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공공택지 의혹 재조명에 ‘당혹’, 오너리스크 떨쳐낼까
지난해 말 2세 경영을 본격화한 호반건설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 불똥이 튀었다.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본사. 사진=일요신문DB
호반건설의 공공택지 의혹은 지난 2019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LH로부터 받은 ‘LH 2008~2018년 공동주택용지 입찰 및 낙찰 현황’을 확인하고 “호반건설을 비롯한 다섯 개 중견건설사가 공공택지 추첨에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송 의원실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이 기간 LH가 분양한 공공택지 전체 473개 가운데 44개(9.3%)를 확보했다. 또 같은 시기 호반건설은 계열사 40여 곳을 설립했는데, 이 가운데 20곳 이상이 직원 수 10명 미만이었다.
더 큰 문제는 호반그룹이 낙찰 받은 택지를 장남 김대헌 호반건설 사장에게 몰아줘다는 점이다. 호반그룹은 호반건설과 합병 이전 김 사장이 지분 85.7%를 보유했던 ㈜호반에 땅을 몰아줬다. ㈜호반은 아파트를 분양한 20개 LH 공동택지 가운데 9개 필지를 김 회장 부부가 대주주인 계열사로부터 사들였다.
해당 의혹은 2019년 10월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호반건설의 일감몰아주기 혐의 등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또 지난 2월에는 보유한 일부 계열사 자료를 누락하는 등 ‘위장계열사’를 운영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승계 의혹 등으로 오너리스크가 제기되자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지난 2019년 12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장남 김대헌 호반건설 사장은 2020년 12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호반건설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LH 사건으로 재조명된 공공택지 분양 의혹은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른 김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사장은 2018년 계획했으나 잇따라 연기해온 호반건설 상장을 준비하고 신사업을 발굴해야한다. 김 사장은 스타트업 투자와 지원을 전문으로 하는 엑셀러레이터 법인 ‘플랜에이치벤처스’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택지 의혹과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공택지 입찰이 현재와 같이 인기가 많지 않았다”며 “낙찰 받지 않고 임의 분양한 택지가 있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이후 2016년 공공택지 입찰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강화됐고, 최근에도 공공택지 공급일찰 제도를 개선했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부터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공공택지 공급방식을 기존 추첨원칙에서 평가제로 전환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