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대출의 90% 비주거시설 담보…금융사 관행에 어긋나
부산 해운대구 소재 해운대엘시티더샵아파트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2015년 9월 18일 BNK금융은 엘시티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에 부산은행 8500억 원과 경남은행 2500억 원, BNK캐피탈 500억 원 등 총 1조 1500억 원의 대출을 약정했다. 전체 PF 대출 약정의 64.4%다. 뿐만 아니라 부산은행은 당시 내부 규정상 대출한도를 자기자본 15% 이내(7200억 원)로 두고 있었으나 특별승인으로 대출을 해줬고, 경남은행은 레지던스 분양 저조시 3000억 원을 추가대출해주겠다는 이면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BNK금융의 이러한 행보는 엘시티PFV 최초 출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산업은행과 하나은행이 ‘사업성에 확신이 없다’는 이유로 컨소시엄을 탈퇴한 것과 대조적이다.
엘시티PFV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엘시티PFV의 주거래은행이었던 KDB산업은행조차 엘시티 사업에 지원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부산은행이 적극 나서서 엘시티에 대규모 대출을 했다”며 “부산은행은 또 브릿지론(단기대출)을 해주지 않는 것이 관행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영난을 겪던 엘시티PFV에 3800억 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지원해 군인공제회 대출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또 이해하기 힘든 것은 BNK금융이 엘시티PFV에 상당한 규모의 대출을 해주면서도 대부분 비주거시설이나 레지던스를 담보로 확보했다는 점이다. 앞의 인사는 “금융사는 보통 현금화하기 좋은 아파트 담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부산‧경남은행이 아파트를 담보로 엘시티PFV 대출해준 1100억 원은 BNK금융이 엘시티에 해준 전체 대출의 10% 정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BNK금융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엘시티 사업 아파트 분양금 대부분이 포스코 공사 대금으로 담보가 설정된 탓이다.
엘시티PFV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부산은행은 2015년 550억 원의 대출에 대해 선순위 아파트 담보(Tr A)를 확보했고, 2300억 원의 대출에 대해서는 비주거시설 담보(Tr C)를 확보했다. 2017년에는 경남은행과 BNK캐피탈이 각각 1687억 원, 468억 원을 대출해주며 레지던스 담보(Tr B)를 확보했다. 같은 기간 부산은행은 1000억 원을 추가 대출하며 비주거시설 담보(Tr C)를 확보했다. 부산은행은 2019년에도 비주거시설 담보(Tr C)로 총 2450억 원을 추가 대출해줬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엘시티 내부문건에는 엘시티 사업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2015년 9월 7일 작성한 ‘해운대 LCT 관광리조트 개발사업 PF대출’ 제안서에 따르면 엘시티 측은 레지던스와 아파트에 대해 각각 분양률 56.5%(3.3㎡당 분양가 3850만 원 기준), 분양률 70.1% 달성시 대출원금을 전액 상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주거시설에 대한 대출 상환 계획은 별도 설명이 없다.
다만 비주거시설의 매각 예정금액으로 △관광호텔 2129억 원 △상업시설 4906억 원 △워터파크 1153억 원 △전망대 600억 원 △카지노 511억 원을 계산했다. 엘시티는 당초 비주거시설 공간에 상업시설(1~3층)과 카지노(3층), 워터파크(4~6층), 전망대(101층) 등을 입점할 계획이었다. 당시 관광호텔은 롯데호텔과 임차 확약을 맺었고, 상업시설은 풀무원과 책임운영 확약을, 전망대는 무학과 매입 확약을 맺었다. 워터파크는 (주)화이트워터에이앤씨가 운영 의향을 밝힌 것으로 명시됐다.
그러나 현재 관광호텔과 전망대를 제외한 대부분 시설이 개장에 차질을 빚는 등 비주거시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도시공사는 지난해 10월 엘시티PFV가 워터파크와 테마파크, 메디컬 온천 등 핵심 관광시설 개장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행보증금 110억 원을 몰취했다. 엘시티PFV는 2019년 10월 신세계그룹과 스타필드 입점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수익률 배분 등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됐다. 최근에는 상업시설 분양 방식을 두고 입주자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