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옵션’ 무산되자 ‘연아 상가’ 폭락
▲ 피겨여왕 김연아가 30억 상당의 규모로 분양받은 인천 송도 커낼워크.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가 시행하고 A 사가 시공한 커낼워크는 스트리트형 유럽풍 상가로 계획됐다. 지하 1~3층·지상 5층 총 길이 780m로 으리으리한 자태를 자랑한다. 커낼워크 단지를 가로지르는 멋스러운 인공 수로를 중심으로 양쪽 1~2층엔 상가가, 3~5층엔 오피스텔이 자리하고 있다. 김연아 아버지 김현석 씨는 그 중 수로변에 위치한 1층 상가 하나와 2층 상가 2개를 김연아 이름으로 총 30억 원에 구입했다. 커낼워크에 먼저 관심을 보인 건 김 씨였다. A 사 관계자는 “김연아 아버님이 인천 남동공단에서 공장을 하시다보니 자연스레 커낼워크 이야길 들으신 것 같더라. 계약 이후엔 뵙질 못했다. 수분양자들이 커낼워크를 ‘김연아 상가’로 적극적으로 홍보해주신 덕분에 지난해 9월 이후 문의가 쇄도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송도 개발로 인해 커낼워크 전망이 밝은 데다 커낼워크의 감각적·자연친화적인 설계가 연아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연아 이름으로 분양받게 됐다”며 구입 경위를 밝혔다.
김연아가 상가 3채를 분양받았던 지난해 9월만 해도 커낼워크의 전망은 밝았다. 인천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는 인천대교가 개통한 데다 주변엔 송도국제학교를 비롯해 각종 상업 및 업무시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가장 자극한 대목은 A 사가 야심차게 빼 든 명품 아울렛 카드였다. A 사는 지난 5월경 로체월드아이몰(주)과 업무 약정 체결하고 2011년 2월경 명품 아울렛 오픈을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그런데 지난 9월경, 명품 아울렛 오픈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상가 소유자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A 사와 로체월드아이몰(주)간의 계약 해지로 명품 아울렛 계획이 무산됐다는 것. 지난 11월 16일 기자와 만난 커낼워크 상가 소유자 정 아무개 씨는 “대부분의 상가 소유자들이 명품 아울렛 입점을 기다리며 점포를 비워두고 있었다. 그런데 9월경 A 사 분양팀 직원들이 대거 사라져버렸더라. 추궁 끝에 명품 아울렛이 불발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분양 전부터 대대적으로 광고해놓고 대책 없이 줄행랑 쳐버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애초부터 A 사 측이 명품 아울렛을 제대로 추진하려는 의지를 안 보였다는 게 상가 소유자들의 주장이다. 상가 대책위원회 대표 이 아무개 씨는 “A 사는 상가 소유자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로체월드아이몰(주)과 명품 아울렛을 추진했다. 실제 점포 소유자는 우리다. A 사는 위임을 받아 계약만 대행하는 입장이면서 로체와의 계약 과정을 상가 소유자들에게 철저히 숨겼다. 로체로부터 15억 원의 계약금을 받은 사실도 비밀에 붙였다. 계약이 해지됐다면 15억 원도 상가 소유자들에게 지급돼야 하는 게 맞다”며 입을 열었다. 또한 이 씨는 “A 사 측이 과장 광고한 부분도 많다. 시정을 요구해도 ‘기다리라’는 대답만 주고 몇 개월 째 아무런 변화가 없다. 현재 A 사에 요구사항을 전달한 상태고, 11월 25일까지 시정되지 않으면 소송을 걸 생각”이라고 밝혔다.
A 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로체로부터 계약금을 받은 게 아니라 명품 아울렛이 무사히 오픈되기까지 보증금조로 15억 원 예치를 요구했던 것이다. 로체가 15억 원 예치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자본금 증명도 하지 않았다. 8월까지 계약 조건의 대부분을 이행하지 않은 로체와 명품 아울렛을 더 이상 진행할 순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명품 아울렛 불발 이후 아직까지 다른 유통업체와 구체적으로 계약이 진행된 바는 없다고. 그는 “수분양자들의 요구 사항을 충분히 숙지하고 커낼워크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커낼워크에 불어 닥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김연아 아버지 김현석 씨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김 씨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명품 아울렛이 무산돼 안타깝다”며 입을 열었다. “연아 이름이 혹시나 거론될까 조심스러워 상가 대책위원회 모임에 나갈 순 없었지만 A 사와 상가 소유자간의 대치 상황에 대해 계속 얘길 듣고 있었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A 사 측도 난감할 것이다. 나름대로 애쓰고 있는 걸로 안다. 그런데 만약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즉각 시정해줘야 할 것이다.” 커낼워크 상가를 구입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을까. 김 씨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송도 개발이 더뎌 커낼워크 가치도 내려가고 있다고 들었지만 후회는 없다. 남을 탓할 생각도 없다. 내가 내린 결정이기 때문이다. 향후 5년을 바라보고 분양받은 것이라 차분히 기다릴 생각이다. 주변에 아파트·시설이 모두 들어서고 나면 커낼워크의 인지도도 훨씬 올라갈 거라 기대한다.”
김 씨가 명품 아울렛 입점을 기대하고 상가를 분양받은 건 아니라고 한다. “명품 아울렛이 들어오더라도 우린 그와 별개로 연아 콘셉트에 맞는 개인 점포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내년 3월에 피자가게를 오픈할 예정이고 현재 세밀하게 준비 중이다.” 김 씨는 통화 말미에 “A 사와 상가 간 마찰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연아의 피자가게가 커낼워크 상가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