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하면 샤오미” 레이쥔, 머스크 만난 후 사업 준비…바이두·화웨이·알리바바도 도전장 만지작
2019년 11월 중국 세계 5G 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는 레이쥔 샤오미 회장. 사진=연합뉴스
샤오미의 전기자동차 사업 진출을 둘러싼 소문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샤오미 창업주 레이쥔은 2013년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를 만난 뒤 “테슬라의 치솟는 주가와 높은 지능화가 감동시켰다”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레이쥔은 머스크에게 “왜 테슬라를 만들었냐”, “테슬라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냐” 등의 질문을 던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레이쥔은 머스크를 만나기 전까지 신에너지 자동차 사업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샤오미 관계자 등에 따르면 레이쥔은 신에너지를 활용한 자동차 개발은 실패할 확률이 낮아 사업적으로 큰 매력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머스크를 만난 후 레이쥔의 생각은 이렇게 바뀌었다.
“신에너지 자동차 사업은 누군가는 꼭 완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누군가에겐 미루기 싫다. 진짜 기업가는 이윤을 위해서가 아닌, 인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출발한다.”
레이쥔이 머스크를 만난 다음 해인 2014년 샤오미가 군사차량 영역에 도전할 것이란 추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무산됐다. 내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당시 샤오미는 휴대전화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던 때라 다른 부문으로까지 진출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샤오미 관계자는 “2013년부터 자동차 사업에 포석을 두고 가동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샤오미는 2015년부터 자동차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2015년 187건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100건 안팎의 특허를 출원했다. 지난해엔 141건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추정되고, 올해는 113건으로 예상된다. 샤오미는 특허 출원한 상품을 자동차 업체에 적용하고 있다.
레이쥔이 설립한 순웨이캐피털은 2015년부터 울래자동차, 샤오펑자동차에 투자해왔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두 회사는 샤오미 투자로 인해 현재 안정적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울래자동차 시가총액은 지난해 14배 폭등했고, 샤오펑자동차는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자동차 업체 시가총액 순위에서 ‘톱10’에 진입했다. 2017년 7월 샤오미는 베이징자동차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2019년 회사 송년회 때 레이쥔은 중대 발표를 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플랫폼의 결합’을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모든 스마트기기를 사물인터넷에 연결해 완벽한 스마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이었다. 현재 이 플랫폼에 연결된 스마트 기기 수는 2억 9000만 대, 가입자 수는 560만 명으로 나타났다. 연결된 제품 서비스는 전 세계 6000만 가구를 넘어섰으며 플랫폼 접속 제품은 이미 2000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테슬라 자동차.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선 레이쥔 회장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구상은 신에너지 자동차 사업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본다. 2019년 송년회 때 레이쥔 회장은 “신에너지 자동차와 사물인터넷+인공지능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사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
샤오미는 스마트폰 사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덩치를 키워왔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이 아닌 에너지차가 더 큰 중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1분기는 11.7%, 2분기는 16%가 감소했다. 샤오미를 비롯해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출하량은 정체 상태다. 샤오미가 “이제 차를 만들려고 한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 이유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자동차는 휴대전화보다 훨씬 만들기 어렵다. 막대한 초기 비용도 부담이다. 성공을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차량 한 대를 완성하기까지 무수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자동차 사업 진출을 노렸던 굵직굵직한 회사들이 쓴 잔을 마셔야 했다.
하지만 샤오미 측은 10년 전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든 것처럼 몸을 사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샤오미 관계자는 “젊은이들이 생애 첫 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앞서 언급했듯 샤오미는 차근차근 준비해오고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샤오미는 자동차의 정속 운항, 에너지 보충, 차량 제어, 내비게이션, 보조주행 장치 등의 특허를 신청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스마트 시스템이 필요하다. 스마트 시스템 하면 샤오미의 장점”이라고 했다.
현재 중국은 그야말로 신에너지 차 열풍이다. 지난해 ‘테슬라 효과’를 톡톡히 본 재계 거물들은 일제히 자동차 사업을 노리고 있다. 샤오미뿐 아니라 화웨이, 창안, 알리바바 등도 현재 신에너지 차와 관련된 뉴스에 휩싸여 있다. 불발됐지만 애플과 현대자동차 간 협업 소문은 한때 중국 재계의 뜨거운 이슈였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인 바이두의 경우 1월 11일 자동차 업체인 지리와 함께 전기자동차 회사를 설립했다. 바이두는 2019년 1분기 상장 이후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전통적인 검색으론 성장에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자 바이두는 샤오미와 마찬가지로 사물인터넷 플랫폼 전략을 꺼냈고, 이를 신에너지 차와 접목하려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바이두가 자동차에 힘입어 ‘제2의 성장 곡선’을 구축할 수 있을지가 시장의 관심사”라고 평가했다.
신에너지 차 스타트업 업체인 리샹(Lixiang)의 이상 CEO는 2월 22일 내부 구성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신에너지 차는 향후 10년 동안 초고속 성장을 할 것”이라면서 “움직이는 집(스마트 전기차)을 완성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이상은 충전의 획기적인 편의성, 신에너지 차 생산에 걸맞은 인재 발굴 및 조직 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승강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 신에너지 차 판매량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1월에만 15만 8000대가 팔렸다. 전년에 비해 281.4% 증가했다. 통상 설 연휴를 앞둔 1월은 자동차 비수기다. 올해는 확연히 달라졌다. 신에너지 차 판매가 폭발하면서 주문량이 쏟아졌다. 수요가 늘어나 차를 기다리는 대기 시간도 늘었다.
국무원이 발행한 ‘신에너지 차 산업 발전 계획’에 따르면 2025년 신차 판매의 20%가 신에너지 차가 될 전망이다. 2025년 500만 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책을 내놓는 모습이다. 이미 지난해 4월 당국은 신에너지 차 보급과 재정 보조금 정책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국은 이를 2022년까지 연장하고, 올해 7월엔 신에너지 차 ‘하향 행사’를 열어 농촌지역 신에너지 차 활용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