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2016년 고발 건…같은 사안 두고 “횡령 공모” “횡령 몰랐다” 모순된 이유로 불기소
3년 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에 대해 횡령·배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건물 전경. 사진=일요신문DB
다만 공정위는 윤 전 회장이 특허 출원 당시 거짓자료 제출이나 데이터 조작 등을 지시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해 윤 전 회장 개인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에서 특허권 출원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 윤 전 회장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
또 공정위는 지난 3월 말 특허청에 의결서를 전달했다. 대웅제약이 데이터 조작을 통해 허위로 특허출원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에 대한 제재는 공정위 권한 밖의 일인 만큼 판단을 특허청에 넘긴 것이다. 특허청은 의결서를 검토한 뒤 직권으로 특허무효 심결을 특허심판원에 제기할 수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위반사항을 확인하고 특허청에 전달한) 이번과 같은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특허심사제도과에서 의결서를 검토하고 조치할 사항이 있을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윤재승 전 회장은 횡령 및 배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대웅제약 계열사 아이앤디창업투자의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던 백왕기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윤재승 전 회장과 대웅제약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며 오는 29일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백 변호사 측이 밝힌 소송의 이유는 이렇다. 대웅제약(23.84%)과 윤재승 전 회장(23.84%)이 지분을 보유해 대웅제약 관계사였던 아이앤디창업투자는 2002년 2월 대웅제약 등 대웅그룹 관계사와 윤재승 전 회장, 대웅그룹 관계자들로부터 조선무약에 대한 근저당권부채권 매입자금 135억 원을 교부받았다. 아이앤디창업투자는 9건의 근저당부채권을 매입해 보관하던 중 2005년 8월 국민연금 산하 케이엔피인베스트먼트에 임의로 매각하고 매각대금 134억 원을 채무변제 등 명목으로 임의 소비해 횡령했다.
손해를 입은 대웅제약 측은 2008년 8월 아이앤디창업투자에 대한 실사에 나섰을 뿐 아무런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대웅제약은 당시 실사팀을 총괄한 백 변호사에게 아이앤디창업투자에 대한 경영을 위탁하며 전 대표의 횡령을 형사고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백 변호사의 주장이다.
문제는 대웅제약과 윤재승 전 회장이 아이앤디창업투자의 채권 매각 및 매각 대금 사용에 대한 인지 여부와 시점이다. 윤 전 회장이 실사 이전인 2005년 8월 전 대표와 협의해 이를 알고 있었다면 전 대표의 횡령을 묵인 혹은 공모한 셈이다.
백 변호사는 “2012년과 2016년 고발 건이 모두 불기소됐는데, 두 건의 불기소 이유가 상호 모순된다”며 “같은 건의 횡령에 대한 인지 시점 해명이 각자 달랐다”고 강조했다. 또 “윤 전 회장이 전 대표와 협의해 2005년 8월 아이앤디창업투자의 채권 매각 및 횡령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실사 전까지 3년간 채권이 존재하는 것처럼 위장했다”고 주장했다.
백 변호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2012년 대웅제약 재무담당 이사 출신 전 아무개 전 아이앤디창업투자 대표를 횡령 혐의로 고소한 바 있으며 2016년에는 윤재승 전 회장을 배임 및 사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두 건 모두 불기소처분됐다.
그런데 2014년 나온 전 아무개 대표에 대한 불기소이유서에는 “피의자(전 대표)는 2005년 8월 조선무약 근저당부채권을 매각하고 채권 매각 대금 사용에 대해 당시 윤재승 부회장과 협의했으며, 투자 실패로 원리금 변제를 하지 못했을 뿐 채권을 위탁 보관하다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횡령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명시됐다.
반면 2017년 윤 전 회장에 대한 불기소이유서에는 “피의자(윤 회장) 측은 전 대표의 횡령 사실에 대한 의심이 들어 2008년 8월 아이앤디창업투자의 재무상태를 확인하고 채권회수 가능성을 파악하는 실사조사를 했고, 그 전에는 횡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변소한다”고 적혔다. 같은 사건에 대한 불기소이유가 2014년에는 ‘윤재승 부회장과 협의’라고 명시된 반면 2017년에는 ‘그 전에는 횡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명시된 것이다. 백 변호사가 “두 건의 불기소 이유가 상호 모순된다”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된다.
아이앤디창업투자가 대웅(왼쪽)과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오른쪽)에게 채권 이자를 송금한 내역.
아이앤디창업투자는 매달 대웅에 채권에 대한 이자를 송금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송금 내역을 보면 아이앤디창업투자는 2005년 9월 12일 8240만 원을 대웅에 무통장입금 했고, 2005년 10월 31일에는 5억 7222만 원을 윤 전 회장에게 이체했다. 또 2008년 실사팀의 실사 내용에 따르면 대웅과 대웅제약은 2005~2008년 조선무약 담보부채권의 잔액을 처분가액과 대손충당금 등으로 전액 손실 처리했다. 윤 전 회장이 채권 매각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채권에 대한 이자를 주고받거나 재무제표상에서 채권 잔액을 3년간 조금씩 상계해나갈 이유가 없다.
이와 관련, 대웅제약 측은 윤 전 회장 개인의 송사에 대해 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며 “윤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돼 회사에서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