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현질 A씨 ‘불법 매크로’ 솜방망이 처벌에 원성 쏟아져…웹젠 “제재 기준 악용 우려 비공개, 의혹 사실무근”
게임개발사 웹젠에서 2020년 8월 출시한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R2M 유저이자 BJ 활동도 하는 조신열 씨의 말이다. 웹젠은 1년 매출 3000억 원에 영업이익 1000억 원 정도 되는 중견 게임회사다.
R2M 게임을 두고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사진=웹젠
최근 온라인 게임업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큰 논란이 됐다. 게임 이용자들은 투명한 확률 공개를 요구하며 트럭 시위까지 나서고 있다. 트럭 시위는 해당 게임사를 질타하는 표어를 붙인 트럭을 게임회사 앞에 갖다 놓는 시위 방식을 말한다. 특히 국내 1위 게임사 넥슨 게임들이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게이머들은 넥슨이 내놓은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등에 시정을 요구하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마비노기 유저들은 1월 말부터 넥슨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넥슨이 마비노기 ‘세공’ 아이템 확률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아이템에 특별한 능력을 부여하는 세공 아이템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어떤 확률로 결정되는지 알 수 없던 유저들은 결국 불매운동을 개시했다.
메이플스토리도 비슷한 맥락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2월 넥슨은 게임 패치를 단행하면서 적은 수정사항을 통해 그동안 동등한 확률인 줄 알았던 추가 옵션 효과가 각 옵션별로 달랐다는 것이 드러나게 됐다. 이에 게이머들은 속았다며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사용자와 게임 회사 사이의 공정하고 투명한 관계가 게임업계 화두가 되고 있다. ‘옵션이 뭐길래’라고 하기에는 게임회사인 넥슨 매출은 한 해 3조 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크다. 유저들은 많으면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로 결제하기 때문에 이 같은 작은 확률에도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확률보다 민감할 수 있는 공정성 시비가 웹젠 게임 R2M에서도 일어났다. 웹젠 게임 R2M은 모바일 게임이다. 이 게임은 다중 접속, 자동 사냥, 화면 녹화 프로그램 등을 제재하고 있다. 제재 수위는 영구 정지로 매우 강력한 편이다.
웹젠은 R2M의 제재할 아이디를 모아서 2~3일에 한 번씩 발표한다. 현재 100회차까지 제재 리스트가 나왔다. 한 게임 사용자는 “지인들과 같은 와이파이로 접속했다가 아이디들이 전부 영구 정지됐고 풀어주지도 않았다.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했는데 억울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악성 이용자를 강력하게 축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렇게 강력했던 웹젠의 제재 리스트가 갑자기 솜방망이로 변한 게 딱 한 번 발생한다. 바로 3월 4일 99회차 제재였다. 이때는 지금까지 영구 정지로만 일관하던 웹젠이 갑자기 일주일 정지로 제재 수위를 낮췄다. 그리고 다음 3월 11일 100회차 제재에서는 다시 영구 정지로 수위를 높였다.
웹젠 측이 내놓은 99회차 제재 리스트에 대한 설명. 사진=R2M 공식 커뮤니티 캡처
왜 99회차에서만 제재 수위가 바뀌었을까. 많은 R2M 유저들은 99회차에 핵과금러(엄청나게 과금을 많이 하는 유저)인 A 씨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웹젠은 99회차 전까지는 별다른 설명 없이 영구 이용정지를 줬다가 99회차에서만 일주일 정지로 바뀌자 유저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실제로 영구 정지를 당했던 유저가 웹젠에 항의하자 웹젠 측은 “해당 유저들은 2020년 10월에 경고 조치가 진행된 뒤 5개월 동안 추가로 이용제한이 진행되지 않아 2차 경고를 줬다”면서 “이용제한 기준의 정보를 공개했을 시 교묘하게 악용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웹젠 관계자는 “조 씨 외에 문제삼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불만이 많다는 것은 과장됐다”고 밝혔다. 이어 “매크로 프로그램 단속은 99차가 처음이라 1차 경고를 준거다. 99차 이전에는 매크로 프로그램 단속이 없었다”면서 “규정상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은 영구 정지지만 첫 번째 단속인데 어떻게 바로 영구 정지를 시키나. 그래서 첫 번째는 경고로 한 거고 100차부터는 다시 영구 정지로 바뀐 거다. 제재 리스트에 유명인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는 제재 수위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저들은 “매크로 프로그램 단속은 과거부터 있어 왔다. 이번이 절대 처음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의 조 씨는 “99차에 포함된 제재 리스트에는 A 씨가 포함돼 있었다. 약 7개월 된 게임 R2M에 A 씨는 1억 원 이상 현질한 유저로 알려져 있다. 서버에서 10위 안에 드는 유저다 보니 차마 영구 정지를 못하고 일주일 정지한 것 아니겠나. 그것도 적발된 4개 캐릭터 가운데 일주일 정지라도 받은 건 한 개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A 씨를 밝혀낸 건 또 다른 유저가 녹화프로그램으로 불법 매크로를 사용하는 걸 촬영해 공개하면서다. 그런데 일주일 정지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자 유저들은 일제히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쓰더라도 과금하면 7일, 무과금은 영구 정지냐”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영상 없이 의심만으로도 영구 정지를 받았던 유저들도 있는데 이들은 영상까지 있는데도 빠져나가자 더욱 분개하게 됐다고 한다.
불법 매크로 사용이 의심되는 유저가 오히려 다른 유저들을 조롱하고 있다. 사진=R2M 공식 커뮤니티 캡처
이용자들은 이들이 불법 프로그램을 쓰고도 별다른 처벌 없이 빠져나갔다는 내용을 공개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히려 A 씨 측은 이런 이용자들을 조롱했다. A 씨는 “왜 짖다말고 어디 갔나”면서 “늬들이 이런다고 우리한테 타격 안 온다”면서 웃었다.
조 씨는 “나도 지금까지 5000만 원 정도 결제했는데 게임을 할 맛이 안 난다”면서 “많은 유저가 이런 사태를 겪고 게임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됐다. 계급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는 멀티 매크로를 계속 써도 처벌을 안 받고 있는 상황이 황당할 뿐이다. 눈앞에 돈 몇 푼보다는 게임 전체를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웹젠 관계자는 “제재 수위와 서버 유명인 포함 여부는 절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