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IP 확장·사업 다각화 역량 충분…네이버 등 국내외 경쟁업체 상대 우위 확보 관심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양사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공식 출범했다. 사진=카카오엔터 제공
#일찍이 이런 공룡은 없었다
3월 4일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합병을 완료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첫발을 내디뎠다. 카카오엔터는 김성수·이진수 각자 대표가 이끈다. 김성수 대표는 음악·영상·디지털 등 콘텐츠 사업을 중심으로 한 ‘M 컴퍼니’를 책임진다. 이진수 대표는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 지적재산권(IP)과 플랫폼 사업을 중심으로 한 ‘페이지 컴퍼니’와 함께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사업을 맡는다.
이번 합병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페이지는 16개의 자회사·관계사 네트워크를 구축해 약 8500개의 원천스토리 IP를 보유한 글로벌 웹툰·웹소설 플랫폼 기업이다.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콘텐츠를 유통 중이다. 지난해 웹툰·웹소설 거래액은 5300억 원에 이른다. 카카오재팬의 픽코마는 400개 작품을 일본에 서비스 중이다. 지난해 미국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을 비롯해 크로스픽쳐스, 디앤씨미디어, 타파스미디어, 투유드림 등에 투자했다.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 웹툰 플랫폼 네오바자르를 인수해 ‘카카오 인도네시아’를 운영 중이다.
카카오M은 7개의 배우 매니지먼트사와 4개의 음악 레이블사를 포함해 드라마·영화·공연 제작사 30여 개를 거느렸다. 자체 스튜디오에서 모바일, TV, 스크린, 라이브 영역 등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음악·영상 콘텐츠를 기획·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 지난해 카카오M은 예능 콘텐츠부터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한 드라마까지 제작해 공개했다.
카카오엔터는 IP 비즈니스 역량과 플랫폼 네트워크의 결합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걸쳐 콘텐츠 IP의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지의 원천스토리 IP를 활용해 카카오M의 제작사와 배우·아티스트가 영화·드라마 제작에 나서는 것이 대표적이다. 카카오페이지는 2023년까지 웹툰 65편을 드라마·영화로 만들 계획이다. 이 밖에 네이버(브이라이브), 빅히트엔터테인먼트(위버스), 엔씨소프트(유니버스)가 운영 중인 팬덤 플랫폼 사업에도 나설 수 있다.
네이버는 IP·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위해 1조 8633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강력한 경쟁자 ‘네이버’
네이버도 IP·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투자금만 1조 8633억 원에 달한다. 지난 1월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지분 100%를 6억 달러(약 6533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역사상 최대 인수합병(M&A) 사례다. 왓패드는 5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한다. 전 세계 이용자는 9000만 명에 달한다. 북미 시장에 운영 중인 네이버웹툰과 합치면 1억 6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네이버는 왓패드의 IP를 활용해 글로벌 영상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네이버웹툰은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면서 해외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3월 11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사내 강연에서 “한정된 기술과 기획 인력을 국내와 해외 중 어디에 집중시킬지 판단했을 때, 해외에 나가는 게 더 좋은 결정”이라며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 성공은 네이버의 웹툰·웹소설 비즈니스 모델이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와 협업하는 팬 플랫폼까지 더해지면 미국 시장 성공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YG·JYP·SM·빅히트 등 대형 기획사들과도 콘텐츠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7년 YG엔터테인먼트,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에 각각 1000억 원을 투자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 업체 네이버제트에 YG·JYP엔터는 각각 50억 원, 빅히트는 70억 원을 투자한 상태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빅히트와 협업이다. 지난 1월 네이버는 빅히트의 자회사 비엔엑스에 41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네이버가 비엔엑스의 지분 49%를 인수하고, 비엔엑스는 네이버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양수한다. 양사의 브이라이브, 위버스 등을 통합해 새로운 글로벌 팬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플랫폼 운영에서 네이버는 기술 개발을 맡고, 빅히트는 콘텐츠 생산·유통에 집중할 방침이다.
2015년 출시된 브이라이브는 지난 1월 누적 이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했다. 현재 월이용자만 3000만 명이 넘는다. 미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 해외 이용자 비율이 90%에 달한다. 2019년 시작된 위버스는 방탄소년단(BTS) 등 빅히트 소속 가수들부터 FNC엔터, 선미, 씨엘 등까지 활동하는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지난해 위버스가 유통한 BTS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은 191개국, 99만 3000여 명이 관람했다. 티켓 판매액만 491억 원에 이른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CJ그룹과 6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하는 상호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CJ ENM의 3대 주주,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 주주에 올라섰다. 네이버 IP로 제작된 영화·드라마를 CJ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카카오엔터에게 남은 만만치 않은 길
카카오엔터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첫 시작과 함께 진통을 겪었다. 지난 2월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스포티파이가 국내 서비스를 위해 카카오M의 음원을 확보하고자 협상을 진행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카카오M이 보유한 음원을 서비스할 수 없게 됐다. 앞서 2016년 카카오는 애플뮤직이 한국에 진출했을 때도 음원 공급계약을 맺지 않았고 애플뮤직은 시장 공략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애플뮤직과 달랐다. 3월 1일 스포티파이는 카카오엔터의 유통 음원이 계약 만료됐다며 서비스를 중단했다.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는 전 세계 K팝 팬들이 들고 일어섰다. 트위터에는 ‘카카오M아웃(#KAKAKOM_OUT)’, ‘카카오M 스포티파이로 돌아와(#KakaoMBackonSpotify)’ 등의 글이 쏟아졌다. 결국 지난 11일 카카오엔터는 스포티파이의 글로벌·국내 서비스에 자사가 유통을 담당하는 음원들을 제공하기로 했다. 전 세계 음원 스트리밍 구독자의 40%를 보유한 스포티파이의 힘에 항복한 셈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카카오가 후발주자로서 우위를 점한 글로벌 플랫폼사와 이해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카카오엔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기 수익에 집착하기보다는 투자를 통한 콘텐츠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미디어·콘텐츠 사에 지원해주는 것만 믿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