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자사주 소각부터 진행 예상…합병 후 최태원 회장 지분 희석 줄이려면 SK(주) 가치 불려야
3월 2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최태원 신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취임식을 대신해 열린 ‘비대면 타운홀 미팅’에서 최태원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단계, SK텔레콤 자사주 소각 후 분할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방침은 이미 공개됐다. 분할에 앞서 SK텔레콤이 보유한 자사주는 소각될 가능성이 크다. SK(주)의 SK텔레콤 지분율은 발행주식 기준 26.78%, 유통주식 기준 30.32%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회사의 자회사(상장사) 지분은 30%로 맞춰가야 한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으면 분할신설회사인 SK텔레콤으로 자사주가 넘어간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 지분을 갖게 되는 데, 지주사 자회사의 손자회사가 아닌 계열사 지분 보유는 공정거래법상 금지된다. SK(주)가 이를 가져오는 데 비용이 발생하고, 분할신설회사 지분율을 30%까지 높여야 하는 숙제도 떠안게 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보유 주식가치가 높아져 기존 주주에게도 유리하다.
#2단계, 중간지주 주주 달래기
2009년 SK C&C가 상장할 때 SK그룹은 ‘최태원→SK C&C→SK(주)’의 옥상옥 지배구조였다. 누가 봐도 SK(주)와 SK C&C의 합병은 기정사실이었지만 여러 차례 소문이 돌때마다 회사 측은 부인했다. 6년이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기어이 합병은 이뤄졌다. SK C&C 상장과 SK(주)의 합병을 이끈 주역이 수장이 지금의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다. SK(주)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해야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 약화가 최소화된다.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이다. 중간지주 주주들이 반대하거나, 매수청구권을 대규모로 행사하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주주들을 잘 달래야 한다. 합병비율이 불리하지 않다고 여기게 해야 하며, 피합병으로 받게 될 합병법인의 기업가치가 유망해야 한다.
#3단계, SK(주) 기업가치 제고…중간지주와 합병
지난 3월 말 SK(주)는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 원 규모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시총은 SK(주)가 약 20조 원, 중간지주가 약 10조 원이다. 지금 합병되면 18.44%인 최태원 회장의 보통주 지분율은 12%대로 떨어진다. 자사주를 뺀 유통주식 지분율도 24.8%에서 17.5%로 낮아진다. SK(주)가 140조 원으로 급팽창하면 중간지주가 20조 원으로 불어나도 합병 후 최 회장 지분율은 발행기준 16.11%, 유통기준 23%로 큰 변화가 없다. SK(주)가 4년 새 기업가치를 7배나 불리려면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IET에 이어 SK실트론, SK E&S 등 자회사 상장이 계속 성공을 거둬야 한다. 해외 지분투자까지 큰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SK(주)가 최근 워런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 같은 투자회사를 지향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