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 11년간 5만 6000개 올려…반대파 “혈압 떨어졌다” vs 지지자 “목소리 그립다” 신경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1년간 5만 6000여 개의 트윗을 올렸다. 일러스트=연합뉴스
4년 내내 트위터로 정치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트럼프의 ‘말폭탄’이 갑자기 사라지자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지만, 지지자들과 반대파들 사이의 신경전은 여전하다. 개리 카발리(71)라는 한 시민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수시로 올라오는 트럼프의 거짓 트윗을 읽지 않아도 되니까 삶이 훨씬 더 행복해졌다”면서 “혈압이 20포인트는 떨어졌다”며 안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블룸스버그의 음악 교수인 매트 리스(29) 역시 “마치 공기가 정화된 듯하다”고 표현했다. 리스는 “예전에는 매일 스모그 가득한 숨 막히는 도시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보니 하늘은 파랗고, 새들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4년 동안 마치 트위터가 자신의 안방인 양 수시로 셀프 칭찬을 하거나 적들을 깎아내리는 글을 올렸던 트럼프에게서 해방됐다는 일종의 안도감이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이런 트럼프의 침묵은 달갑지 않다. 이는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투사이자 좌파와의 싸움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위스콘신의 켈리 클로베스(39)는 “트위터에서 보던 트럼프의 강하고, 보수적이며, 주장이 뚜렷했던 목소리가 그립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트위터.
실제 트럼프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금도 그의 트윗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지지자는 많다. 뉴욕타임스는 “지지자들은 그들의 정체성이 트럼프의 그것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트럼프를 그리워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과거 트럼프의 트위터 피드는 한 나라의 대통령의 것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독특했다. 일단 말폭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양의 글을 수시로 올렸다. 그가 처음 트위터를 시작한 건 2009년이었고 마지막은 지난 1월 8일 올린 “저는 1월 20일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습니다”라는 트윗이었다. 약 11년 동안 그가 올린 트윗 개수는 무려 5만 6000개가 넘는다.
대통령 시절에는 간혹 아침마다 트위터를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과연 다른 업무를 보기는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좋든 싫든 대통령의 트윗인 이상 그의 트윗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그의 트윗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인용되거나 분석됐으며, 그때마다 트럼프는 칭찬이나 조롱을 받았다.
심지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의 트윗을 열심히 읽었는데, 이는 일종의 마조히즘적(자기학대적)인 욕구 때문이었다. 트럼프에 대한 분노를 느끼기 위해서는 그의 트윗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퇴임 후 마라라고에 머물고 있는 트럼프에 대해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목소리가 과거와 달리 거의 힘을 잃었다고 말한다. 반트럼프 공화당 성향의 조지 콘웨이 변호사는 “트럼프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논리적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대신 가능한 크게 소리만 지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지금 지하실에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그 소리는 쥐가 찍찍거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비꼬았다.
물론 모두가 이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심지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일부 사람들도 “트위터를 금지한 것은 명백한 ‘검열’이었다”면서 “한 국가의 중요한 정치적 인물의 목소리를 막은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