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의혹 다 털고 가자
병역 기피 논란이 불거진 뒤 경찰에 재수사 요구서를 제출했던 박해진이 지난 8일 밤 수서경찰서에 직접 출두했다. 이날 경찰서에서 박해진은 제보자와의 삼자대면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해진 측이 제보자와 관련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이번 병역비리 의혹의 실체가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방송된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박해진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이덕민 변호사 역시 “이번 논란이 박해진에게 악의를 가진 제보자 때문”이라며 “이런 자료는 가깝지 않은 사람이면 알 수 없다. 실명을 거론하지 못할 뿐이지 연예계에 있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악의적인 제보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박해진의 법률 대리인이 ‘악의적인 제보자’를 언급한 뒤 가장 먼저 관심이 집중된 곳은 박해진의 전 소속사다. 박해진은 지난 6월 전 소속사 측에 전속 계약 문제로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이로 인해 분쟁이 야기됐지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내 분쟁조정윤리위원회를 통해 수개월간 협상을 벌여 지난 11월 2일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합의해 분쟁을 마무리했다. 최근까지 분쟁을 벌였다는 점, 그리고 데뷔 당시부터 지난 6월까지 박해진과 함께 일을 해왔다는 점에서 전 소속사에 관심이 집중된 것. 또한 박해진의 법률 대리인이 언급한 ‘가까운 사람’ ‘연예계에 있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등의 발언도 전 소속사를 연상케 한다.
이에 대해 전 소속사 관계자는 “전속 계약 해지를 둘러싸고 분쟁이 있었지만 잘 마무리 지었다”라며 “깨끗이 관계를 정리한 상황에서 우리가 그런 제보를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런 문의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는데 우린 그런 제보를 한 일이 없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해진의 데뷔 과정을 도운 연예관계자 A 씨가 제보자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데뷔 과정을 도운 만큼 ‘가까운 사람’에 해당되는 데다 ‘연예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A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도와서라기보단 본인이 열심히 해서 스타가 된 것이고 지금도 가끔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면서 “난 그가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사실조차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은 박해진의 실명이 공개된 이후 제보자 관련 부분은 물론 수사 전반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다만 한 수서 경찰서 관계자는 “제보자는 중년 여성”이라고 밝히며 “연예관계자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악의적인 제보를 하려는 연예관계자가 직접 나서지 않고 제3자가 대신 제보하도록 했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순 없다. 반면 박해진 주변 인물, 박해진 안티 팬, 또는 해당 병원 전·현직 관계자 등이 이번 사안을 제보한 ‘중년 여성’일 가능성도 있다.
박해진의 주위 인물들을 확인해 본 결과 그의 해외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업체 담당자가 여성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제보자가 누군지는 내가 궁금하다”면서 “우리 업체는 박해진 씨의 해외 매니지먼트는 물론 광고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사안으로 매우 난처해졌다”는 입장을 보였다. 게다가 이 관계자 역시 연예관계자다.
박해진 측의 거듭된 제보자 공개 요구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 까닭은 경찰과 박해진 측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애초 경찰은 제보를 바탕으로 내사를 벌였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정식 수사까지 진행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가 며칠 뒤 재수사 입장을 밝혔고 이 과정에서 이니셜이던 박해진의 실명이 공개됐다. 그런데 박해진 측이 재수사 요구 진정서를 제출하자 경찰은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재수사 불가 입장을 보이면서도 박해진을 진정인 자격으로 경찰서로 출두시켰다.
경찰 행보가 다소 오락가락해 보이는 까닭은 재수사의 수사 방향이 박해진의 병역비리 의혹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은 병역 브로커 개입 여부와 박해진이 치료 받은 병원의 뇌물죄 여부를 수사 중이다. 만약 정신병을 이유로 병역 면제를 받도록 해준 전문 브로커가 존재하는지, 해당 병원이 돈을 받고 정신병 치료를 받은 것으로 처리해 준 의혹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
과연 어떤 경우에 박해진이 요구한 재수사가 이뤄질까. 우선 관련 브로커가 검거되거나 해당 병원의 뇌물죄가 드러나야 한다. 이럴 경우 박해진은 수사 대상이 된다. 그렇다고 혐의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브로커가 존재하고 해당 병원의 뇌물죄가 드러날지라도 그들과 박해진 사이에 금전이 오간 정황 등의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비로소 혐의가 입증된다. 이 경우 공소시효가 지나 사법처벌은 받지 않지만 재검을 받아야 한다. 재검 결과에 따라 현역 입영이 결정될 수도 있다. 아직 브로커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았고 해당 병원 역시 뇌물죄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브로커의 실체나 해당 병원의 뇌물죄가 드러나지 않으면 박해진이 요구한 재수사는 이뤄지지 않는데, 이미 혐의 없음이 밝혀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결백을 주장하는 박해진 측은 본인에 대한 직접적인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하루빨리 자신에 대한 재수사를 해 혐의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싶은 것. 자칫 ‘혐의가 있는데 공소시효가 지나 재수사를 피해가는 것’처럼 보여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결백의 근거로 병역 면제를 받은 뒤에도 꾸준히 치료를 받았다는 점을 내세운 박해진 측은 경찰에 일체의 치료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또한 실체가 없는 병역비리 의혹이 악의적인 제보로 시작됐음을 밝히기 위해 제보자 공개를 거듭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