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담백 다래 씨 ‘저 4차원 아니에요’
▲ 지난 6일 윤곡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정다래와 돌발 인터뷰를 가졌다. 정다래는 사진기자의 포즈 요구에 “원래 안 웃는다”며 엉뚱·발랄·시크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그녀는 예뻤다
성유리를 연상케 하는 연예인급 마스크야 이미 2008 베이징올림픽 때부터 미디어를 통해 잘 알고 있는 터. 하지만 사복 차림의 정다래를 직접 보면 두 가지가 새롭게 느껴진다. 먼저 키가 컸다. 굽이 없는 구두를 신었는데 180㎝인 기자와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키가 생각보다 크다”고 물으니 “저 174㎝예요”라고 노타임으로 응수했다. 자신의 키에 대한 자부심이 배어있는 뉘앙스였다. 포털사이트 등에 공개돼 있는 공식 이력서에는 170㎝라고 돼 있다. 수영을 많이 하면 키가 큰다고 하더니 만 스무 살이 안 됐으니 처음 이력서를 올렸을 때에 비해 키가 더 자란 것이다.
두 번째는 작은 얼굴이다. TV화면이나 사진 상의 정다래는 그다지 얼굴이 작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시쳇말로 얼굴이 디스크만한 느낌이다. 물을 떠나 화장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얼굴이 참 작다”는 말에 정다래는 그냥 눈빛으로 싫지 않은 표정만 지었다.
이렇게 예쁜 정다래는 춤추고 노래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전 한 방송사의 특별 행사 무대에 올라 ‘텔미(원더걸스)’ 춤을 멋지게 소화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정다래는 “TV 나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TV나 사진 속 제 모습은 실제 저와는 다르게 나와요. 꼭 돼지처럼(이것도 특유의 직설화법) 비쳐요”라고 했다.
어쨌든 이런 빼어난 외모에, 노래와 춤에도 능하고, 다소 엉뚱해 보이는 솔직담백한 말투까지 대중에게 어필하며 예능감까지 갖췄으니 방송섭외가 끊이질 않는 것이다.
#도대체 이 아가씨는 가식이 없다!
인터뷰 중 촬영을 하던 <일요신문>의 사진기자가 고생을 했다. 잠시 커피숍에서 나와 이것저것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는데 “그냥 찍자”고 했다. 그리고 좀 웃어달라는 주문에도 “전 원래 안 웃어요”라고 싸늘하게 답했다.
‘정다래 어록’이 등장할 정도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화제 만발이다. 아시안게임 우승 직후 막판 엉엉 울어버리고, 보고 싶은 사람을 묻는 질문에 “부모님과 코치님, 그리고 동현이(복싱 청소년대표 성동현), 동현이는 다래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해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귀국 기자회견 때는 “좀 쉽시다”라고 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지난 9일에는 ‘운동선수 중 박지성을 가장 좋아하는데 돈 많이 벌면 박피 좀 하시지’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바로 개인 홈피에 해명).
이날 윤곡상 시상식 때도 그랬다. 별다른 말이 아닌 평범한 말인데도 정다래가 말하면 사람들은 웃었다. “안녀하세여(발음이 이렇게 들렸다)”라고 입을 뗐는데 청중의 웃음은 터졌다. ‘4차원 소녀’, ‘엉뚱 소녀’라는 별명이 익히 알려져 있는 상태에서 다소 어눌하게 들리는 애들 말투로 마이크에 대고 말하니 사람들에게 신선했던 것이다.
정다래는 이런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너무 싫다”라고 딱 부러지게 말했다. “제가 실제로 그런 게 아닌데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이니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저 4차원 아니에요.”
#똑똑한 다래 씨
“아마 다래도 수영을 중간에 접고, 공부를 했더라면 아주 잘했을 겁니다.”
안종택 코치의 말이다. 원래 정다래는 언니 다운 씨와 함께 수영을 했다. 마이클 펠프스(미국)처럼 주의력결핍 장애를 극복하려 수영을 시작했다는 얘기는 완전 사실무근이다. “바닷가(여수)에 사는데도 워낙 물을 무서워해 엄마가 시킨 것”이다. 정다운 씨도 수영을 제법 잘했지만 공부를 잘해 중간에 수영을 관뒀다(현재 전남대 재학 중). 안 코치에 따르면 정다래도 학업 성적이 좋았다고 한다.
수영스타일도 그렇다. 남들은 성격이 당돌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생각이 너무 많고, 소심한 게 문제다. 즉 연습이나 예선 때는 잘하는데 결승에만 올라가면 부진해 ‘예선용’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경기 전 안 코치에게 “몸이 좋아요. 잘될 테니 걱정 마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 것이 예상치 않았던 금메달을 딴 원동력이었다.
“수영선수로 영법 등 저 아직 고칠 게 많아요. 코치님도 잘 알고 계시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꼭 한국 여자 수영선수로는 처음으로 메달을 따고 싶어요.”
수영의 경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그 격차가 크다. 하지만 정다래의 목표는 꿈이 아니다. 이번 광저우에서도 세계랭킹 3위인 일본의 사토미를 이겼다. 그리고 정다래는 현재 영법을 교정 중이다. 그만큼 발전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로 업그레이드 작업을 이미 진행 중인 것이다.
끝으로 아시안게임 뒷담화 하나. 정다래는 금메달을 딴 후 ‘그날만’ 마음껏 놀았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훈련을 실시했다. 남은 경기가 없었지만 마무리 훈련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은 쉽지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 인어공주 정다래는 앞으로 최소한 2년 이상은 계속 화제가 될 듯싶다.
“한국 여자수영을 이끌 수영선수 정다래로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날 인터뷰에서 정다래가 한 마지막 멘트였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