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임용 여부 귀추…이 지사 결단 촉구하는 목소리도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 사진=일요신문DB
[일요신문]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마지막 비서실장인 오성규 씨의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임용이 미궁에 빠졌다. 2월까지만 해도 임명이 유력해 보였지만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기류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선거가 끝나고 국민의 눈이 오 씨를 향하자 중소벤처기업부는 “법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승인을 보류하고 있고 경기도 역시 “경기테크노파크가 결정할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한 상태다. 석 달째 중기부와 경기도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마냥 시간만 흘러가자 일각에서는 “왜 이재명 지사는 오성규 카드를 붙잡고 있는 거냐. 이재명답지 않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경기테크노파크는 경기도 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지역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경기도, 안산시가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현재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사장, 윤화섭 안산시장이 부이사장이다. 중기부 국장,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경기도 경제실장, 안산시 국장 등이 당연직 이사를 맡고 있다. 한 관계자는 “출자 비율은 안산시가 가장 높지만 아무래도 이재명 지사 입김이 가장 세다고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경기테크노파크는 지난해 12월 원장 공모에 나선다. 이때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오성규 씨가 공모에 지원했고 오 씨는 원장추천위원회에서 다른 8명의 지원자를 제치고 최종 원장 후보로 뽑힌다. 이때를 전후해 이 지사 측이 오 씨를 내정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사실상 대선을 염두에 둔 영입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 단계인 이사회에서 오성규 씨의 박원순 시장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 여러 논란이 언급되며 임명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일부 이사들과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맞붙은 것이다. 이날 이사회는 오랜 논쟁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무기명 투표를 통해 오 씨를 원장 후보로 결정하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 A 씨는 “당연직 이사들은 임명 쪽에 힘을 실었고 학계 등에서 추천된 선임직 이사들은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주로 냈다”고 했다. 그는 “당연직 이사들이 정무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느껴졌다”며 “그럼 그게 누구의 생각이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A 씨는 “2월만 해도 경기도의 의사가 확고했다. 안산시도 경기도를 거스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사회에서 오성규 씨가 원장 후보로 최종 결정되고 경기테크노파크는 2월경 중기부에 장관 승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통상의 경우 기관장 승인 요청을 받은 중기부는 장관 면담을 거쳐 승인 여부를 담은 회신을 해당 기관으로 돌려보낸다. 하지만 경기테크노파크의 요청에 중기부는 현재까지 석 달째 승인, 불승인 여부는커녕 장관 면담 일정도 잡지 않고 있다.
중기부 지역혁신정책과는 “현재 오 후보자가 고발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직 클리어하게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승인을 보류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법적 판단을 따르겠다는 얘기지만 그만큼 오 후보자 승인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만약 고발 건이 무혐의가 나오면 승인할 수도 있냐고 묻자 중기부는 “자격 요건에는 문제가 없었다. 원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도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고발 건이 해결돼도 권칠승 중기부 장관이 오 씨를 승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지난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의 무게 때문이다. 선거 직전까지 박원순 시장을 미화하고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막지 않았던 민주당은 결국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최근까지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를 만든 국회의원을 징계하라는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권칠승 장관이 화살을 자신에게 돌릴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만에 하나 장관 승인이 나온다면 배턴은 임명권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넘어가게 된다. 경기도 정가에서는 원장 임명 건이 이 지사에게 다시 넘어오지 않고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법적 해결이 된다면 임명에 무슨 문제가 있나”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어 가능성은 어느 쪽으로도 열려있는 상태다. 4월 23일 이재명 지사에게 중기부 승인이 내려오면 오성규 후보자를 원장에 임명할 것인지 묻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 지사는 답을 주지 않았다.
5월 4일 경기테크노파크 당연직 이사인 경기도 류광열 경제실장에게도 몇 차례 연락을 취해 원장 선임과 관련한 질문을 남겼지만 류 실장 역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경기도 과학기술과 담당자에게 “당시 이사회에는 과장이 대리 참석했다. 원장 선임은 경기테크노파크에서 결정할 일”이라는 얘기만 들을 수 있었다.
경기도 정가에서는 이재명 지사와 오성규 후보자에 대한 불만이 감지된다. 늦어지는 원장 선임과 관련해 어떤 입장 표명도 없는 이 지사와 몇 달째 이어진 퇴진 요구에도 침묵하는 오 후보자에 대한 비난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현재 경기테크노파크는 임기가 만료된 배수용 원장이 계속 출근하며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테크노파크 직원들은 “만약 계속 선임이 미뤄지다 배 원장이 떠나면 파크가 추진하는 사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경기도 관계자 B 씨는 4월 29일 본지에 “이 지사 최측근 인사가 이 지사에게 오성규 씨 반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안다”며 “오성규 씨 영입이 득보다 실이 크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다른 경기도 관계자는 5월 3일 “오 씨가 어떻게 이렇게 경기도와 민주당에 민폐를 끼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는 모르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버티기로 일관하는 태도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