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스타들 여기서 ‘무럭무럭’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지금은 유명한 스타들을 홈쇼핑 채널이 먼저 알아보고 모델로 캐스팅한 사례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8등신 미녀 정가은. 그는 2000년대 초반 부산 지역에서 홈쇼핑 모델로 이름 꽤나 알린 ‘될성부른 나무’였다. 당시 부산에도 스튜디오를 갖고 있던 우리 홈쇼핑(현재 롯데홈쇼핑)이 그의 주 활동 무대였는데,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외모뿐 아니라 성격도 좋기로 소문난 모델이었다고 한다. 홈쇼핑 제품의 특성상 주문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방송이 중간에 중단이 되기도 하는데, 이때 제품 탓을 하는 다른 모델들과는 다르게 정가은은 잔뜩 의기소침한 업체 사장에게 다가가 “저희가 너무 못해서 그런가 봐요. 정말 죄송해요”라며 사과를 건네곤 했다고. 특유의 마음 씀씀이 때문에 업체 사장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던 정가은. 이런 그를 모델로 쓰기 위해 수많은 업체의 사장들이 PD들에게 앞다퉈 부탁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작 PD들 사이에선 정가은이 그리 인기 높은 모델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유인즉 모델들 사이에서 유독 빛나는 그의 얼굴 때문에 제품이 오히려 부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가 출세작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에서 보여준 특유의 표정 연기 역시 홈쇼핑 모델 시절의 도움이 컸다고 하니, 그에게 홈쇼핑 시절은 단순한 아르바이트 그 이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일일드라마 <바람 불어 좋은 날>에서 열연하고 있는 탤런트 강지섭 역시 데뷔 전 홈쇼핑 모델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데뷔작 <하늘이시여>에서 능글맞은 캐릭터 ‘아리’ 역을 맡으며 곧바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가 이 작품을 시작하기 불과 몇 개월 전까지도 홈쇼핑 모델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일찌감치 배우의 길을 꿈꾸며 해경에 자원입대했던 그는 제대 후 소속사를 알아보며 각종 아르바이트에 매진했다고 한다. 우월한 체격조건을 앞세워 각종 모델 활동을 하던 중, 그에게 고정적인 수입을 안겨다준 곳은 홈쇼핑이었다. 넓은 어깨와 우수에 찬 눈빛 등으로 모델들 가운데 군계일학으로 꼽혔고, 원만한 성격 탓에 동료들과의 사이도 무척이나 좋았다고 한다. 그는 이후 은행 광고모델로 발탁되면서 본명 김영섭 대신 강지섭을 사용하며 연예계에 안착하게 됐는데, 지난해 종영한 드라마 <두 아내>에선 홈쇼핑 방송 출연 장면을 찍으며 남다른 감회에 젖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자신의 사업체를 소개하기 위해서 홈쇼핑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 열혈 CEO 연예인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장 화제가 된 이는 누가 뭐래도 ‘거성’ 박명수다. 그는 자신의 증모제(일명 흑채)사업 론칭 방송에 직접 출연을 해서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의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쉽게 볼 수 없는 그의 홈쇼핑 출연인 데다가 방송 당일 그가 직접 흑채를 시연하는 보기 드문 명장면까지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업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아니 머리를 까고 나선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냈고, 흑채를 뿌리며 시간에 따라 변하는 그의 변신(?) 모습은 곧바로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방송을 보면 그는 흑채를 뿌리며 어색한 듯 윗머리를 보여주는데, 쇼 호스트가 좀 더 머리를 숙여줄 것을 요구하자 “이미지가 있는데…”라며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출산 후 활동이 뜸한 방송인 이지희 역시 홈쇼핑에 출연해 민망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몇 년 전 한 홈쇼핑 채널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그가 소개하던 제품은 일명 ‘고데기’로 불리는 헤어컬링기였는데, 여느 게스트들이 그렇듯 역시나 그에게도 시범의 시간이 돌아왔다. 그는 제품을 제대로 소개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의 정돈된 머리에 직접 헤어컬링기를 갖다 대며 제품의 완벽한 효과를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너무 성능이 좋았던(?) 이 헤어컬링기는 이지희의 머리카락을 예쁘게 돌려말지 못하고 쫙쫙 펴주며 우스꽝스런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말았다. “자, 한번 보세요~”라며 자신 있게 시청자들에게 헤어스타일을 선보이려 했던 이지희. 그의 머리는 아뿔싸! 영락없는 ‘김무스’ 머리가 되고 만 것이다. 당시 시청자들보다 더 당황했을 담당 PD는 재빨리 광고 영상을 틀어 희대의 방송 사고를 침착하게 막는 노련함(?)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를 이지희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최근 이 장면을 소개한 한 공중파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하늘이 노래지는 줄 알았다”면서도 “내가 봐도 웃음이 나온다”고 회상했다.
한편 리포터 출신들의 쇼 호스트 전업과는 다르게 개그맨 출신이 쇼 호스트로 변신한 사례도 눈에 띈다. 주인공은 MBC 공채 8기 개그맨 출신의 문경훈. 고명환 차승환 등과 공채 동기인 그는 얼짱 개그맨으로 높은 유명세를 누린 바 있는데 특유의 깔끔한 말솜씨로 인해 코미디 무대보다 MC로 더 많은 활약을 보여줬었다. 종종 홈쇼핑 채널의 게스트로도 출연해 깔끔하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그를 눈여겨 본 한 업체가 삼고초려 끝에 그를 쇼 호스트로 전직하게 만들었다. 그는 현재 수준급 대우를 받으며 인기 쇼 호스트로 활동 중이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