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선발’ SK냐 ‘철벽 불펜’ 삼성이냐
▲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지난 15일 저녁 인천 문학구장에서 SK팬들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투수진
야구계의 변하지 않는 격언이 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는 것이다. 야구는 투수가 공을 던지면서 플레이가 시작한다. 경기 종료도 투수가 던진 마지막 공으로 결정된다.
그렇다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패를 쥔 팀은 단연 SK다. 특히나 선발진에서 그렇다.
김광현, 가도쿠라 켄, 게리 글로버가 버틴 SK 선발진은 8개 구단 가운데 최강이다. 그 가운데 김광현의 존재는 눈 온 밭의 까마귀처럼 돋보인다.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4승1패 평균자책 1.31을 기록한 김광현은 삼성 타자들 사이에서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불린다. SK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에게 두 번의 선발 등판 기회를 줄 참이다. 만약 7차전까지 간다면 중간계투로도 투입할 수 있다. 삼성으로선 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는 셈이다.
변수는 글로버다. 올 시즌 어깨, 팔꿈치, 발바닥 등 다양한 부위의 부상을 안고 6승 8패 평균 자책 5.66에 그쳤던 글로버는 8월 15일 두산전 이후 1군 등판 없이 재활에만 힘썼다. 김 감독은 “부상 전과 비교해 글로버의 몸 상태가 80% 정도까지 올라온 상태”라며 “한국시리즈에 등판해도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는 말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차우찬, 장원삼, 팀 레딩, 배영수가 버틴 삼성 선발진은 이름값만 비교하면 SK 선발진에 절대 뒤지지 않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연투하며 어깨가 많이 지쳐 있는 상태다.
#불펜진
기록만 보면 삼성이 우위다. 올 시즌 삼성 불펜진은 38승10패 33세이브 평균자책 3.35를 기록했다. 특히나 정규 시즌에서 삼성은 5회 이후 앞선 60경기에서 58승2패를 거두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상대팀에게 추격을 허용하지 않은 불펜진의 노력이 빛난 결과였다. 그러나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이며 체력 소모가 말이 아니다. 정현욱, 권혁, 안지만의 구위도 정규 시즌 같지 않다는 게 삼성 선동열 감독의 고민이다.
삼성 불펜진의 키플레이어는 오승환이다. 지난 7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시즌 절반가량을 쉬었던 오승환은 불펜진에서 한국시리즈 경험이 가장 많은 투수다.
반면 SK 불펜진은 줄곧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비축했다. 송은범, 정대현, 정우람, 전병두, 이승호가 지키는 불펜은 큰 경기 경험 면에서 삼성 불펜진을 압도한다.
▲ 박한이(왼쪽)와 김광현 |
최강팀 SK도 약점이 있다. 타격이다. 올 시즌 SK의 팀 타율은 2할7푼4리였다. 삼성보다 2리가 높지만, 롯데와 두산과 비교하면 거의 1푼이나 낮았다. 무엇보다 중심타선의 약세가 눈에 띄었다. 올 시즌 SK 3, 4, 5번 중심타자들은 타율 2할7푼7리를 기록해 3할 이상을 기록한 롯데, 두산보다 한참이나 떨어졌다.
플레이오프에서 보듯 홈런이 승부의 중요 변수로 작용한다고 가정할 때 SK 중심타선은 기대치를 밑돌 수 있다. 다행인 건 삼성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삼성의 중심타선 타율은 SK와 같은 2할7푼7리였다. 플레이오프에선 그보다 좋지 않은 성적을 냈다. 최형우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쳤지만, 타율 2할7푼3리에 그쳤고 박석민과 채태인은 아예 1할대를 기록했다. 그나마 플레이오프에서 3번을 친 박한이가 타율 3할8푼1리 1홈런 6타점으로 분전했을 뿐이다.
삼성 공격의 키는 20세 유격수 김상수가 쥐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4할7푼4리 5타점을 기록한 김상수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각오가 통한다면 SK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분전했던 안치홍(KIA)의 재림을 목격해야 할지도 모른다.
#수비
롯데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은 SK를 언급할 때마다 “놀라운 팀”이란 말을 썼다. “다른 건 몰라도 수비 하나만은 정말 놀라운 팀”이라는 게 로이스터 전 감독의 생각이었다.
SK가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오른 것도 따지고 보면 탄탄한 수비 덕이 컸다. 올 시즌 SK는 팀 실책 81개로 최소실책 부문 2위에 올랐다. 한화가 80개로 최소실책을 기록했지만, ‘잡기 어려운 공은 잡지 않는다’라는 혹평을 고려하면 SK와 비교 대상이 안 된다.
한국시리즈에서 SK는 1루수 박정권, 2루수 정근우, 3루수 최정, 유격수 나주환을 내야 주전으로 내세울 방침이다. 외야는 좌익수 박재상, 중견수 김강민, 우익수로는 박재홍, 안치용, 조동화를 두루 쓸 예정이다.
삼성은 플레이오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되레 투수를 1명 더 강화하는 바람에 채상병이 빠져 진갑용, 현재윤 2명으로만 포수진을 꾸린 채 7차전을 버텨야 한다.
#감독의 작전
김성근 감독은 ‘감독 중심의 야구’를 선호한다. 단기전에선 더하다. 선수에게 맡기기보다 희생번트, 도루, 히트 앤드 런, 런 앤드 히트 등 다양한 작전으로 득점을 올린다. 마운드 운용도 비슷하다.
김 감독은 ‘아니다’ 싶으면 바로 투수를 교체한다. 물론 근거는 확실하다. 김 감독은 상대 타자와의 성적, 볼 카운트별 피안타율, 전 타석의 타구 방향, 주자의 유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서 그에 맞는 최적의 투수를 선택한다. 김 감독은 그래서 자신의 투수 교체 타이밍을 ‘데이터에 근거한 과학적 선택’이라고 표현한다.
반면 선동열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보듯 투수 교체 타이밍에 다소 여유가 있다. 1점 차 승부에서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아도 그대로 둔다. 이유가 있다. ‘과거의 데이터보다 현재의 구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 감독이 투수 교체의 비중을 낮게 보는 건 아니다. 반대다. 선 감독은 “투수 교체는 상대의 좋은 흐름을 끊으려는 방편”이라며 “투수 교체 타이밍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이 “이번 한국시리즈 투수 교체는 ‘데이터’와 ‘감(感)’의 싸움”이라고 한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전력분석
2008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 앞서 SK 전력분석팀은 김현수 공략에 나섰다. 그해 정규 시즌에서 타격 3관왕(타율, 최다안타, 출루율)에 오른 김현수는 ‘무결점 타자’로 불렸다. 하지만, SK 전력분석팀의 ‘현미경 야구’ 앞에 김현수는 무기력했다.
한국시리즈 5경기에 내리 3번 타자로 출전했지만, 결과는 21타수 1안타 타율 4푼8리에 그쳤다. SK 전력분석팀이 김현수의 타구 방향을 예측해 벤치에 전달하고, 벤치에서 바로 선수들에게 수비위치를 지시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정준, 노석기 두 명의 전력분석코치로 구성된 SK 전력분석팀은 삼성엔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는 삼성 전력분석팀도 별반 다르지 않다. 허삼영 전력분석팀장은 김정준 코치와 함께 국내프로야구 전력분석계의 쌍두마차로 통한다. ‘국내 전력분석원 가운데 상대 투수의 투구 습관을 가장 잘 본다’고 정평이 나 있는 허 팀장은 “우리도 SK의 약점을 꿰뚫고 있다”라며 SK와의 전력분석 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야구계는 삼성과 SK의 매치업만큼이나 최고의 전력분석팀이 맞붙어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응원
응원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롯데 포수 강민호는 “절대적”이라며 “득점 기회 때 홈팬의 열광적인 환호를 들으면 없던 힘도 난다”고 말한다.
넥센 투수 김수경도 “적지인 사직구장서 던지는 것과 홈인 목동구장서 투구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털어놓는다.
한국시리즈처럼 긴장감이 넘치는 무대는 응원도 전력이다. 삼성의 홈인 대구구장과 SK의 홈인 문학구장은 홈팬의 절대적인 응원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5, 6, 7차전이 중립지대인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는 걸 고려하면 삼성이 다소 우세하다.
상대적으로 서울엔 SK 팬보다 삼성 팬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응원전은 삼성이 유리할 수 있다.
삼성은 물량을 총동원해 SK 응원의 기를 꺾겠다는 방침이다. SK 응원단도 지난 3년간 한국시리즈에 오르며 충분한 노하우를 쌓은 만큼 이참에 응원에서도 최강이란 걸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수석코치들이 보는 KS 우승팀은?
“체력ㆍ경험 완비…SK 우세”
“수석코치는 감독의 분신이다.” 김경문 감독과 함께 7년째 호흡을 맞추는 두산 김광수 수석코치의 생각이다. 실제로 수석코치는 감독의 분신이자, 감독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이다. 경기를 보는 눈도 감독 못지않다. 그렇다면 수석코치들이 예상하는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어디일까.
김 수석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에서 SK와 만난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SK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SK는 탄탄한 마운드와 조직력으로 똘똘 뭉친 타선이 돋보인다. 특히나 큰 경기 경험이 많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에 집중할 줄 안다.” 김 수석이 바라보는 SK의 장점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중심타선이 약해지고, 박재상과 정근우의 테이블 세터진의 힘도 다소 떨어졌다”는 게 김 수석이 꼽는 SK의 약점이다.
김 수석은 “플레이오프에서 체력이 고갈된 삼성 불펜진이 한국시리즈에서 기대치 이상의 활약을 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라며 “김상수, 조동찬 등 젊은 타자들의 기세가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진다면 삼성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단 김 수석은 SK와 삼성의 일전을 “백중세”로 전망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K와 붙어 우승을 차지했던 KIA의 황병일 수석코치는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혈투를 벌이며 체력을 소모한 삼성보단 힘을 비축한 SK가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 수석은 “지난해 SK와 상대하며 ‘역시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며 “경험 면에서도 4년 전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삼성보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SK가 앞선다”라고 강조했다.
LG 김영직 수석코치도 SK의 우세를 예상했다. 역시 이유는 SK의 체력적 우위였다. 김 수석은 “SK 불펜진에 왼손투수가 무려 4명이나 된다”며 “삼성 왼손 타자들이 얼마나 선전하느냐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수석은 이번 한국시리즈 키플레이어로 삼성 박석민과 SK 정근우를 꼽았다. “SK 왼손 투수들을 상대로 오른손 타자인 박석민이 분전하면 삼성이 살고, 부진하면 시리즈가 연패로 끝날 수 있다. SK는 톱타자 정근우의 출루 여하에 따라 경기를 쉽게 또는 어렵게 풀어갈 수 있다.”
넥센 이광근 수석코치도 우승팀으로 SK를 지목했다. 이 수석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제압한 삼성의 흐름이 좋지만, 결국 한국시리즈는 체력싸움”이라며 “아무리 정신력이 뛰어나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타석과 마운드에서 집중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체력ㆍ경험 완비…SK 우세”
김 수석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에서 SK와 만난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SK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SK는 탄탄한 마운드와 조직력으로 똘똘 뭉친 타선이 돋보인다. 특히나 큰 경기 경험이 많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에 집중할 줄 안다.” 김 수석이 바라보는 SK의 장점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중심타선이 약해지고, 박재상과 정근우의 테이블 세터진의 힘도 다소 떨어졌다”는 게 김 수석이 꼽는 SK의 약점이다.
김 수석은 “플레이오프에서 체력이 고갈된 삼성 불펜진이 한국시리즈에서 기대치 이상의 활약을 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라며 “김상수, 조동찬 등 젊은 타자들의 기세가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진다면 삼성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단 김 수석은 SK와 삼성의 일전을 “백중세”로 전망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K와 붙어 우승을 차지했던 KIA의 황병일 수석코치는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혈투를 벌이며 체력을 소모한 삼성보단 힘을 비축한 SK가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 수석은 “지난해 SK와 상대하며 ‘역시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며 “경험 면에서도 4년 전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삼성보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SK가 앞선다”라고 강조했다.
LG 김영직 수석코치도 SK의 우세를 예상했다. 역시 이유는 SK의 체력적 우위였다. 김 수석은 “SK 불펜진에 왼손투수가 무려 4명이나 된다”며 “삼성 왼손 타자들이 얼마나 선전하느냐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수석은 이번 한국시리즈 키플레이어로 삼성 박석민과 SK 정근우를 꼽았다. “SK 왼손 투수들을 상대로 오른손 타자인 박석민이 분전하면 삼성이 살고, 부진하면 시리즈가 연패로 끝날 수 있다. SK는 톱타자 정근우의 출루 여하에 따라 경기를 쉽게 또는 어렵게 풀어갈 수 있다.”
넥센 이광근 수석코치도 우승팀으로 SK를 지목했다. 이 수석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제압한 삼성의 흐름이 좋지만, 결국 한국시리즈는 체력싸움”이라며 “아무리 정신력이 뛰어나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타석과 마운드에서 집중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