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의 카리스마 보여줘”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이러한 정가의 상황은 차기 대선주자들에게도 서로 사뭇 다른 이해득실을 가져다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0년을 가장 힘들게 보낸 주자라면 단연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꼽을 수 있다. 손학규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면에서도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손 대표의 지지율은 고작 4~5위권으로 제1야당 대표라는 신분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 12월 6~10일 실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 손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31.6%),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12.7%), 한명숙 전 총리(9.9%)에 이은 4위(9.2%)를 기록했다. 리얼미터의 이전 조사(11월 29일~12월 3일) 당시 8.3%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지지율이 다소(0.9%포인트) 상승했으나 여전히 4위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과 2위 다툼을 하던 상황은 이제 ‘과거형’이 되어버린 듯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손 대표가 연평도 포격 사건(11월 23일)으로 야기된 안보정국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아 5위까지 추락했다가 아직까지 제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한다. 실제 11월 22일~26일 조사 당시 손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30.8%), 유시민 원장(14.1%), 김문수 경기지사(8.6%), 한명숙 전 총리(8.6%)에 이어 5위(8.2%)로 내려앉은 바 있다.
그런데 민주당의 대표 신분인 그가 정치적 행보를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유시민 원장이나 한명숙 전 총리보다도 지지율이 낮게 나타나는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기대심리 때문”이라는 분석을 들려주었다. “손학규 대표에게는 제1야당 대표에게 기본적으로 원하는 기대심리라는 것이 있다. 현 정권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 반격하고 국민을 대신해 비판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부응하지 못하면 그만큼 실망감도 커지게 마련이다. 유시민 원장이나 한명숙 전 총리는 정치행보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고정적인 지지율을 이어갈 수 있는 반면, 손 대표는 야당 대표로서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실망감이 고정표마저 잃게 할 수 있다.”
대다수 정치전문가들은 손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로서 나서기 위해선 당대표로서 먼저 ‘합격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대선 출마 1년 전에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11년 12월까지 남은 1년의 시간은 민주당 대표로서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주자로서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손 대표뿐 아니라 김문수 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주자들도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한나라당 주자 중 유일하게 웃는 이는 박근혜 전 대표뿐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연평도 사건과 예산안 날치기 통과 사태를 겪은 뒤에도 오히려 지지율이 소폭 상승해 이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김문수 지사와 오세훈 시장은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리얼미터 조사(11월 22일~26일)에서 각각 8.6%, 8.1%를 기록했던 두 주자는 다음 조사(11월 29일~12월 3일)에서는 각각 7.9%, 6.0%로 내려앉았고, 최근 조사(12월 6일~10일)에서 역시 7.1%, 6.9%로 여전히 이전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는 추세다.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연평도 사건과 예산안 통과에 대해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이 이들 주자들의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예산안 처리 과정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몸싸움을 하지 않고 물러서 있었던 것이 이미지 메이킹 측면에서는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