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자산배분 이탈 허용범위 확대…“즉시 시행”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 매도 압력을 낮추기 위해 목표 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사진은 전라북도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제4차 회의를 열고 국내주식 투자 허용 범위 조정안을 재논의했다. 기금위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자산배분(SAA) 이탈 허용범위를 기존 ±2.0%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1.0%포인트 확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투자비중 상한은 기존 18.8%에서 19.8%로 올라가게 됐다. 이에 따라 전술적 자산배분(TAA) 이탈 허용 범위는 기존 ±3.0%에서 ±2.0%포인트로 줄어든다. 이르면 다음주부터다.
SAA는 자산시장의 가격변동에 따른 목표 비율 이탈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TAA는 펀드매니저가 추가 수익을 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범위를 이탈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을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각 자산의 비중과 이 목표비중에서 이탈이 허용되는 범위도 정해놓고 있다. 올해 국내주식 보유 목표 비중은 16.8%다. 이탈 허용 범위는 ±5%포인트(SAA ±2%포인트, TAA ±3%포인트)다.
비중이 SAA 허용범위 내에 있을 때는 목표 비중으로 간주하지만 여기에서 벗어나면 기금운용본부가 전략적으로 TAA 범위 내에서 비중을 조정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SAA 비중은 4달 연속 허용범위를 초과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역대급 매도세를 지속해 왔다. 개인투자자 등은 연기금 매도세가 코스피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보유 비중을 늘릴 것을 주장해 왔다.
기금위는 이날 SAA 허용범위를 ±3%포인트로 조정했다. 전체 이탈 범위는 ±5%포인트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TAA 허용범위는 ±2%포인트로 조정됐다. 기금위는 SAA 범위를 ±3.5%포인트로 변경하는 1안과 ±3%포인트로 변경하는 2안을 심의하고, 2안을 최종 채택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논의 결과 기존 허용범위를 고수하는 것 보다 현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3.5%포인트가 현재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지만 원만하게 변경하자는 위원들의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SAA 허용범위가 확대됐지만 올해 말 목표비중은 ‘16.8%±5%’로 변동이 없기 때문에 국내 주식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 자체가 확대되는 효과가 생기지는 않는다. 대신 전략적 자산배분 목표에 의해 기계적으로 생기는 매도 물량은 줄어들 수 있다.
국민연금의 목표비중 유지규칙 변경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기금위는 국내주식 매도 압력이 지속해서 발생해 규칙 변경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3월 말 국내주식의 전략적 자산배분 비중이 허용범위 상단을 초과 이탈했다”며 “넉 달 연속 허용범위 이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장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