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PD수첩’
지난 1년간 그녀는 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던 것일까. 취재도중 제작진은 그녀가 사망하기 3개월 전 심경이 담긴 영상 하나를 남겼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수소문 끝에 제작진은 이 영상을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
고(故) 변희수 전 하사는 “우리도 똑같이 세금을 내고 자랑스러운 한 국가의 국민인데 왜 이렇게 숨어살아야 하는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제작진은 그녀의 친구들을 만나 그녀가 왜 그토록 군대로 돌아가고 싶어 했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부사관 특성화 고등학교’를 스스로 찾아 진학할 정도로 어릴 때부터 군인을 꿈꾸었던 고 변희수 하사.
고교 동창은 “희수가 지원한 병과에 다른 친구들도 지원했는데 다 떨어지고 희수만 붙었어요. 매일 군대가고 싶다고 노래 부르던 아이인데”라고 말했다.
군대 내 변희수 전 하사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은 또 없을까. 피디수첩은 얼마 전 공군 파일럿을 그만뒀다는 한 트랜스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역시 성정체성으로 고민을 하다, 현역 근무 중 성전환수술을 진행했다.
보수적인 군대에서 트랜스젠더 파일럿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결국 그는 파일럿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공군 출신 트랜스젠더 이민규 씨(가명)는 “(군을 상대로 싸우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에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저는 포기를 한 거였고 희수는 포기하지 않은거죠. 그러더가 저렇게”라고 말했다.
성별정체성으로 직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수많은 트랜스젠더들. 변희수 전 하사도 자기 같은 소수자를 위해 용기를 냈지만 용기 끝에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들과 얼굴이 알려진 트랜스젠더로서의 ‘취업 불가’인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권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차별을 겪은 적이 있다’는 트랜스젠더가 85.2%, 트랜스젠더 중 차별로 인해 ‘최근 5년간 구직활동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가 57.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랜스젠더들이 겪는 차가운 현실을 집중 조명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