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속 국토위원들 사과‧처벌 법안 발의, 재빠른 움직임
‘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사태 조기 진압으로 재보궐선거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사진은 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 사진=박정훈 기자
#이낙연 “심할 정도로 얘기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기 직전 LH 사장을 지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질책했다. 이 대표는 “다음에라도 조직을 두둔하는 듯한 언동을 절대로 해선 안 된다”며 “누구보다 먼저 조사받기를 자청할 정도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 장관은 지난 4일 “(직원들이) 개발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 신도시 개발이 안 된 거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직원을 감쌌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변 장관에게 국민의 분노와 실망을 훨씬 더 감수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정부도 전수조사를 광범위하게 하겠다니 우선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또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는 전수조사가 광범하고도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것을 정부가 하겠다고 하니까 우선은 지켜보겠다”면서 “그에 임하는 국토부와 LH의 자세에 대해 심할 정도로 매섭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당 차원 조사에 법안 발의까지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LH 투기 의혹의 발본색원과 재발 방지를 위해 고강도 점검과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의 투기 의혹도 당 윤리감찰단 차원에서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이를 처벌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소속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공직자가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로 공공택지 개발예정지에 투기하는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공공주택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으로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로 들어서고 있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박정훈 기자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사과에 나섰다. 민주당 국토위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제기된 광명·시흥지구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에 민주당 국토위 의원 전원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며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들은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부당이득 환수, 재발 방지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코너에 몰릴라”…선제적 차단
이번 LH 사태가 자칫 공공 재개발‧재건축으로 83만 호를 공급한다는 2‧4대책을 비롯한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의 신뢰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오는 4월 치러질 재보궐 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여당은 선제적으로 나서 논란 확산을 차단하고 사태를 수습하자는 자세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권 공세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선거 전 대형 이슈를 만난 야권은 이를 ‘정권 비리’로 확대하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감사원 조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투기 실체를 낱낱이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5일 이번 사건을 ‘LH게이트’로 부르며 “문재인 정부는 즉각 무릎 꿇고 통렬한 사과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