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보유 주식 가치만 약 19조 원…절세 가능한 법인 상속은 지배구조 개편 부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최준필 기자
#이건희 회장 재산 얼마나 되나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4.18%)와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등 4개사 주식가치는 약 19조 원이다. 상속세액은 11조 4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의 사망일(2020년 10월 25일) 전 2개월과 사망 후 2개월간 종가 평균에 최대주주 할증률 20%, 최고세율 50%, 자진 신고 공제율 3%를 적용한 금액이다.
부동산은 이건희 회장의 용산구 한남동 자택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일대 부지 등이 외부에 알려진 자산이다. 용인 에버랜드 일대 부지는 이 회장과 삼성물산(당시 제일모직)이 1322만㎡를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2020년 사업보고서에 기록된 용인시 외 리조트 부문이 보유한 토지는 장부가액 1조 3580억 원, 기준시가 1조 4720억 원이다. 7000억 원 안팎의 상속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미술품 상당부분을 나라에 기증하기로 한 만큼 그 가액에 대한 추정은 어렵다. 다만 워낙 엄청난 작품이 많아 수조 원은 거뜬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기증 미술품은 상속세 대상이 아니다.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왜 절세를 하지 않았나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절세수단으로는 이건희 회장 보유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상속받는 방법이 거론됐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3조2는 수유자가 영리법인이고, 그 주주에 상속인의 직계비속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개인의 법인 보유지분비율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법인이 상속 받는 만큼 상속세 최고세율(50%) 대신 법인세 최고세율(25%)가 적용된다. 이재용 부회장 3남매로서는 삼성전자 상속세액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4%를 추가로 갖게 되면 자산의 절반 이상이 자회사 지분이 차지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금산분리까지 진행돼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은 물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도 해소해야 한다. 상속세를 아끼려면 그룹 지배구조를 통째로 바꿔야 하는 셈이다.
상속대상 자산의 가치가 25조 원 이상이고, 대부분 우량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관건은 이자부담과 원금상환 방법이다. 12조 원을 모두 연 3%에 빌린다고 해도 연간 3600억 원이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 몫의 배당은 8645억 원이다. 소득세 등을 제외해도 충분히 이자를 감당할 수 있다.
문제는 원금상환이다. 삼성전자 등의 배당은 계속 늘어나겠지만, 그래도 유족들이 일부 지분을 팔아서 현금화해야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고, 원금상환 여력을 높일 수 있다.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주식이어야 한다. 삼성물산 지분은 그룹 지배력과 직결된다. 삼성생명 지분은 금산분리가 이뤄지면 개인대주주 체제로 전환해야 해서 줄이기 어렵다. 당장 이재용 부회장 3남매가 가진 삼성SDS 지분 2조 500억 원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다.
삼성과 현대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부자 가문이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삼성 가문의 자산이 상당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등에서 지금까지 받아 온 배당금만 해도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이 회장이 쓰러진 이후 지난해 별세하기까지 6년여의 시간이 있었던 만큼 삼성가 내부에서 상속세 재원 마련에 치밀한 준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12조 원의 상속세 가운데 절반 정도만 자체적으로 마련한다고 하면 배당 등으로 원금상환을 할 여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