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탄 ‘승리호’ 성공 여부에 차기작 ‘보고타’와 국내 블록버스터 영화 앞날 달려
게다가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창궐하며 해외 활동에 제동이 걸리는 등 한류스타들의 활동폭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양한 작품으로 2021년을 여는 송중기의 활동에 더욱 눈길이 쏠린다. TV, 스크린, OTT(넷플릭스)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포문을 여는 그의 성과가 올 한 해 한류 농사를 점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승리호’는 2월 5일 전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내로라하는 한류스타인 송중기가 출연하기 때문에 글로벌 팬들이 결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영화 ‘승리호’ 홍보 스틸 컷
#송중기 어깨 무거운 이유
따져보면 송중기는 유독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많이 입었다. 2020년 2∼3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그는 콜롬비아서 진행되던 영화 ‘보고타’의 촬영을 중단하고 입국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극대화되던 시기였기에 입국부터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갖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됐다. 관객들이 밀집할 수밖에 없는 극장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하면서 당초 2020년 하반기 개봉 예정이었던 이 영화는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했다.
이보다 먼저 촬영이 진행된 송중기 주연작인 ‘승리호’의 갈 길은 더 바빴다. 이미 촬영과 후반작업까지 마치고 성수기인 여름 ‘텐트 폴’ 영화로 개봉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고 한 차례 개봉을 연기해 추석 연휴를 겨냥했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아 재차 개봉을 미뤘다. 결국 2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승리호’의 결정은 세계적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였다.
하지만 송중기가 피해자였다고 볼 수만은 없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승리호’ 측은 넷플릭스 판매를 통해 적잖은 수익을 남겼다. 이제는 넷플릭스가 투자한 금액을 회수할 차례다. ‘승리호’는 2월 5일 전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내로라하는 한류스타인 송중기가 출연하기 때문에 글로벌 팬들이 결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가입자가 늘고 호평이 이어진다면 송중기는 더 많은 국가에 이름과 얼굴을 알릴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충무로 관계자들도 송중기의 성공을 빌고 있다. ‘승리호’의 성패가 향후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구매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20년 신작 개봉이 줄줄이 연기되며, 막상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밀려 있는 영화들은 상영관을 확보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러한 출혈 경쟁을 피하기 위해 ‘승리호’와 앞서 넷플릭스행을 택했던 ‘사냥의 시간’과 ‘콜’처럼 극장 상영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를 포함한 온라인동영상업체(OTT)와 접촉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 영화 관계자는 “‘승리호’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OTT 업체들이 한국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몸값이 올라갈 것”이라며 “반면 실패한다면 수익을 내기보다는 손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낮은 자세로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승리호’의 성공은 ‘보고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송중기의 인기가 반등하면 당연히 ‘보고타’의 가치 역시 상승한다. 반면 별다른 반응이 없다면 그의 주연작인 ‘보고타’ 역시 타격을 입게 된다. 이 관계자는 “‘승리호’의 반응이 뜨겁다면 그 여세를 몰아 ‘보고타’의 개봉도 추진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침체됐던 충무로에 활기가 돌 것”이라며 “여러모로 송중기의 어깨에 많은 것이 걸려 있다”고 덧붙였다.
송중기는 ‘빈센조’에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송중기는 극 중 법으로는 잡을 수 없는 이들을 그 외의 수단으로 처단하는 ‘다크 히어로’로 분한다. 사진=드라마 ‘빈센조’ 홍보 스틸 컷
#송중기, 안방극장도 살릴까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업체들의 역습은 TV 시장을 크게 위축시켰다. 스마트폰을 통해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TV 앞에 앉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시청률 역시 하락했다. 이런 흐름은 스타들의 이동과도 일치한다. 지상파 3사의 위세가 등등하던 시절, 스타들은 케이블채널 드라마 출연을 꺼렸다. ‘급이 낮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되는 편견.
그런데 요즘 스타들은 점차 OTT 플랫폼 콘텐츠에 마음을 열고 있다. 해외 팬들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 작품을 ‘1순위’에 두고 작품을 고르는 이들도 있다. 영화처럼 미리 촬영을 마치고 공개되기 때문에 밤샘 촬영이나 쪽대본 등 기존 드라마 시장의 구태가 없다는 것도 스타들이 OTT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일수록 기존 플랫폼들도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스타 수급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송중기는 지금 그 중심에 서 있다. 그가 주연을 맡은 tvN 새 드라마 ‘빈센조’가 2월 말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같은 시간대에 현재 방송되고 있는 ‘철인왕후’의 반응도 좋은 터라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긍정적이다.
게다가 송중기는 ‘빈센조’에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이 드라마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에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와 함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를 담는다. 송중기는 극 중 법으로는 잡을 수 없는 이들을 그 외의 수단으로 처단하는 ‘다크 히어로’로 분한다.
다시 대중과 언론 앞에 서게 된 그에게 이혼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을 전하는 과정에서 작품보다 사생활에 초점이 맞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영리한 송중기는 최근 열린 ‘승리호’의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작품 속 캐릭터에 빗대 에둘러 이야기하는 지혜를 보여줬다.
그는 “‘승리호’의 주인공 태호는 삶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정체된 인물로 접근했다. 그때 실제 송중기의 마음 상태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며 “태호가 승리호의 크루들을 만나면서 삶의 끈을 부여잡는 용기를 조금씩 얻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크루들이 태호를 많이 도와준 거 같다”고 말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들어선 송중기가 좀 더 단단해진 모양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