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탑, 일본이 가져가 무사했다?
▲ 이천오층석탑. |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국·조선문화재 반환문제 연락회의의 기쿠치 히데아키 씨는 “이천오층석탑의 반출, 이송에도 조선총독부가 깊이 관여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일본국가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며 오층석탑 반환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상당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2부에서 이어진 양국 국회의원들의 의견교환회에서 이범관 의원이 의견을 발표하던 도중 “한편에서는 (일본에) 고마운 마음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6·25라는 큰 전쟁을 겪었다. 만약에 그것(오층석탑)이 이천에 있었다면 혹시 유실될 수도 있었던 일이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는 것.
이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이천오층석탑 환수위원회 이상구 상임위원장은 “이범관 의원이 난데없이 이 얘기를 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다 술렁였다. 그런 생각이면 일본에 두어야지 뭐 하러 환수해 오려는 노력을 해왔겠느냐. 농담으로라도 해선 안 되는 발언이었다”고 밝혔다.
고려 초기의 석탑으로 알려진 이천오층석탑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환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중요 문화재 중 하나로 최고의 불교미술품으로 꼽힐 만큼 단아한 미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15년 일제가 조선물산진공회를 열면서 박람회장인 경복궁으로 옮겨갔다가 3년 뒤인 1918년 ‘오쿠라 기하치로’라는 인물에 의해 도쿄로 옮겨진 뒤 현재 도쿄 아카사카 오쿠라 호텔 앞의 사설 박물관 정원에 놓여 있는 상황. 이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기도 하다.
이상구 위원장은 “당시 일본은 경복궁 내의 자선당을 뜯어서 옮겨가기도 했는데 그때 조선의 석탑이 같이 있으면 보기에 좋겠다고 느껴 석탑을 함께 가져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오쿠라 재단에서 관리해온 이천오층석탑은 지난 2006년에는 MBC <느낌표>의 ‘위대한 문화유산’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천오층석탑에 대한 환수 사업이 추진된 것은 2003년 재일동포 김창진 씨가 이천문화원을 방문해 석탑반환운동을 제의하면서부터. 이천문화원은 지난 2008년 오층석탑 환수위원회를 결성하고 그동안 시민단체들과 손잡고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5월에는 석탑 환수를 대비해 이전 설치 부지를 마련해 두고 10만 명 범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상구 위원장은 “일본 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이 문제가 소개되었고 일본 내에서도 석탑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아 환수에 대한 분위기는 잘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수위원회 측은 “그런데 이번 심포지엄에서 이범관 의원이 한 발언으로 그동안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었다”며 이 의원에게 공개적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상구 위원장은 “이범관 의원이 도쿄 심포지엄 일정 이후 해단식 자리에 찾아와 사과를 하긴 했다. 하지만 이천 시민들에게 공개적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도쿄 심포지엄에서의 발언에 대해 이범관 의원 측 관계자는 “현장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20~30명에 불과했고 대다수가 일본인들이었다. 그래서 분위기를 좀 맞춰주려는 생각해서 한 말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 발언만 놓고 본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전후로 석탑을 환수해야 한다는 얘기를 충분히 했다. 전후의 과정을 다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또한 이 의원 측은 “문제를 제기한 인사가 공천권 문제로 불만을 갖고 있다가 의도적으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천시에 거주하는 한 관계자는 “이천 시민들은 이러한 잡음으로 인해 이천석탑 환수과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