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라커룸 습격사건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지난 10월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추신수는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생활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털어 놓다가 깜짝 놀란 사연을 털어놨다. 사직구장 원정팀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 입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팬들의 사인 요구에 엄청 당황했다는 내용이다. 분명 경기장 출입구에서 팬들의 입장이 통제됐을 텐데 어떻게 해서 경기장을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기자가 사직구장의 선수들이 오가는 출입구에서 실험을 해봤다. 경비원이 서 있는 가운데 가방을 메고 출입구를 지나치자 신분을 묻거나 제재하지 않고 그냥 통과시켜주는 것이다. 아마 추신수가 라커룸에서 만난 팬들 또한 그런 방법으로 쉽게 들어온 모양이다.
취재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 훈련이 시작되었지만 기자들은 더그아웃을 떠나지 않았다. 그중에서 몇몇 기자들은 더그아웃에 앉아 선수들이 수비 훈련이나 타격 훈련을 마치고 들어올 때마다 인터뷰를 했다. 한 선수가 “지금은 훈련 중이니까 훈련 마치고 인터뷰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가볍게 항의하자 그제야 취재를 멈췄다. 한 기자는 불펜 피칭하는 데까지 따라가서 윤석민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코칭스태프도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하거나 막지를 않았다.
모든 훈련을 마치고 출입구를 빠져나가는데 밖에서 기다리던 팬들이 몰려들었다. 가장 많은 팬들을 상대한 추신수는 사인을 해주다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중히 죄송하다고 말하고 뒤돌아섰다. 그러자 사인을 받지 못한 한 남성 팬이 “추신수, 너 많이 컸다!”며 화를 내는 게 아닌가. 만약 그 자리에 야구대표팀 관계자라도 나와서 선수들이 버스에 오를 때까지 보호를 해주고 차단을 해줬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까. 나중에 추신수는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대표팀이라고 해서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여서 훈련을 하는데 경기장이 너무 오픈돼 있는 것 같다. 팬들의 사인 요청을 다 해주고 나면 버스에 타고 있는 선수들이 많이 기다리기 때문에 적당하게 하고 거절하는데 그걸 이해 못하고 욕하는 분들을 대할 때는 나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런 부분은 야구대표팀 관계자들이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부산=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