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밥상 차리기’ 약발 안받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한나라당 의원 초청 만찬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환담을 나눴다. 사진제공=청와대 |
그런데 최근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차기 대선주자들의 경쟁구도와 큰 연관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놔 눈길을 끈다. 또한 이들은 지지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박 전 대표 지지율에 담긴 ‘불안감’도 지적하고 있다. 최근의 지지율 흐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여야 잠룡들이 ‘고심’해 볼 만한 여론의 숨은 비밀을 짚어 보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때 20%대 초반까지 떨어지며 ‘위기신호’가 감지되었지만 최근엔 지지율 회복과 함께 ‘적진’과 다름없는 민주당 텃밭인 호남권에서도 높은 지지를 얻으며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청신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또 2위권 주자와의 지지율 격차도 20%p 이상 벌어질 만큼 압도적 1위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 측 내부에서는 ‘안주할 수 없다’는 일종의 불안감이 감지된다. 흑색선전까지 난무하는 대선 경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박 전 대표에겐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 대선에서 경험했던 뼈아픈 ‘지지율 역전’의 기억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대선 한 해 전인 2006년 한나라당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줄곧 기록하다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순식간에 역전당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서울시장 임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며 ‘청계천 특수’ 효과로 단숨에 박 전 대표를 앞질렀다. 또 2006년 10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등의 위기 상황에 ‘안보 이슈’를 선점한 것도 그의 지지율 상승에 힘이 되었다. 이전까지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고건 전 총리,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3위권에 머물러 있던 이 대통령은 이 시기에 박 전 대표를 앞선 뒤 1위권을 유지하며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대통령 자리를 꿰찼다.
이런 전례 때문에 일부 선거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의 현재의 지지율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다소 극단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기도 하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 사례처럼 선거전에서는 예상 못한 후보의 급부상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현재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 중에는 박 전 대표에게 특별히 부정적 요인이 없다는 점과 현재 강력한 대항마가 없다는 점 때문에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제 내년이 되면 대선이 한 해 앞으로 다가오게 된다. 정치전문가들은 “지난 2006년처럼 지지율 역전을 또다시 겪지 않기 위해선 박 전 대표만의 분명한 키워드와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별도로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G20 정상회의 개최 등의 호재와 맞물려 50%가 넘나드는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은 1위 박근혜 전 대표와 큰 격차를 두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3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 상당수 여론조사전문가들은 향후 차기 대선까지 대통령과 대권주자들의 두 지지율이 서로 밀접하게 맞물리며 대선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먼저 살펴보자. 집권 3년차를 맞고 있는 이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의 경우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40% 중·후반의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지만, 그 외의 경우 임기 초반을 넘기며 대부분 지지율 하락을 겪어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2004년 탄핵사태를 겪은 뒤 임기 후반 고된 대통령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를 기록한 것을 두고도 노 전 대통령에게 그 원인을 묻는 여론이 상당수였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지난 6·2 지방선거가 야당의 승리였음에도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고 이후 오히려 올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대선구도와 관련해 앞으로 주목할 것은 이러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언제쯤 하향세에 들어가느냐는 점이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수치를 유지하게 되면 당분간 한나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설 수 있는 입지를 찾는 일이 여의치 않을 것이다. 반면 대통령 지지율이 휘청거리게 되면 당내에서도 차기 대선 후보 옹립에 대한 의지가 커질 것이다. 박 전 대표와 친이 주자 경쟁이 본격화되고, 야권에서도 반 MB 정서를 내세우며 후보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박 전 대표가 과연 ‘언제쯤’ 본격 대권행보에 나설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내년부터 박 전 대표가 차기 주자로서 큰 걸음을 내딛을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나,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2012년 총선을 즈음해 본격적인 대선주자 레이스가 펼쳐질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