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해진 경찰권력 견제 위해 ‘없애거나 200~300명 정도 축소’…정부·여당 반발로 통과 쉽지 않을 듯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주도로 국민의힘 내부에서 ‘정보경찰폐지법’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김웅 의원은 최근 일요신문 인터뷰를 통해 정보경찰관을 폐지 또는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을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인터뷰] 정인이법 유일 반대 김웅 의원 “토론도 못하게 하는 건 폭력·야만”). 현재 전국에 3000명 정도의 정보경찰관을 없애거나 200~300명 정도 규모로 줄인 뒤 국무총리실 산하에 별도 조직으로 분리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김웅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 정보경찰은 나치 정권의 게슈타포(비밀국가경찰)와 비견된다. 정치인, 기업인 등 사회고위층의 정보를 틀어쥐고 선거 등 사회 주요 사건에 개입해왔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보경찰 폐지 논의가 있었지만 진보나 보수 할 것 없이 정권을 잡으면 경찰의 정보를 활용해왔다”고 법안 추진 이유를 밝혔다.
현재 정보경찰은 경찰청 정보국, 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정보보안과·정보과, 경찰서 정보보안과·정보과 등에 소속돼 ‘치안정보’를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경찰을 말한다.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말살하기 위한 첩보를 수집하던 ‘고등형사’가 정보경찰의 뿌리로 알려져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전국의 정보경찰은 2991명이다. 정보 수집만 전문으로 하는 정보경찰을 제외하고도 12만 명이 넘는 비정보경찰 또한 각 소속에 맡는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의 정보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 국내 정보 수집을 금지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내용을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이 2020년 12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경찰의 정보 독식은 강화될 예정이지만 ‘정보경찰폐지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적다. 정부와 여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경찰개혁네트워크 회원들이 2020년 11월 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보경찰 폐지 및 민주적 통제장치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웅 의원은 “정부와 여당의 반발로 법이 통과되기 쉽진 않을 거다. 정보경찰이 대부분 국회의원 재산 정보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당 지역구 의원도 민감한 법안일 것”이라며 “비례대표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동발의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경찰 폐지 논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부터 특히 경찰의 정치 개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보경찰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찰이 수집한 정보를 정권이 부적절하게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보경찰의 정보 수집 활동은 경찰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기준이 모호한 탓에 무분별하고 광범위한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찰법 3조는 경찰의 임무 가운데 하나로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를 정하고 있는데, ‘치안정보’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김웅 의원은 “경찰은 사실상 국내 모든 정보를 수집해왔다. 수집된 정보 가운데 정책 정보나 치안 정보 외엔 파기한다고 주장하지만 보고된 정보를 파기한다고 해서 수집한 정보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며 “정책이나 치안 정보 등 공직기강을 위한 정보 수집 활동을 위해서라면 200~300명 정도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검찰·국정원·감사원 등 권력기관 개혁을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13대 과제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월 당·정·청 협의 끝에 경찰법 개정안의 틀을 만들었다. 이를 반영해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2018년 12월 8일 개정된 경찰법은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부분을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 관련 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로 바꾸는 데에 그쳤다. 경찰의 정보 수집 활동이 보장된 셈이다.
경찰은 정책 정보 수집과 범죄·테러·재난 등 각종 위험요인 사전 탐지를 위해 정보경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을 대표해 2020년 7월 29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정보경찰 폐지와 보안경찰 축소’ 토론회에 참석한 최종윤 경찰청 정보1과 경정은 “치안정보의 개념과 범위가 모호하다는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정책정보’는 모든 영역이 아닌 ‘국민 안전 평온’과 ‘공공안녕 위험 예방’ 등과 관련된 정책 현안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경찰 폐지를 주장해온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은 “정책 정보를 경찰이 수집할 필요가 없다. 정책 정보를 경찰이 공급하게 되면 모든 정책이 경찰의 입맛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것 또한 경찰의 정치 개입일 수 있다”며 “지금의 정보 경찰 규모는 비대한 측면이 있다.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