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미국배우조합상 이은 ‘한국 최초 트로피’ 수상 릴레이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진=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캡처
윤여정은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앞서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도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의 이번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기록도 ‘한국 최초’다.
이날 윤여정은 위트있으면서도 ‘뼈를 때리는’ 수상소감으로 또 다른 화제를 낳기도 했다. 수상자로 이름이 호명되자 윤여정은 “나는 한국 여배우 윤여정”이라고 밝히며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후보에 올라 영광이다. 아, 이제 수상자가 됐다”며 영어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또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 공에 대한 애도를 표하며 “모든 상이 의미가 있지만 고상한 체 하는(Snobbish) 영국 사람에게 받아서 특별히 기쁘다. 제게 투표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유쾌하게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사회자는 미처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터진 웃음을 감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윤여정은 영국인들을 가리켜 ‘고상한 체 한다’는 솔직한 입담으로 현지에서도 호응을 이끌어냈다. 사진=판씨네마 제공
윤여정의 수상소감은 해외에서도 단연 눈길을 끌었다. 미국 버라이어티 지는 윤여정의 수상 소감에 대해 “칭찬이 아닌(그러나 아마도 꽤 정확한) 소감이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인지 설명해 달라”고 추가 질문을 건넸고 그로부터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맞다”는 솔직한 답을 받았다.
윤여정은 “수차례 영국을 방문한 적이 있고 10여 년 전에는 배우로서 캠브리지 대학에 펠로우십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때때로 다들 고상한 척 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나쁜 쪽으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영국은 오랜 역사가 있고 그만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양인 여성으로서 나는 영국인들이 매우 고상한 척 한다고 느꼈다. 그게 내 솔직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로이터통신도 윤여정의 소감을 지목하며 “윤여정의 농담 같은 수상 소감이 시상식을 웃음으로 채웠다”고 언급했다. 또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도 “윤여정의 ‘고상한 체 하는’ 이라는 발언에 시청자가 매우 즐거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윤여정과 ‘미나리’는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지시간으로 오는 25일, 한국시간 26일 오전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이 수상한다면 이 역시 한국 최초의 오스카 연기상 수상이 된다. 오스카 자체로만 따진다면 64년 만에 아시아계 여배우가 오스카 연기상 트로피를 거머쥐는 새로운 영화 역사의 장이 쓰여지는 셈이다. ‘미나리’는 윤여정이 노미네이트된 여우조연상 외에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음악상 등 6개 부문에 올라있다.
한편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는 감독상과 남우조연상(앨런 김), 여우조연상(윤여정), 외국어영화상, 음악상, 캐스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여우조연상 외에는 아쉽게도 고배를 마셨다. 남우조연상은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대니얼 칼루야가, 감독상은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가 수상했다. 수상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외국어영화상은 ‘어나더 라운드’에게 돌아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