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잔병 몰아내고 우승청부사 부른다
▲ 12월 27일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사실 친박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급속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2007년의 경선패배 악몽을 재연하지 않기 위해 작심하고 세 확산에 주력,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아성 구축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예상치 못한 박 전 대표의 전격적인 대권 행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년을 남겨둔 대선 판에 조기 대세론이라는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가 과연 통할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은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사람과 돈, 정책’ 등을 집중 조명해 그의 승부수가 통할지 점검해보았다.
‘박근혜의 사람들’은 오리무중이다. 그의 퇴근 후 ‘스케줄’을 최측근들도 모르다 보니 그가 누구를 만나는지도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가 미디어법, 세종시 수정안 반대 정국 등에서 보여준 전광석화 같은 의제 결정 능력은 그의 주변에 거미줄같이 깔린 브레인들의 정무적 조언 총합의 결과다.
이번에 박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전격적인 고공행진을 벌인 배경에 참모들의 갑론을박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해볼 수 있다. 분명 그의 결단을 이끌어낸 결정적 ‘그룹’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답은 쉽게 찾을 수 없다. 박 전 대표의 결심을 알기 위해선 누구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모범답안이 없기 때문이다. ‘김영삼-김현철계’, ‘김대중-동교동계’, ‘노무현-386그룹’과 같은 등식이 박 전 대표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친박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뒤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그의 정무적 판단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곤 했다. 지금까지 친박계 서클을 중심으로 드러난 박 전 대표의 핵심 정무 참모는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도 비선라인으로 문제가 됐던 J 전 비서실장 라인이 아직도 핵심적인 정무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선 패배 뒤 사라졌던 이 비밀 ‘강남팀’은 지난해 이맘때부터 재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 끊임없이 나돌았다.
친박계 초선 L 의원과 재선 K 의원, 그리고 그 보좌진이 박 전 대표와 강남팀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며 강남팀의 정무 보고서를 수시로 박 전 대표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 팀은 경선 패배 책임론 속에서 그 존폐 여부를 놓고 친박계의 내부 갈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표는 자신이 밀던 달성군수 후보가 무소속 후보에게 패배해 스타일을 구긴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강남팀이 여론조사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개인적 관계로 약한 후보를 지원했다가 박 전 대표가 낭패를 봤다는 얘기가 친박계 주변에서 나왔다. 이를 두고 친박계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결정적인 순간에 가끔 비상식적이고 황당한 선택을 해 실수를 자초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때마다 강남팀에만 너무 의존해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말이 있었다. 박 전 대표가 개인적인 조언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 비중이 너무 크면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된 조직을 더 활용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경선 때 박 전 대표 진영과 치열한 네거티브 경쟁을 치렀던 한 친이계 의원은 이에 대해 “지난 2010년 1월을 전후해 J 전 실장이 컴백했다는 정보를 들었다. 그가 또한 친박계 내부에서 상당한 힘을 가지고 움직인다는 얘기도 있더라. 친박계의 한 초선의원과 보좌관이 그쪽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며 ‘페이퍼’도 준다고 들었다. 박 전 대표가 앞으로 그 팀에 의존해 대선 전략을 짤 경우 또 다시 경선에서 패배할지도 모른다. 너무 폐쇄적이기 때문에 정치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박 전 대표가 일부 비선라인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자 친박계 내부에서는 ‘경선 패배를 부른 책임자들은 더 이상 기용해서는 안 된다’는 비토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 전 대표를 10여 년 이상 모셔온 J 전 실장을 비롯해 참모 L 씨 등은 이른바 ‘최태민 라인’으로 분류되는 구인사들이다. 사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최태민 목사와의 ‘특별한’ 관계로 큰 홍역을 치렀고, 결국 그런 네거티브 포화 속에서 박 전 대표가 패배했다는 반성이 나온 바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가 이번에야말로 최태민 라인과 확실히 결별해야 한다는 게 친박계 일각의 주장. 이 과정에서 최태민 라인 처리를 주장하는 일부 친박계 인사들이 강남팀 사무실에서 J 전 실장 라인과 물리적인 충돌을 빚을 뻔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반 최태민 라인’ 인사들은 “앞으로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되면 또 다시 ‘최태민 망령’이 박 전 대표를 괴롭힐 것이기 때문에 그 전에 그 라인들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그들에 대한 신뢰도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경선 전까지 잠복 상태에서 친박계의 내부 갈등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J 전 실장 라인과 함께 김용환 전 의원,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와 같은 원로그룹도 수시로 박 전 대표와 통하는 핵심 조언그룹이다. 이들과는 한 달에 한 차례 정도 점심식사를 하면서 조언을 듣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김 전 의원의 경우 박 전 대표와 핫라인을 형성하며 세종시 수정안 반대 정국 등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황재홍 전 동아일보 정치부장 등 2007년 경선 당시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원로 언론인 출신들도 한 달에 한 차례씩 모여 친목을 다지며 박 전 대표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여기에 박 전 대표의 언론특보를 지낸 KBS 출신 김형태 씨도 ‘특명’을 받고 전국 조직망 구축에 열성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당으로 눈을 돌려 보면 이성헌 이정현 이학재 의원의 3인방이 신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이성헌 의원의 경우 각계 인사들을 박 전 대표와 연결시켜 주는 핵심참모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 때 이 의원이 지난해 한 중진스님을 박 전 대표에게 소개시켜 줬던 자리가 사찰대상이 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정현 의원은 원내 ‘대변인’인 동시에 최근에는 정무적인 전략도 개발해 수시로 보고서를 올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표는 이 의원의 해박한 정치 지식과 무거운 입, 충성심 등에 높은 점수를 주며 가까이에서 보좌하도록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학재 의원은 유정복 의원이 농림수산부 장관으로 빠져나가자 새 ‘비서실장’으로 들어왔는데, 박 전 대표와는 별 다른 인연이 없지만 인천 구청장 재선 출신인 그에게 스케줄 조정 등 의전적인 역할을 전담케 하고 있다.
여기에 원외는 국가미래연구원을 위시해 광범위한 교수자문단이 포진해 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한 국가미래연구원은 15개의 전문 분야로 구성돼 ‘섀도 캐미닛’(예비내각)이란 평가도 나올 만큼 핵심 조직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 2001년 중반경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세론이 한창일 때 공개돼 파장을 몰고 온 국가혁신위원회와 성격이 흡사한 것 같다. 당장 정권을 인수해도 조각을 할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최고의 브레인 조직이라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혁신위가 현역 의원들을 분과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그에 소외된 다른 의원들이 대선에서 열심히 뛰지 않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그리고 ‘대세론에 취해 벌써 정권을 잡은 것처럼 오만하게 행동한다’는 역풍도 불어 이 전 총재 패배의 큰 동인이 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으면 오만한 미래권력에 대한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한 인사는 박 전 대표의 ‘용인술’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충성심 높은 의원들을 포용하는 능력이 부족해 결국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했다”는 논리를 편다. 박 전 대표 초기 캠프 때 20여 명에 이르는 의원들이 합류했는데 그 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3분의 2 이상이 이명박 후보 캠프로 전향했다는 것이다. 현재 박 전 대표 주변에 포진한 원내·외의 친박계 조직은 사실상 ‘방목’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최근 친박계 일각에서는 한때 ‘좌장’이었던 김무성 의원 역할을 대신하는 중진인사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인사는 “지난 경선 때처럼 조직 관리를 ‘생각 없이’ 할 경우 박 전 대표는 백전백패 할 것이다. 2012년 19대 총선을 박 전 대표 책임하에 치러야 할 텐데 만약 패배하게 되면 전부 배신하고 ‘도망’갈 가능성도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은 현재 대한민국의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박 전 대표에게 딱 들어맞는 격언이다”라고 말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박근혜의 ‘정책 파이팅’ 왜?
세몰이보다 이슈 선점 노린다
요즘 친박계에서는 ‘복지’가 대유행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야당의 트레이드마크인 ‘복지’ 이슈를 선점, 대선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자체 평가도 나온다. 이렇게 박 전 대표가 오로지 정책개발에 목을 매는 까닭은 여러 가지다. 평소 신중한 행보로 정평이 난 박 전 대표의 ‘태풍’ 대권행보는 오랜 전략적 논의 끝에 나온 정밀한 대선 전략의 첫 신호탄이다. 조직을 동원한 세몰이가 아닌 정책개발을 발판으로 대세론을 최대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향후 박 전 대표의 대권 로드맵은 정책개발을 중심으로 상당히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것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복지 공청회와 정책전문가 중심의 싱크탱크를 서둘러 띄운 것에 대해 몇 가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친박계의 한 핵심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와 이전투구식의 네거티브 전쟁을 치르고 난 뒤 크게 느낀 바가 있다고 했다. 다시는 그런 식으로 경선을 치르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도 있었다. 우리라도 먼저 끊임없이 정책개발을 해 경선을 정책대결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책을 중심으로 한 포지티브 경쟁을 통해 당당하게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결단력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전 대표는 ‘콘텐츠가 없다’라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더구나 경선 당시 당내 조직력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앞섰지만 국민 여론조사에서 밀려 석패한 원인분석 끝에 무조건 정책대결로 가야 한다는 결론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당 조직 확장에 치중하기보다 정책이슈 개발로 국민들과 직접 상대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이에 대해 “정쟁으로 여야가 소모전을 벌일 때 박 전 대표는 정책개발의 한 우물을 파 차별화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현장 중심의 액티브를 강조했다면 박 전 대표는 공부하는 지도자상을 부각시켜 국민의 신뢰를 직접 이끌어내야 한다. 끊임없는 정책개발에 대한 언론 노출이 장기 레이스의 대선 국면에서 최선의 길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박 전 대표의 시끌벅적한 복지 공청회 개최와 싱크탱크 전격 부양은 ‘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성공작이라는 일부 평가도 있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2011년부터 외부강연 등을 통해 조용히 대권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것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박 전 대표가 선택한 전략에는 최대한 공개적으로 세를 과시하되 이를 조직 확장의 세몰이 같은 구태가 아니라 정책개발 전략으로 전환, 대선 판을 자신의 블루오션으로 유도해낼 수 있다는 바람도 깔려 있다.
세몰이보다 이슈 선점 노린다
요즘 친박계에서는 ‘복지’가 대유행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야당의 트레이드마크인 ‘복지’ 이슈를 선점, 대선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자체 평가도 나온다. 이렇게 박 전 대표가 오로지 정책개발에 목을 매는 까닭은 여러 가지다. 평소 신중한 행보로 정평이 난 박 전 대표의 ‘태풍’ 대권행보는 오랜 전략적 논의 끝에 나온 정밀한 대선 전략의 첫 신호탄이다. 조직을 동원한 세몰이가 아닌 정책개발을 발판으로 대세론을 최대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향후 박 전 대표의 대권 로드맵은 정책개발을 중심으로 상당히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것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복지 공청회와 정책전문가 중심의 싱크탱크를 서둘러 띄운 것에 대해 몇 가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친박계의 한 핵심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와 이전투구식의 네거티브 전쟁을 치르고 난 뒤 크게 느낀 바가 있다고 했다. 다시는 그런 식으로 경선을 치르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도 있었다. 우리라도 먼저 끊임없이 정책개발을 해 경선을 정책대결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책을 중심으로 한 포지티브 경쟁을 통해 당당하게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결단력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전 대표는 ‘콘텐츠가 없다’라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더구나 경선 당시 당내 조직력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앞섰지만 국민 여론조사에서 밀려 석패한 원인분석 끝에 무조건 정책대결로 가야 한다는 결론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당 조직 확장에 치중하기보다 정책이슈 개발로 국민들과 직접 상대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이에 대해 “정쟁으로 여야가 소모전을 벌일 때 박 전 대표는 정책개발의 한 우물을 파 차별화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현장 중심의 액티브를 강조했다면 박 전 대표는 공부하는 지도자상을 부각시켜 국민의 신뢰를 직접 이끌어내야 한다. 끊임없는 정책개발에 대한 언론 노출이 장기 레이스의 대선 국면에서 최선의 길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박 전 대표의 시끌벅적한 복지 공청회 개최와 싱크탱크 전격 부양은 ‘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성공작이라는 일부 평가도 있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2011년부터 외부강연 등을 통해 조용히 대권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것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박 전 대표가 선택한 전략에는 최대한 공개적으로 세를 과시하되 이를 조직 확장의 세몰이 같은 구태가 아니라 정책개발 전략으로 전환, 대선 판을 자신의 블루오션으로 유도해낼 수 있다는 바람도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