산은 월세 보증금 3000만 원과 통장의 돈 100만 원 상당에 불과했다. 이를 근거로 박유천은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변호사가 “채무변제를 하지 않는다면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뒤에야 박유천 측은 2020년 12월 31일과 지난 1월 31일 두 번에 걸쳐 이자를 포함한 배상금 5600만 원을 A 씨에게 변제했다.
이 변호사는 “박유천 씨가 과거 A 씨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맞지만 현재는 이를 사과하고 배상도 했다”며 “사과하고 배상했다고 박유천 씨가 저지른 잘못이나 A 씨가 받은 고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A 씨는 아픔을 딛고 현재 문화예술인으로서 하루하루 성실하고 건강한 청춘으로 살아가고 있다. A 씨가 바라는 것은 진정으로 이 사건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 씨를 향해 2차 가해를 해 온 박유천의 팬들의 행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박유천 씨의 팬을 자청하며 2차 가해를 저질렀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중 몇몇은 지금까지도 그런 언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박유천 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하고 배상까지 한 상황이다. 그러니 진정 그의 팬이라면 과거에 자신들이 한 잘못들을 돌아보고 이제부터라도 그런 잘못을 멈추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