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콜러 ‘얼굴 인식 카메라’ 언론에 고발당해…프라이버시 침해 및 범죄 악용 가능성
중국의 한 시민이 검문대를 통과하자 저절로 얼굴 정보가 기록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CCTV 기자는 상하이에 위치한 콜러 3개 지점을 방문했다. 이곳 모두 얼굴인식 기능을 갖춘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이 카메라는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면 얼굴 정보를 자동으로 기록한다. 콜러 지점 한 매니저는 “손님이 왔다고 가정해 보자. 이 손님이 우리 지점에 다녀갔다는 알림이 다른 지점들로 간다. 카메라를 통해 수집한 얼굴 정보를 통해서다. 그 손님이 B 지점으로 가면 어떻게 접대할지, 또 어떤 가격을 제시할지 준비할 수 있게 된다”고 귀띔했다.
얼굴은 개인만의 생체인식 정보다. 많은 사람들이 결제, 통장 등의 비밀번호로 쓰고 있다. 사용자가 자신의 얼굴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 유출될 경우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국가시장관리감독총국이 발표한 ‘개인정보안전규범’에도 얼굴 정보에 대한 규정이 명확히 포함돼 있다. 얼굴 정보를 수집할 땐 개인정보 주체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2021년 1월 1일 정식으로 시행된 ‘민법전’ 제1035조에도 얼굴정보는 본인 또는 보호자의 동의하에 수집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CCTV 취재 기자는 콜러 지점에 설치된 카메라의 제조업체 책임자를 찾아갔다. 그는 콜러 지점에 설치돼 있는 얼굴인식 카메라가 자사의 제품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이 책임자는 “전국 모든 매장에 설치했다”고 실토했다. 이 책임자는 기자가 콜러 매장에 방문했던 시간을 알려주자, 바로 기자의 사진과 지점 방문 정보를 확인해줬다. 2분도 안 되는 시간에 모두 세 번 얼굴이 찍혀 있었다. 각도는 달랐지만 얼굴을 인식하는 번호는 동일했다. 기자가 다녀간 가게마다 똑같은 얼굴 정보가 저장돼 있었다.
CCTV 기자는 “가게에 들어온 고객들의 동의도 없이 얼굴 번호로 ID가 생성된다”면서 “고객 몰래 프라이버시, 재산상의 침해를 가져올 수 있는 얼굴 정보를 몰래 빼낸 것”이라고 했다. 카메라 제조업체 책임자는 “업체들에게 전문적인 얼굴 정보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지금 마스크를 안 쓰면 인식률이 95%다. 마스크를 쓰면 80%대 정도”라고 말했다. 이 카메라는 놀랍게도 고객의 성별, 연령, 심지어는 기분 상태까지도 분석이 가능했다.
CCTV 취재진은 또 다른 얼굴인식 카메라 업체를 취재하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독일 자동차 업체 BMW가 그들의 고객이라는 것이었다. 이 카메라 업체 대표는 취재 기자를 데리고 선전의 BMW 한 대리점을 방문했다. 기자가 대리점 입구를 통과하자 카메라 업체 사장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BMW 대리점 시스템에 접속한 뒤, 기자의 얼굴 정보를 찾아냈다.
카메라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 장비는 일반 감시카메라와 같다. 고객들의 정보를 모두 자동으로 취득할 수 있다. 동의 같은 그런 걸 구할 필요는 없다”고 털어놨다. 앞서의 카메라 업체 책임자는 “얼굴인식 카메라가 너무 많아 전국에 몇 개 설치돼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면서 “현재 누적된 얼굴 정보량은 수억 개 이상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인들은 이 얼굴 정보들을 다양하게 활용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고객들의 얼굴을 보관하고 있다가 방문할 경우 저절로 통지가 되는 등의 시스템이다. 한 상인은 “사람에 라벨을 단다고 보면 된다. 문제가 있었던 고객이 우리 가게를 나가서 다른 가게를 가도 모두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은 고객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이 나간 후 누리꾼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BMW나 콜러 매장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산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너무 무섭다. 눈만 보이고 다녀야 할 것 같다. 아니, 선글라스를 착용해 눈도 안 보이게 해야 한다. 도청 수준으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