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대망론·지지세력·검찰 출신 서포터 ‘삼박자’…“정치 입성 길 닦기 본격 돌입” 관측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사진=임준선 기자
2020년 10월 22일 국정감사에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설적인 질문을 날렸다. “(검찰총장) 임기를 마친 뒤 정치를 하려는 마음이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윤 총장은 “지금 직무를 다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고 향후 거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면서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어진 윤 총장의 말 한마디는 의미심장했다. “다만 소임을 다 마치고 나면 저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회의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천천히 한번 생각해보겠다.” 이어 김 의원이 “그런 방법에 정치가 들어가느냐”고 묻자 윤 총장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간 정치권 진출과 관련해 강력한 부인을 해왔던 윤 총장이 처음으로 “아니다”라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던 과거 발언과 대치되는 뉘앙스에 정치권이 요동쳤다. ‘윤석열 대망론’에 불이 붙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진=박은숙 기자
특히 충청 지역 정치권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른바 ‘충청 대망론’이다. 충청 대망론은 충청 출신 인사가 대권에 도전하는 상황이 연출될 경우 회자되는 단어다. 대통령제에서 충청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지역 염원이 담긴 정치 현상으로도 해석된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인제 전 의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충청 대망론 중심에 섰지만 결과는 모두 좋지 않았다.
윤 총장은 서울 출생이다. 윤 총장과 충청 대망론 사이 연결고리는 윤 총장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에 있다. 윤 교수는 충청남도 공주시 출신으로 공주농고를 졸업했다. 여기다 공주와 논산 인근에 파평 윤씨 종친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이런 부분 또한 윤 총장을 둘러싼 충청 대망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윤 총장을 ‘중부권 후보’라고 지칭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충청 지역에서 활동하는 야권 관계자는 “아직 윤 총장이 충청권 주자라는 인식이 강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윤 총장이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질 경우 충청권 민심이 강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0년 12월 대검찰청 앞에 놓여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응원 화환. 사진=최준필 기자
‘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윤사모)’ 규모도 커지고 있다. 비공개 페이스북 페이지인 윤사모는 현재 가입자 2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윤사모는 대검찰청에 윤 총장 응원 화환을 꾸준히 보내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윤 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극한 대립을 펼칠 당시부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팬덤이 형성되는 일은 쉽지 않다”면서 “윤사모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뚜렷한 정치 성향을 드러내지 않은 윤 총장이 정치권에 입성할 경우 이런 팬덤의 존재가 정치권 연착륙에 공헌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야권 일각에선 윤사모가 제3지대에서 ‘윤석열당’을 만들어 기존 야권 세력 흡수를 시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관련기사 [1500호 여론조사] 윤석열 지지 이유 1위 “정당에 휘둘리지 않을 듯해서”).
장외에선 윤 총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사의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가 돈다. 전직 검찰 고위직 출신인 A 씨다. 검찰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A 씨가 2020년 정년퇴직 이후 윤 총장 세력 모으기 작업에 한창”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A 씨를 비롯한 측근들 사이에선 윤 총장의 정치권 입성이 기정사실로 굳어진 분위기라고 한다.
A 씨는 윤 총장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조국 전 장관 시절 A 씨 인사를 놓고 윤 총장과 법무부가 신경전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A 씨의 요직 발탁은 결국 무산된 바 있다. 2020년 퇴직한 A 씨는 장외에서 ‘윤석열 서포터’를 자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당직자를 지내다 제3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윤 총장 의지와 별개로 지역기반-지지세력-최측근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다리가 갖춰졌다”면서 “이런 세력들이 윤 총장 정치 입성 ‘길닦기’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지세력이나 팬덤이 형성되면 이런 조직들이 윤 총장의 정치권 진입 내지는 대권 진입에 발판을 놔줄 수 있다”면서 “이런 현상이 ‘외롭지 않다’라는 인식과 자신감을 윤 총장 본인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채 연구위원은 “2017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지지자들의 부름에 정치권으로 입성했다”면서 “비록 대권 도전은 중도포기 했지만 정치권 진입까지는 성공적으로 이어진 셈”이라고 했다. 채 연구위원은 “최종 결과는 윤 총장 행보에 달렸지만, 정치권 진입 발판은 순조로운 흐름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듯하다”고 평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