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위원 사이에서도 의견 엇갈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오는 3월 19일 정기회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제한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임준선 기자
14일 삼성과 준법위에 따르면 오는 19일 준법위 정기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문제가 정식 안건으로 채택될 전망이다. 안건은 수일 내로 확정될 예정인데, 최근 취업제한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진 만큼 정식 안건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준법위는 지난 2월 16일 열린 정기회의에서 이에 대해 1차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 2월 법무부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 받고 수감 중인 이 부회장에게 취업제한 대상자라고 통보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르면 5억원 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해당 범죄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다만 취업제한 대상을 ‘형 집행이 종료된 경우’로 명시해 집행 중인 상태에서는 적용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한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은 형이 집행 중인 데다 미등기 임원이면서 보수도 받지 않고 있으므로 취업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만큼 수감 중이더라도 부회장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 10일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전자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이 부회장의 해임을 의결할 것을 요청했다.
준법위원들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 조항에 명시된 것처럼 형 집행이 종료된 이후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법의 취지를 폭넓게 해석해 수감중이라도 물러나는 게 맞는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도 취업제한 조치로 경영에서 한시적으로 물러난 바 있다. 김승연 회장은 2014년 2월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뒤 법 규정에 따라 회장직을 포함해 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다.
130억 원대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최근 집행유예 기간은 취업제한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소했다. 박찬구 회장에 패소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은 ‘형이 집행 중인 상태에서도 취업제한이 적용된다’는 취지로 법 조항을 폭넓게 해석했다.
만약 이 부회장이 부회장직을 내려놓을 경우, 공식적으로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사면복권이 되거나 법무부에 취업 허가 신청을 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부회장의 준법위는 취업제한 문제의 결론을 내릴 경우 공식 입장을 발표할 방침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