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소통·초대장 기능으로 기존 SNS와 차별화…스눕독 가입·머스크 설전 등으로 주목 받으며 인기 쑥
출시된 지 이제 1년이 조금 지났지만 벌써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클럽하우스’는 음성 기반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기존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이 텍스트로 소통했다면 ‘클럽하우스’는 오로지 사람들의 목소리로, 그것도 실시간으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지난 2월 말 기준 전세계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00만 회를 돌파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정치 및 재계 유명인사들이 사용하면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관련기사 포스트 페북? 팟캐? 가입 러시 ‘클럽하우스’ 열풍 따라잡기).
‘클럽하우스’가 이렇게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비단 음성으로 소통한다는 데만 있지 않다. 여기에 더해 ‘폐쇄성’, 즉 이미 가입되어 있는 사람들로부터 초대를 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소위 ‘그들만의 리그’나 ‘인싸들의 앱’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코로나 대유행 시대에 더없이 완벽한 앱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클럽하우스’는 과연 어떤 플랫폼이며, 그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음성 기반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클럽하우스’가 출시 1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 회를 돌파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해온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 ‘보여주는’ 콘텐츠가 주를 이뤘다. 또한 여기에 더해 ‘좋아요’나 댓글 등 텍스트를 통한 감정·의견 교환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런 시각적인 장치는 배제한 채 오로지 목소리로만 소통한다면 어떨까. 마치 라디오처럼 말이다.
이런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플랫폼이 바로 ‘클럽하우스’다. 음성을 기반으로 하는 ‘클럽하우스’에서는 얼굴 생김새나 피부색, 나이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목소리로만 상대와 소통하기 때문에 대화 내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혁신적인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3월 ‘구글’ 출신의 로언 세스와 폴 데이비슨이 공동 창업한 회사로, 얼마 전에는 유명 벤처캐피털투자자인 안드레센 호로비츠로부터 1억 달러(약 1130억 원)를 투자 받으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현 최고경영자인 데이비슨은 ‘클럽하우스’를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소통 매개체라고 하면 음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각종 SNS에서는 이런 음성의 가치가 소외됐다. 음성의 효과를 극대화하면 보다 진실한 대화, 감정을 드러내는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음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 외에 ‘클럽하우스’의 또 한 가지 큰 특징은 ‘초대장’에 있다. 보통 SNS에서는 사용자가 가입을 한 후 친구찾기를 통해 친구를 추가해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기존 가입자로부터 초대를 받아야지만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극히 폐쇄적이다.
전 구글 직원이자 클럽하우스 창업자인 로언 세스는 스스로 클럽하우스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프로필에는 딸 리디아와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이런 까닭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초대장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최초 초대자가 누구인지가 프로필에 영구히 기록되기 때문에 초대장의 의미는 더욱 중요해진다.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에 따르면 현재 ‘이베이’에서 초대장은 10~15유로(약 1만 3000~2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클럽하우스’의 운영방식은 다음과 같다. 초대장을 받아 가입에 성공했다면 먼저 프로필에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정치, 경제, 여행, 영화, 음악, 종교 등)를 선택한다. 그 후부터는 알고리즘을 통해 자신에게 알맞은 대화방이 자동으로 추천된다. 대화방의 주제는 정치, 사회, 경제, 예술, 종교, 요리, 독서 등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루고 있을 정도로 매우 다양하다.
각각의 대화방에는 방을 개설한 사회자(모더레이터·Moderater)와 연사(스피커·Speaker)들이 있다. 방에서 대화를 하는 사람들은 사회자와 연사들이다. 청취자(리스너·Listener)와 일반사용자(아더스·Others)는 대화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듣기만 할 수 있다. 이때 각 방의 제한 인원은 최대 5000명이다.
사회자는 대화를 이끌거나 중재하는 역할을 하며, 청취자들에게 발언권을 부여하기도 한다. 만일 대화에 참여하고 싶다면 ‘손들기’ 기능인 화면 우측 하단에 있는 ‘손바닥’ 모양의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는 할 말이 있으니 무대 위로 올라가게 해달라는 요청이다. 사회자가 이를 수락할 경우에 청취자는 ‘연사’ 위치로 올라와서 발언할 수 있다. 만일 방을 나가고 싶다면 ‘조용히 나가기(leave quietly)’ 버튼을 누르고 퇴장하면 된다.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유명인사들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나 벤처 투자자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유명 기업인, 정치인, 연예인들이 하나둘 가입하기 시작하면서 일반인들에게까지 알려졌다. 가령 미국에서는 스눕독이나 패리스 힐튼 등이 집콕으로 인한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올해 2월,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의 블라디미르 테베브와 ‘클럽하우스’에서 설전을 벌이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클럽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실시간으로 지인들과 술집이나 카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유명인들의 대화에 참여하거나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코로나 시대에 가장 적합한 앱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클럽하우스의 최고경영자인 폴 데이비슨. 클럽하우스는 얼마 전 유명 투자자인 안드레센 호로비츠로부터 1억 달러를 투자 받아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사진=폴 데이비슨 트위터
그리고 ‘초대장’이 있어야지만 입장할 수 있다는 점은 마치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팔로어 수보다 누구를 팔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반대로 ‘개방성’도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일단 입장만 하면 전세계 다양한 사람과 대화할 수 있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라디오에 대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하루에도 수억 개씩 쏟아지는 사진, 영상 등에 대한 피로감에서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렇다면 수익모델은 어떻게 될까. 한때 ‘페이스북’으로 돈을 벌려고 하지 않았던 마크 저커버그처럼 데이비슨과 세스도 아직 수익 모델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입장권 판매 및 구독 모델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반면, ‘포쿠스’는 어쩌면 ‘클럽하우스’가 머지않아 ‘스포티파이’나 ‘애플’에 거액에 인수될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음성 기반의 플랫폼이 대세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스포티파이’와 ‘애플’은 현재 팟캐스트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트위터’ 또한 ‘스페이스(Spaces)’라는 자체 클럽하우스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클럽하우스’ 역시 다른 플랫폼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가령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그렇다. 현재 ‘클럽하우스’는 사용자가 직접 차단하지 않는 한 사용자들의 전화번호부에 접근할 수 있으며, 통화 내용은 보안상의 이유로 기록되고 저장된다.
또한 증오 콘텐츠와 가짜 뉴스에 대한 문제도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차별, 인종차별,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는 방들이 점차 많이 개설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대화 내용이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때문에 대화 도중 거짓 정보를 흘리거나 막말을 해도 ‘발언권’을 얻지 못하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잘못된 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트위터’나 증오심이 담긴 텍스트를 걸러내기 위해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페이스북’과 달리 ‘클럽하우스’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미흡하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재 ‘클럽하우스’는 매주 일요일 수천 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현재 상황을 보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안드로이드 사용자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사회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크리에이터 네트워크’ 도입도 논의하고 있다.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포쿠스’는 ‘클럽하우스’의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클럽하우스’를 가리켜 ‘에어팟 세대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라고 언급한 ‘포쿠스’는 그 이유만으로도 코로나 대유행 이후에도 ‘클럽하우스’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요컨대 코로나 시대에 딱 맞는 완벽한 앱이거니와 외로움이 점점 커지는 요즘 같은 때 ‘클럽하우스’가 주는 ‘연결된 느낌’은 가장 큰 무기이자 장점이라는 것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