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사소한 것에 연연하라
▲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
맞벌이 부부 직장여성인 K 씨는 회사 감사기간인 요즘이 1년 중 가장 힘들다. 특히나 오늘은 더 바쁘고 정신없는 날이었다.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온 K 씨는 그제야 세탁물을 찾아오지 않은 게 기억났다. 내일 입어야 할 옷인데 다시 나가자니 너무 피곤하고, 그렇다고 안 찾을 수도 없는 노릇. 현관에서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잠시 망설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퇴근한 남편이 현관에 들어섰다. K 씨는 남편에게 옷을 찾아와 달라고 부탁할 참이었다. 그런데 반갑게도 남편 손에 그 세탁물이 들려있었다. 어제 “내일 중요한 미팅에 입고갈 옷을 세탁소에서 찾아와야 한다”는 아내의 말을 기억해서 혹시나 싶어 들렀던 것이다.
K 씨는 자신의 수고를 덜어준 것은 물론, 무심결에 한 말까지 기억하고 챙겨주는 남편의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남편을 꽉 안아주었다. 남편은 “이게 그렇게 감동할 일이냐”며 쑥스러워했지만 그녀는 남편의 이런 배려로 인해 감동받을 때가 많다.
K 씨 남편은 사근사근한 성격도 아니고 분위기 잡으면서 여자의 마음을 뛰게 할 줄 아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K 씨가 알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사소한 것에 연연해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듣고 하곤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남녀관계에서는 사소한 것들이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흔히들 연애할 때는 강하고 열정적인 것을 선호한다. 남들 해본 거 다 해보고 싶고 남들 안한 것도 해보고 싶다. 거창한 이벤트도, 화려한 선물도 좋아하기 마련이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 뭐든 의미를 두고 싶고 기념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생일을 비롯해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날들 말고도 만난 날수를 계산해 100일, 200일 등을 기념하려 한다. 물론 두 사람에게 의미 있는 날들을 특별하게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매일 매일을 그렇게 보낼 수는 없다. 그 사이 사이의 시간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관계가 오래 지속되고 깊어질수록 커플들은 삶의 작은 부분이나 짧은 순간들도 함께 공유하게 된다. 그들의 일상은 사실 사소한 말과 행동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작은 냇물이 모여 강이 되고 바다가 되듯, 이벤트에서 얻는 감동보다는 이런 사소한 순간의 감동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있다는 충만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두 사람은 비로소 하나가 되는 것이다.
♥순간 순간을 즐겨라
연애 2년째인 L 씨는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생 기억에 남을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고민하던 그가 선택한 방법은 두 권의 앨범 만들기다. 하나는 자신이 그녀로 인해 행복했던 순간들을 사진과 글로 채우고, 나머지 하나는 앞으로 자신이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뜻으로 빈 채로 함께 주면서 프러포즈를 했다. 남이 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의 진심을 담아 소박하게 전달된 그의 프러포즈는 그녀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사랑은 헌신 배려 우정 성실 같은 것들이 기반이 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런 뜬구름 잡는 말들보다는 상대가 평소에 보여주는 모습들에서 우리는 사랑을 확인하곤 한다. 상대가 손 시려 하는 걸 보고 자신의 장갑을 벗어주는 것은 장갑을 사주는 것보다 더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한다.
사랑하는 사이에 사소하다고 해서 의미 없이 지나칠 일은 하나도 없다. 거창한 방식으로 사랑에 접근하거나 사랑을 확인하려 하지 말고 평소 상대가 보여준 사소한 모습 속에서 진심을 찾을 필요가 있다.
드물게 하는 거창한 애정표현보다는 일상 속에서 시시때때로 작은 사랑의 순간들을 만드는 것이 더 좋다. 이벤트가 아니니 쑥스러울 것도 없다. 그냥 애정 어린 작은 몸짓, 말 한마디로 두 사람은 더욱 밀착되기 마련이다.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