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은 ‘춘추전국시대’
대한국당은 새내기 군소정당들 중 9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부패 심판’과 ‘종북좌파 척결’을 내세우고 있다. 전교조 추방운동을 벌인 이계성 전 중랑고등학교 교장과 보수시민단체에서 잔뼈가 굵은 봉태홍 씨가 공동대표직을 맡았다. 봉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보수세력을 우습게 봐 창당하게 됐다. 그래서 500여 개 보수단체가 우릴 지지해주기로 해 이번 총선에 9명 정도는 국회에 보낼 수 있을 것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노인들의 권익을 대변하겠다’며 나선 정당도 있다. 새희망노인권익연대(노인연대). 노인연대 대표는 87년 ‘용팔이 사건’으로 회자되는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처벌 받은 적이 있는 윤영오 무궁화사랑본부 회장이다. 윤 대표는 “대한민국 노인이라면 누구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 창당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좌파 정권 10년 동안 경로사상이 많이 사라졌다. 19대 총선에 국회의원을 배출해 효 사상을 확립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윤 대표는 지난 87년 4월 신민당 상임위원으로서 이택희 전 부총재의 지시에 따라 각 지구당 상황파악 및 연락책임을 맡아보면서 김용남 씨(당시 41세, 일명 용팔이) 등 행동대원 수십 명을 시켜 인천 중남구 지구당 등 통일민주당 소속 6개 지구당 창당대회장에 각목 등을 들고 난입, 폭력을 휘둘러 창당대회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사건 직후 첫 신문기사 제목은 ‘신한민주당 사수 운동’이었다. 그런데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떡고물을 받던 정치부 기자들이 ‘용팔이 사건’이라고 왜곡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의 보수 색이 짙은 정당들 외에 이념을 떠나 실질적인 경제 정책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나선 곳도 있다. ‘중산층 복원’을 당의 기치로 내건 민생경제연대도 그 중 하나다. 민생경제연대의 대표는 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일본 교도통신의 서울지국에 있으면서 87년 ‘6월 항쟁’을 취재한 경험이 있는 장준영 씨다.
장 대표는 “4월 11일 총선 때 단 한 명의 국회의원이라도 배출하겠다. IMF 이전처럼 대기업에서 직원들을 평생 고용케 하여 중산층과 서민들이 경제적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당의 방향을 강조했다.
군소정당일지라도 당의 이념이나 기조는 거대정당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기존정당들과는 창당 취지가 아예 다른 특이한 당도 있다. 시민당의 후신으로 ‘중고새내기’나 마찬가지인 겨레시민연대다. 이 당의 공동대표 중 한 명인 류승구 씨는 “(겨레시민연대의 창당은) 단군의 홍익인간 사상을 비롯한 고대역사의 가르침으로 현대사회의 병폐를 고치기 위한 것”이라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류 대표는 17대 대통령선거 당시 예비후보였다. 대부분의 군소정당들은 뜨거운 열정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공약준비가 덜 돼 있는 등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박영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