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유시민 단일화 효과 적다
▲ 손학규 대표와 유시민 전 장관의 지지층이 ‘괴리 현상’을 보여 향후 단일화 효과가 적을 것이란 분석이다. 6·2지방선거 당시 함께 개표를 지켜보던 모습. 주간사진공동취재단 |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1월 3일 발표한 정기여론조사(전국 800명, 오차범위 ±3.5%P)에 따르면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는 박근혜(전 한나라당 대표) 33.8%, 유시민 10.0%, 손학규 7.5%, 김문수(경기지사) 6.2%, 오세훈(서울시장) 5.8%, 한명숙(전 총리) 4.0%, 정몽준(한나라당 의원) 2.1%, 이회창(자유선진당 대표) 1.9%, 정동영(민주당 최고위원) 1.8% 순으로 나타났다.
10·3 전당대회 이후 두 자릿수인 11.8%까지 올랐던 손 대표의 지지도는 이번 조사에서 7.5%로 한 달 만에 4.3%포인트나 빠졌다. KSOI는 “손 대표가 당선 후 대여공세를 강화하고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10%대로 지지도가 수직상승했으나, 시일이 지나면서 ‘컨벤션 효과’가 일정부분 걷혔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학규 현상’으로 불릴 정도로 대권주자 경쟁 구도에 파란을 일으켰던 손 대표의 지지율 상승이 ‘반짝 효과’였다는 뜻이다.
KSOI의 분석을 보면, 손 대표는 물론 야권 내 경쟁 구도에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손 대표의 지지도가 추가 상승하지 못한 데에는 대표 당선의 약발이 떨어진 것 이외에 민주당 등 진보성향층 내에 ‘세대 간 괴리현상’이 나타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연령대별 일정수준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안정적인 10% 이상의 지지도가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손 대표의 지지층은 특정연령층에 집중돼 있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즉 현재 4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는 손 대표가 두 자릿수 지지도를 보이고 있지만 20~30대에서는 유 전 장관의 지지도가 높아 손 대표의 지지도 확장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손 대표와 유 전 장관의 지지층 괴리 현상이 곧바로 여권의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유리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지지도는 지난 8월 이후 11월까지 26.5%→31.8%→33.8%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층 내에서 50%의 지지율을 회복하면서 여권 지지층 내 위상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박 전 대표는 지난 7월과 8월 한나라당 내 지지층에서 40%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도를 보였으나 지난 9월 40%대를 회복했고, 이번 10월 조사에서는 49.7%로 사실상 한나라당 지지층 절반이 박 전 대표에게 지지를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상승세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8월 회동 이후 갈등 양상이 사라지면서 한나라당 지지층의 전반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 1차적인 요인이다. 여기에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손 대표가 야권의 차기 유력주자로 급부상한 것이 여권 지지층을 긴장시키며 박 전 대표로의 ‘결집현상’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손 대표의 반짝 상승세는 여권의 결집효과를 낳았을 뿐, 정작 자신의 지지층 확장에는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민간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이숙종)이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10월 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는 박근혜 34.3%, 유시민 6.9%, 한명숙 6.6%, 손학규 5.7%, 김문수 4.7%, 오세훈 4.3% 등의 순이었다.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인 10월 5일 조사에서 31.5%의 지지를 받았던 박 전 대표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인 반면, 11.4%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던 손 대표는 4위로 내려앉았다. 손 대표의 야권 대표주자 위상마저 흔들린 것이다.
EAI는 손 대표의 지지율 하락원인에 대해 “무엇보다 당대표 취임 후 첫 선거였던 10·27 광주 서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3위로 낙선한 데 대한 실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손 대표가 부상하기 전까지 앞서가던 유 전 장관과 한명숙 전 총리가 2, 3위를 차지했지만 이들 역시 10월 3일 조사나 9월 조사에 비하면 지지율이 다소 떨어지거나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손 대표 지지 이탈층을 흡수한 것이 아니라 손 대표 지지율 하락에 따른 순위상의 반사이익을 얻는 데에 그친 것이다.
그렇다면 전당대회 이후 나타났던 ‘손학규 현상’은 거품이 빠진 해프닝에 불과한 것일까. EAI는 이번 조사에서 처음 시도한 ‘대선 예비주자 2순위 조사’ 결과를 근거로 “아직은 손 대표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차기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는 1순위 외에 2순위 선호후보 조사를 병행했다.
대선 주자 1순위 응답과 2순위 응답을 비교해보면 박 전 대표가 총 44.1%(1순위 34.3%, 2순위 9.8%)로 크게 앞섰다. 손 대표는 1순위에서는 5.7%로 4위에 그쳤지만 2순위 응답에서 7.9%를 얻어 총 13.6%로, 한명숙 전 총리(13.5%), 유시민 전 장관(12.5%), 오세훈 서울시장(12.5%)에 미세하게나마 앞섰다. 1순위 지지율과 2순위 지지율까지 합해 보면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확대된 손 대표의 지지층이 완전히 등을 돌리기보다는 지지를 유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인 것이다.
다만 손 대표 지지층은 2순위로 25.5%가 한 전 총리를 꼽았고, 14.9%만이 유 전 장관을 꼽았다. 반면 유 전 장관 지지층의 2순위 지지 주자는 한 전 총리 25.9%, 박 전 대표 16.7%, 손 대표 14.8%의 순이었다. 손학규-유시민 지지층의 경우 이후 야권이 추진하는 단일후보화 과정에서 설사 대연합에 성공하더라도 탈락한 상대후보의 지지층 흡수가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손 대표에게나 유 전 장관에게나 공히 풀어야 할 과제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