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지점 유치 위해 콜비 깎아주거나 기존 지점 기밀 넘긴 정황도
코로나19로 언택트 사회가 트렌드가 됐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레 배달도 엄청나게 늘고 있다. 2019년보다 약 2배 늘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배달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그 그늘도 커져가고 있다.
2020년 12월 한 달 동안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결제금액은 1조 4407억 원으로 역대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 와이즈앱, 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두 서비스의 연간 결제금액은 2018년 3조 9000억 원, 2019년 7조 원, 2020년 12조 2000억 원으로 추정됐다. 12조 2000억 원은 최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쿠팡이츠, 배달통 등을 제외한 수치로 실제 배달 앱 시장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앱에서 배달을 주문하고 고객이 집에서 받기까지 과정은 다음과 같다. 고객이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앱에서 주문을 하면 배달앱은 가게로 주문을 넘겨준다. 가게는 배달대행 서비스를 쓸 수도 있고 직접 배달 기사를 고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 배달대행 서비스를 쓰는 분위기다. 식당이 배달 기사를 직접 고용하기보다는 건마다 돈을 주는 게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매출이 크고 사람들이 직접 사용하는 만큼 배달 플랫폼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배달 중개 서비스가 커지는 속도는 플랫폼보다 빠르다.
배달대행은 각 업체마다 관리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본사, 총판, 지점으로 각 역할이 나뉜다. 본사는 대형 프랜차이즈 배달을 통으로 수주하는 B2B 계약을 맺어 이를 지점에 분배하거나 배달대행 서버를 운영하며 각 총판 지점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총판은 지점을 유치하고 관리하면서 주문이 들어오면 이를 적절히 지점들에게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지점은 배달대행 업체와 계약을 맺은 식당에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기사를 파견하는 역할이다. 지점은 식당들과 계약을 맺어 한 달에 관리비 명목으로 일정 비용을 받을 수 있고 주문마다 일정액을 분배 받는다.
배달대행 시장 성장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매경이코노미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을 포함한 배달 시장 전체 규모는 2014년 10조 원에서 2019년 23조 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배달대행 시장은 2014년 1조 원에서 2019년 7조 원까지 커졌다고 한다. 다만 배달 시장 급성장과 함께 그늘도 커지는 분위기다. 시장이 커지면서 배달대행 서비스 사이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다 못해 과열 양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성북구에서 배달대행 업체를 운영하는 문 아무개 씨는 황당한 상황을 겪었다. 문 씨는 A 회사 지점을 4년 정도 운영해왔다. 그런데 최근 문 씨의 지점과 가맹점 사이의 계약 사항이 타 배달대행 업체 지점에 넘어간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문 씨는 “A 회사 본부장인 구 아무개 씨가 B 회사 지점 김 아무개 사장에게 찾아갔다. 구 본부장은 ‘A 회사로 넘어오면 문 씨가 위탁 계약한 가맹점 정보를 줄 테니 넘어오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면서 “구 본부장이 400개 가맹점 정보를 노트북으로 보여준 걸 김 사장이 찍어서 내게 전달해줬다”고 말했다. 문 씨는 “김 사장이 내게 사진을 전달해주면서 ‘내가 A 업체로 갔다가 똑같은 일을 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알려주는 거다’라며 당시 찍은 사진을 건넸다”고 덧붙였다.
문 씨가 김 사장에게 전달받은 사진. A 회사 본부장이 문 씨와 계약한 가맹 계약 내용을 보여줄 때 찍었던 사진이라고 한다. 사진=문 씨 제공
문 씨는 “배달대행 업체를 차리려고 적지 않은 돈을 썼다. 오토바이 구입하고 지점 차리고 하다 보니 2억 정도 쓴 것 같다. 4년 동안 오전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365일 쉴 틈 없이 일을 했지만 본사가 내 피 같은 정보를 영업용으로 쓴 걸 납득할 수가 없다. 반드시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문 씨는 3월 A 업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상태다.
또 다른 배달대행 지점 사장 C 씨도 “지점이 어떻게 되든 말든 일단 지점을 이쪽으로 끌어들여 몸집을 불리고 매출을 키워서 회사 가치를 키우는 데만 관심이 있다. 지점이 죽든 말든 관심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과거 편의점 업계 점포 영업점 유치 경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갑질처럼 보이는 일을 겪지만 증거를 잡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고 한다. 총판으로 들어오는 주문을 지점마다 매칭해주는데 콜이 어느 지점만 뚝 끊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C 씨는 “총판에 속한 지점마다 몇 건을 받는지 모르기 때문에 체크할 수 없지만 유독 적은 지점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배달대행 업체는 콜비를 깎거나 분배 수수료를 줄이는 등으로 점포 유치를 한다. 콜비는 1콜마다 100원 정도 하지만 신규 점포에게는 50원으로 줄여주는 식이다. 콜비가 모이면 한 달에 수백만 원에 이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돈이다. 하지만 이미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에게는 하늘에 별 따기다. C 씨는 “이미 잡힌 물고기에게는 절대 좋은 제안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옮기자니 여러 가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행태가 누구에게 좋은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