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병원서 식별띠 분리 후 데려가”…친모 “출산 사실이 없으니 약취 전제가 틀렸다”
경북 구미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친모’ 석 아무개 씨(48)에 대한 재판이 22일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오전 대구지법 김천지원(형사2단독 서청운 판사)에서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로 밝혀진 석 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사체은닉 미수와 미성년자 약취 등 혐의로 기소된 석씨는 이날 오전 9시 31분쯤 호송차를 타고 재판장에 도착했다. 석 씨는 구치감에 들어가면서 “혐의를 인정하느냐. 억울한 점은 없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급히 이동했다. 이날 재판에는 석 씨의 남편과 큰 딸이 참석했다.
검찰은 석 씨가 산부인과 모자 동실 시스템 상 신생아실 밖으로 아이를 데리고 나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은 2018년 3월 31일쯤부터 A산부인과에서 친딸인 김 아무개 씨(22)가 출산한 여아와 바꿔치기한 후 김 씨의 보호관계에서 이탈하게 했다”며 “올해 2월 9일쯤 김 씨 주거지에서 발견한 사체(숨진 여아)를 매장할 의도로 유아 옷과 신발을 구입 후 종이박스를 들고 갔으나 종이박스를 사체 옆에 뉘어두고 나왔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검찰은 판사의 “공소사실에 피의자가 식별띠에 대해 피해자(숨진 여아)의 오른쪽 발목에 부착돼 있는 식별띠를 분리한 후 데려갔다하는데 피해자의 식별띠를 발목에서 분리한 후에 다시 부착을 하지는 않았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신생아실에서 친딸인 김 씨가 출산한 여아를 외부로 데려나온 방법에 대해서는 ‘불상’으로 기재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김 씨가 출산한 여아를 신생아실 밖으로 유출하게 했을 것으로 추정은 되나 그 점에 대한 특별히 명확하게 매듭짓지는 못했다”며 “불상의 방법으로 아동을 신생아실에서 데리고 나왔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판사가 검찰 측에 “해당 증거 외에 다른 입증 방법 강구하고 있나”고 묻자 검찰은 “추가 증거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석 씨 측은 사체은닉 미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미성년자 약취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아이를 출산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약취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석 씨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석씨가 미성년자를 실질적으로 약취했다는 부분을 부인한다”며 “그 전제로 출산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석 씨는 현재 국선 변호인의 도움을 계속 받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석 씨는 “변호인이 사임해 국선 변호인이 사건을 맡고 있는데 추후에 사설 변호인을 선임할 의사가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당초 석씨의 변호를 맡았던 유능종 변호사는 선임 9일만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현재는 국선변호인이 석 씨의 변호를 담당하고 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석 씨의 변호인은 “석 씨가 출산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약취 유인 혐의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변호사는 의뢰인을 최대한 옹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추가 증거를 찾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열람하고 복사를 한 상태라 수사자료를 파악할 시간이 없어서 어떤 사실이 쟁점이 되는지조차 아직 파악 못했다”며 “전국적인 관심사라 굉장히 부담이 되지만 개인적 흥미와 사견은 철저히 배제하고 변호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정 앞에서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10여 명의 시위가 열렸다. 대아협 회원들은 김천지원 정문 앞에서 ‘살인자에게 사형’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숨진 아이의 이름과 사진을 프린트한 시위용 옷을 입고 “석 씨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라”고 요구했다.
석 씨에 대한 2차 공판은 오는 5월 11일 오후 4시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