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결혼한 이성에게 끌리는 걸까
▲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 |
서른두 살의 직장인 L 씨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낀다. 몇 번의 연애에 실패한 후 사랑에 대해 냉소적이 되어버린 그의 가슴이 요즘 들어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 상대는 직장 동료. 문제는 그녀가 이미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사리 분별을 못하는 나이도 아닌데, 왜 하필 임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일까. L 씨는 뒤늦게 찾아온 사랑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나이가 들수록 결혼을 하기 위해 현실적인 생각을 해야 하는데, 왜 마음에 드는 사람이 하필 유부녀인지, L 씨는 자신에게 짜증이 난다. 그러면서도 마음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대신 그녀의 결혼생활이 파탄나기를 바라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L 씨는 이성상이 독특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미혼 남녀들은 주변의 결혼한 이성에게 비교적 쉽게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그것이 꼭 구체적인 연애감정이 아닐 수도 있다. 자신이 만나는 미혼의 이성에게서 느끼지 못한 원숙한 분위기에 자꾸 관심이 가는 경우를 더러 볼 수 있다.
동갑내기 애인과 연애하며 매일 다투는 것에 지쳐 있다가 우연히 만난 열 살 연상 유부남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 한 여성의 사연도 L 씨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작정을 하고 나이 많은 유부남을 만나려 한 건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동갑남과 비교할 수 없는 연상 유부남의 여유와 배려심이 그녀의 마음을 끈 것이다.
이렇듯 미혼의 어느 시기에는 결혼한 이성에게 끌리는 때가 종종 있다. 결혼이 늦어지고, 주변에 결혼한 친구나 동료들이 많아질수록 결혼에 대한 안목은 높아지기 마련인데 이럴 때 미혼자들에 비해 안정적으로 보이는 기혼자들에게 눈길이 가는 경우가 있다. 연애를 하면서 좌충우돌하는 내 모습에 비해 결혼한 뒤 안정적인 생활을 꾸려가는 기혼자들의 모습에서 “나도 저랬으면…” 하는 막연한 동경이 싹틀 수 있다.
주변의 기혼 이성들을 통해 자신의 배우자상을 현실화하려는 경향도 있다. A의 매력, B의 개성, C의 장점 등을 조합해서 만들어진 완벽한 이성상에 비춰보면 지금 자신이 만나는 이성이 눈에 찰 리가 없다. 결혼이 늦어질수록 눈이 높아지고, 그래서 결혼이 더욱 어려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증된 상대에게 끌리는 심리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암컷 생쥐가 혼자 있던 수컷 생쥐보다는 다른 암컷 생쥐와 함께 있던 수컷 생쥐를 더 좋아한다는 실험보고가 있다. 그 암컷 생쥐에게는 다른 암컷이 좋아하는 수컷 생쥐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생쥐 실험 결과를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볼 수 있다. 결혼상대로 적합한지 잘 알 수 없는 미혼 이성보다는 이미 누군가와 결혼생활을 잘하고 있는 기혼 이성이 더 괜찮아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또한 유부남, 유부녀들은 결혼생활을 통해 성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 자신이 만나고 있는 이성이 다른 기혼자들에 비해 풋내기 같고 어려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 역시 결혼생활을 하면서 인생의 연륜을 쌓다 보면 다른 기혼자들에게서 보였던 매력을 갖춰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주변의 결혼한 사람이 내가 만나는 이성에 비해 안정적으로 보이더라도 그 역시 결혼 전에는 불완전한 성격과 어설픈 생각을 가진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한다.
사랑에 빠지면 예뻐진다는 말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그 사람을 생각하면 자꾸 행복해지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더 노력하게 되고, 그래서 더 예뻐지는 것이다. 이렇듯 건전한 남녀관계는 두 사람의 사랑과 노력으로 서로를 매력적인 이성으로 변모시키기 마련이다.
이미 결혼한 이성에게 끌리는 것은 이런 노력보다는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을 기대하는 심리가 더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있는 한 좋은 상대를 만나기도 어렵고, 자신 역시 좋은 상대가 되기도 어렵다.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