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파워면 ‘돈 나와라 뚝딱?’
▲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은행권 주요 의혹 중 하나였던 송파구 소재 ‘와인프린스’ 본사.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선진국민연대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도운 외곽 조직으로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총장 등이 주도한 바 있다. 이번 의혹이 사실이라면 선진국민연대가 정치권뿐만 아니라 금융권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다시 한 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혜대출 의혹으로 불거진 정치권과 금융권의 유착 논란의 내막을 따라가 봤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지난 1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와인프린스에 대한 국민은행 여신심사결정서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와인프린스의 재무상태에 대한 국민은행의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대출심사평에는 ‘창업자금의 상당부분을 차입에 의존했고 자기자금조달 미흡하며, 추정 재고자산 약 3억~4억 원 외에 총자산이 미미하고, 보유재력 미흡하여 재무융통성을 기대할 수 없는 점, 영업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배제할 수 없는 등 부정적인 요인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실제 국민은행은 와인프린스의 담보차입여력에 대해서도 최하위인 ‘E등급’을 줬다. 담보차입이나 영업 불확실성 등에 대해서 최하위 등급을 줬으면서도 거액의 대출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여신심사결정서의 또 다른 부분을 읽어보면 이해가 된다.
심사결정서에는 ‘부친의 영향력 행사로 최근 대한항공 롯데백화점 및 KB국민은행 등 대기업과의 납품계약 성사단계로 매출성장 기대’라고 적혀 있다. 대표 부친 이미영 씨에 관한 언급도 모두 세 번이나 나온다. 와인프린스 이강근 대표의 부친 이미영 씨의 영향력이 대출 여부를 평가하는 데 반영됐다고 보는 데 무리가 없는 셈이다. 이 씨는 선진국민연대 유럽네트워크의 위원장이자 ‘유럽 이명박 사랑모임’ 회장을 지낸 바 있다.
우 의원은 “이 씨가 박영준 당시 국무총리실 차장을 비롯해 정인철 전 청와대 비서관, 유선기 당시 국민은행 경영자문역,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총장 등 현 정권 핵심인사들과 친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인지 국민은행은 와인프린스 이 대표에 대해서 91.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줬다. 대표자 평점이 평가위원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친의 영향력이 점수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결국 국민은행이 와인프린스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대출을 승인한 것은 이미영 씨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게 우 의원 측의 주장이다. 이는 비단 야당 의원들만의 주장은 아니다. 이날 국감에 참여한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이런 식의 대출은)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며 “국민은행 종합검사 때 함께 검사해보겠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심사역도 “담보제공이 불가능한 회사가 십수억 원을 대출받았다는 것은 일반 은행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윗선의 지시나 개입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와인프린스가 선진국민연대의 영향력을 활용한 것은 비단 이번 특혜대출 의혹 건만이 아니다. 현재 국민은행은 물론이고 다른 대기업과 청와대 등에 와인을 대량으로 납품하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와인프린스는 선진국민연대 출신의 KB금융지주 사외이사를 통해 국민은행에 VIP용 와인 1만 5000세트를 약 5억 원에 공급하고 있으며 역시 모 대기업 고문으로 있었던 선진국민연대 인사를 통해서도 기업에서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에 와인을 공급했다고 한다. 또한 와인프린스는 청와대에 와인과 와인 잔을 납품하기도 했다.
현 정권 초부터 논란이 됐던 선진국민연대는 이번 와인프린스 특혜대출 의혹 사건으로 인해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오르게 됐다. 특히 이번 의혹이 사실일 경우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관가는 물론이고 대기업이나 금융권 등에도 전 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현 정권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