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열린 길 선착순 1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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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열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개통된 북한산둘레길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주말이면 둘레길 구간마다 인산인해다. 하지만 그 중 아무나 못 가는 구간이 하나 있다. 우이령길이다.
2014년 완성을 목표로 서울시는 202㎞의 걷기 코스를 개발 중이다. 서울의 남산, 인왕산, 낙산, 북악산 등 내사산과 관악산, 덕양산, 북한산, 용마산 등 외사산을 순환하는 길이다. 지난 8월31일 개통된 북한산둘레길 44㎞는 이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이다. 이 길은 소나무숲길, 순례길, 흰구름길, 솔샘길, 사색의길, 평창마을길, 하늘길, 마실길, 내시묘역길, 효자마을길, 충의길, 우이령길 등 총 12구간으로 나뉜다. 대략 3~4㎞의 짧은 거리로 이뤄진 길들이다.
이번에 우리가 걸을 우이령길은 북한산둘레길 공표 이전에 일반에 이미 알려진 구간이다. 우이령길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과 경기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를 잇는 6.8㎞의 구간이다. 오랜 옛날부터 한양에서 양주를 오가던 마찻길이다. 그러나 이 길은 김신조 간첩단 침투사건 이듬해(1969년) 폐쇄되었다가 지난해 7월 재개방되었다.
무려 40년 만에 일반에 첫선을 보인 우이령길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계곡과 숲, 그리고 거기에 깃들어 사는 동식물들은 길을 걷는 탐방객들의 눈과 귀와 마음을 홀리고도 남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다보니 이 길은 사람몸살을 앓았다. 시끄러워졌고 그 숲길의 주인들인 새와 다람쥐 등이 자취를 감춘 것. 우이령길은 현재 하루 1000명으로 탐방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조용해지자 주인들이 다시 돌아왔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며 다행스러워했고, 다시금 즐거워했다.
우이령길을 걷고 싶다면 예약이 필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나 우이동탐방지원센터 또는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예약해야 한다. 요즘처럼 걷기 좋은 가을의 주말에는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되므로 서둘러야 한다.
우이령길은 전구간이 완벽한 흙길이다. 신발을 벗어 걸어도 좋을 정도로 길은 잘 정비되어 있다. 길 곳곳에는 ‘맨발로 느끼는 우이령숲’이라는 푯말이 박혀 있다. 신발을 벗으면 차가운 기운도 한때뿐, 보드라운 흙 속에 담긴 온기가 발로 전달된다.
길은 부침이 없다.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거의 없이 평탄한 편이다. 그래서 더 여유가 있다. 우이동 쪽에서 보자면 탐방지원센터를 지나자마자 전경대숙소가 나오고 곧 대전차장애물로 향한다. 길 좌우에는 신갈나무, 산초나무, 리기다소나무, 밤나무, 오리나무 등이 어울려 자란다. 길섶에는 벌개미취 따위의 들꽃이 피어 있다. 산들 부는 가을바람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을 씻는다.
대전차장애물은 한국전쟁 기간 중 북한군의 서울 진격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길이 10m 정도의 육중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길 좌우에 놓여 있다. 이곳에서 조금 더 가면 안보체험관이다. 벙커를 개조해 안보관으로 만들었다.
안보관을 지나면서 우측으로 도봉산 오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섯 개의 바위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 오봉이다. 길을 가다보면 앞이 훤히 트인 곳에 우이령길 전망대로 오봉의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우이탐방지원센터: 지하철 4호선 수유역 3번 출구 앞에서 120번, 153번 버스종점 하차. 탐방지원센터까지 도보 40분. ▽교현탐방지원센터: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1번 출구 앞에서 704번, 34번 버스 이용 석굴암 입구 하차. 탐방지원센터까지 도보 30분. ▲탐방예약: ▽인터넷: 국립공원관리공단(http://ecotour.knps.or.kr) ▽전화: 우이탐방지원센터 02-998-8365, 교현탐방지원센터 031-855-6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