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이라 했잖아” VS “식사만 했을 뿐”
“변호사 출신 지선 당선자”
김부선의 폭탄 발언은 <한겨레>의 연재 코너인 ‘김어준이 만난 여자’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통해 이뤄졌다. 긴 분량의 인터뷰 기사에는 필로폰과 대마초, 촛불집회, 그리고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는데 거기엔 지난 대선 직전에 만났던 한 동갑내기 남성의 이야기도 포함됐다.
김부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와 데이트를 하게 된 남성, 총각이라며 접근했지만 잠자리를 한 뒤에는 유부남이 된 남성, 그래서 도망치듯 사라져버린 남성의 얘긴데, 그 남성이 바로 유명 정치인이다. 기사에 따르면 김부선은 “잠자리를 가진 다음날 아침에 내가 해주는 밥이라도 먹고 가는 게 내 시나리오인데 바로 옷을 주섬주섬 입더라. 농담처럼 ‘여우 같은 처자와 토끼 같은 자식 있는 거 아니에요?’ 했는데 답이 없었다”고 당시 정황을 밝히고 있다.
해당 기사는 그 남자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기술했다. 피부가 깨끗한 변호사 출신의 정치인이고, 지난 대선에 관여했으며, 지방선거에선 당선까지 된, 유명 인사다. 변호사 출신 정치인 가운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남자 정치인은 몇 명 되지 않는데, 김부선의 동갑내기는 손가락 안에 든다.
네티즌들은 한발 앞서가 김부선의 ‘그 남자’로 지목되는 정치인 관련 기사의 댓글 가운데 ‘김부선’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댓글들을 몇 개 찾아냈다. 그 댓글을 쓴 이가 실제 영화배우 김부선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내용이 ‘나한테 총각이라고 했잖아?’인 탓에 파장이 만만치 않다.
‘실명’거론 폭탄 발언 가능성
김부선은 인터뷰에서 ‘말하지 않고선 억울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해당 정치인과의 사연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가 가진 권력으로 나를 괴롭힐 것’이라며 실명은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만약 실제로 김부선과 해당 정치인이 잠자리를 같이 했다고 할지라도 사법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선 해당 정치인의 부인이 간통죄로 두 사람을 고소하는 방법이 있지만 증거가 부족한 상태다. 그리고 김부선이 대마초 합법화에 앞장서며 진보 진영의 일원이 된 후 간통죄 폐지론을 옹호하기도 했었다. 따라서 김부선이 간통 혐의를 입증하는 증언을 하는 등 간통죄로 일을 키울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지만 김부선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자회견 등을 자청해 실명까지 언급하며 또 한 번의 폭탄 발언을 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해당 정치인 관련 기사에 남아 있는 댓글 가운데에는 김부선이라는 이가 ‘기자회견 준비한다. 기다려라’라는 내용이 있다.
실제로 김부선과 해당 정치인과의 부적절한 만남에 대해선 이미 몇 달 전부터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김부선이 그 정치인과 관계를 정리할 때 약속 조건으로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걸 내세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가 김부선과의 약속을 깨고 계속 일선에서 일을 하자 김부선이 격분했고 결국엔 인터뷰 형식을 통해 소문을 사실화시키고 말았다.
필로폰과 대마초의 차이
김부선은 영화배우지만 몇 차례의 대형 사건 사고로 더 유명한 연예인이다. <애마부인 3편>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지만 고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를 비롯해 재벌 2세, 장관 2세 등 고관대작의 자제들과 연루된 필로폰 투약 사건으로 연예계를 떠나야 했다. 2000년대 들어 <말죽거리 잔혹사> 등에 출연하며 개성파 조연으로 재기했지만 2004년 또 다시 대마초 사건에 휘말린다.
영화관계자들은 김부선에게 필로폰과 대마초의 차이는 기득권층과 진보 진영의 인연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기득권층의 자제들과 어울려 필로폰을 투약했던 김부선은 어렵게 필로폰을 끊으며 기득권층과의 인연도 마무리한다. 그리고 대마초 사건 이후 김부선은 대마초 합법화 투쟁에 앞장서며 진보 진영에 합류하게 된다.
2007년 김부선은 대마초 합법화를 주도하고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된 전인권을 옹호하며 탄원서 등을 제출했다. 이즈음 정치인과의 만남이 이뤄진 것. 결국 김부선이 해당 정치인에게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약속을 받고 관계를 정리한 까닭 역시 그가 진보 진영의 일원으로서 정치인의 윤리 문제를 중요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인 윤리 문제가 계기?
그렇지만 해당 정치인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부선은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약속이 깨진 점, 특히 그가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마냥 덮어둘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특히 정치권에선 최근 해당 정치인이 다른 사안으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잠자리를 비롯한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선 김부선의 일방적인 주장만 알려졌을 뿐이다. 이를 무조건 사실로 받아들일 순 없다. 그렇지만 김부선이 언급한 부적절한 관계였던 정치인의 실명이 사실상 공개된 상황이라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정치인은 현재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적은 있지만 그후론 다시 만난 적이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