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기관서 글쓰기 강연 “문학이 죽었다” 비판…“홍보 마케팅일 뿐, 뭐가 문제?” 학생들은 감개무량
중국의 대작가 위화가 한 입시학원에서 거액을 받고 강연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위화가 2017년 5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해외작가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위화가 ‘대작가’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내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작가다. 프랑스를 비롯해 해외에서 여러 훈장도 받았다. ‘인생’, ‘형제’, ‘허삼관 매혈기’ 등 쓰는 작품마다 작품성은 물론 상업성에서도 대성공을 거뒀다. 위화의 소설 ‘살아있다’는 개혁·개방 이래 가장 영향력이 큰 순수문학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10일 한 네티즌은 자신의 SNS에 위화 사진을 올렸다. 위화가 무대에 올라 입시에서 어떻게 작문을 하는지에 대해 강연을 하는 모습이다. 그는 사진 밑에 “문학이 죽었다”라고 썼다. 여기에는 ‘순수문학은 쇠퇴했다’와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 사진이 공개된 후 공방이 뜨겁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초반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위화를 강연자로 내세운 곳은 징뤠교육이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고급 사교육을 하는 기관으로, 엘리트를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08년 설립된 이후 350만 명의 학생을 배출했고, 이들 대부분이 학업의 꿈을 이뤄 성공적인 엘리트의 삶을 살고 있다고 홍보한다. 위화는 강연에서 “내 손자도 징뤠의 프리미엄 레슨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런 고액 엘리트 사교육 기관에 대중적 인기가 높은 순수문학 작가가 강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위화의 작품을 인용, “형제들이여, 이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꼬집었다. 상업적 광고에 나선 위화를 비꼰 것이다. 3월 21일 제일제경일보는 “인민들은 그들(순수문학 작가, 학자)이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발언을 하기를 기대한다. 이게 상업적 마케팅 모델과 충돌한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갈수록 위화를 옹호하는 기류가 높다. 상하이사회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통상적인 광고 마케팅에 불과하다. 징뤠교육엔 그동안 여러 유명인이 홍보를 위해 강연을 했다. 그런데 모델이 작가로 바뀌자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나오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3월 15일 광명일보는 “누구나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부를 추구할 수 있다. 유명 작가도 예외는 아니다. 지식인과 ‘빈곤’이 동일하다는 케케묵은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한 누리꾼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모옌은 마오타이 행사에서 건배사를 했다. 시인 위수하도 대기업 홍보 현장에서 시를 쓴 적이 있다”면서 “이에 비해 위화는 작문을 가르치고 있다. 훨씬 더 그럴싸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위화가 직접 글쓰기를 전수한다는 것에 감개무량해 하는 입시생들도 적지 않다. “글쓰기에 흥미가 생겼다”라는 학생도 눈에 띈다. 덩달아 위화의 과거 입시 경험담도 화제를 모았다. 위화는 과거 대담 프로, 그리고 ‘19년 전의 일차고’라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입시 경력을 고백한 적이 있다.
1977년과 1978년 두 차례 입시를 본 위화는 모두 낙방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의 기억을 “시험 점수가 나오는 날, 나는 두 명의 동창과 거리에서 놀고 있었다. 선생님이 우리를 불렀다. 목소리가 격앙돼 있었다. ‘수능 점수가 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설레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너네 다 떨어졌다’고 했다”고 썼다.
이런 대작가의 ‘실패담’에 용기를 얻는 입시생들도 있는 것 같다. 실제 위화는 강연에서 작문보다는 수험생들이 인생의 도전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격려하고, 그 과정에서 문학을 좋아해보라고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화의 강연을 두고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우선, 위화가 입시 작문을 가르치기에 부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순수 작가의 글쓰기와 합격을 위한 작문은 차원이 다르다는 이유다. 중산대 류쥔창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글짓기와 눈문(입시)의 차이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으로 단절돼 있다. 작가의 글쓰기는 관점과 사상을 우선한다. 깊은 성장 경력, 세상의 통찰 등이 담겨 있다. 위화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중고 학생들의 입시 작문은 일정부분 정해진 틀 안에서 글재주를 단련하는 것이다. 관점을 연마하는 것은 어렵다. 작가가 전문 훈련을 받은 중학교 국어 교사보다 더 잘 가르칠 수는 없다.”
이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과연 지금처럼 기교를 중시하는 입시 글쓰기가 진정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2020년 저장성 대입 논술 만점을 받은 ‘나무에 살다’라는 글은 미사여구가 화려하고, 경전의 근거를 인용해 채점자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글이 공개된 후 작가들, 누리꾼들은 ‘사람을 위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화려한 언어 아래 빈약한 사상만 늘어놨다고 혹평을 쏟아냈다.
입시를 위한 글쓰기는 엄연히 존재한다. 또 순수작품과 입시 작문의 평가 기준도 다르다. 그러나 높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은 기교가 좋을지는 몰라도, 글을 모를 가능성은 높다. 한 전문가는 “요즘 수험생들은 문학에 관심이 없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다”면서 “위화가 수능 작문과 연계된 것은 가치가 있는 일이다. 입시 국어와 순수 문학은 서로 교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