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의약품 수요 커지며 고속성장…직원들 “꼰대문화 없다” 평가 속 ‘전배 공고’ 기다려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인근 신호등에 초록 불이 켜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4공장 착공, 그 이후 준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오 업계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에서는 5공장 건설 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1, 2공장을 풀 가동 중인데, 연내 3공장 가동률도 100%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당초 2023년 가동될 예정이던 4공장이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부분 가동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4공장은 지난해 11월 착공식을 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에서 공격적인 증설 의견이 나오는 것은 예상보다 많은 일감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업체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의약품 수요는 늘어나는 데 비해 경쟁사들의 생산은 차질을 빚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공장까지 가동하게 되면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CMO업체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 1위는 론자이며, 론자는 연 매출이 7조 원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 기준으로 현재 세계 3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9년 7016억 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조 1648억 원으로까지 늘었다. 영업이익은 917억 원에서 2930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매출이 30% 안팎 늘어나고, 영업이익은 5000억 원 안팎까지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공장도 해외 제약사들과 개발 초기 약품에 대해 8개의 제안요청서(RFP)를 체결할 정도라 예상보다 빨리 수주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장을 새로 지으면 지을수록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된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건설에만 1조 740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4공장이 건설되면 임직원 1850여 명이 신규 채용되며 별도로 건설인력 6400여 명이 고용된다. 회사 측은 생산유발효과로 약 5조 7000억 원, 고용창출효과로 약 2만 7000명을 예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력은 지난해 3분기 보고서 기준 임직원을 모두 합쳐 2884명이다. 4공장의 고용 인력이 기존 임직원수의 65% 수준에 달할 정도로 큰 것은 4공장은 세포주 개발부터 완제 생산까지 한 공장 안에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슈퍼 플랜트’이기 때문이다. 또 생산량이 25만 6000ℓ(리터)로, 현재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시설인 3공장(18만ℓ)을 넘어선다. 연면적 또한 약 23만 8000㎡로 1·2·3공장의 전체 연면적 24만㎡에 육박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공장을 지으려면 부지부터 확보해야 한다. 기존에 확보한 부지는 4공장 건설로 모두 소진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장 외에 제2바이오캠퍼스를 지을 계획인데, 이미 부지 확보에 나선 상황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캠퍼스 설립을 위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33만㎡(10만 평) 규모의 부지 확보를 협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간관리자급 부족 평가에 전배 공고설 모락모락
이런 가운데 지난해 진행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전배는 삼성전자 내부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반도체에 비해 위계질서가 약하고 직장 만족도가 높은 세트부문에서도 적지 않은 신청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우리 팀에서만 복수의 직원이 전배 신청을 내겠다고 해서 선배들이 눌러 앉히려고 면담을 해야 했을 정도”라며 “이직한 직원들이 만족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전배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옮긴 직원들은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한 직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직원 평균 연령이 30세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그 때문인지 속칭 ‘꼰대 문화’가 없다”면서 “전 직장에서는 소리를 지르는 상사 때문에 힘들었는데, 이곳에선 평상시에도 상사들이 존댓말을 사용할 정도”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단점이라곤 길어진 출퇴근 시간밖에 없다. 그마저도 회식이 적어 버틸 만하다”고 덧붙였다.
전배와 동시에 송도로 이사했다고 밝힌 삼성바이오로직스 다른 직원은 “처음엔 송도로 출퇴근을 해야 한다는 점이 걱정됐는데, 아예 이사를 했더니 빡빡한 서울살이에서 벗어나 만족도가 2배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러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삼성그룹 라운지에선 아예 전배 상담이 이뤄지곤 한다. 개인 메시지를 통해 본인의 전공이나 직무 등을 설명한 뒤 삼성바이오로직스 내에 유사 업무가 있는지 문의하는 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또 다른 직원은 “바이오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기존 회사에서 옮겨와도 적응할 수 있을지 염려하는 계열사 직원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 생산 중심이다 보니 기존 기계 및 설비 경험자라면 크게 부담 갖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배 공고가 뜰 것이라는 기대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앞서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젊은 조직이다 보니 과장급인데도 그룹장을 하는 사례가 있고, 연차 대비 과도한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최근 사세도 가파르게 확장하고 있고, 때마침 다른 계열사들은 인력 재조정 필요성이 있어 조만간 공고가 뜰 것이란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기대와 달리 현재 전배와 관련된 회사 측의 공식적인 움직임은 없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전배 계획은 담당자들이 아닌 이상 알 수 없다”면서도 “바이오 업군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이나 이직한 직원들의 평가가 나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