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일대 ‘사건’으로 여겨졌던 김종필 자민련 총재(JP)의 방북(訪北)이 연기됐다. 그 배경에 대해 자민련은 “북측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을 우려해 이국인의 방북을 억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JP 방북에 관여했던 인사나 북한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JP의 방북이 연기된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에 정통한 소식통은 자민련이 북한과의 ‘약속’을 위반했기 때문에 연기됐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JP와 같은 거물이 방북할 경우 의제(議題)를 미리 정하고 방북 사실을 동시에 공표하는 게 관례인데 국내 언론에 먼저 공개됨으로써 북한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배경으로 ‘의제’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시 최소한 3∼4개월 전 의제가 확정돼 있어야 한다”며 “이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JP의 방북이 연기된 이유로 JP가 북측에 제시했다는 ‘카드’의 불완전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JP의 방북이 북측의 초청에 의한 것이 아니라 JP가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JP가 제시했을 것으로 보이는 카드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JP의 한 측근인사는 “JP의 방북 문제가 급물살을 탄 것은 올 1월22일 일본에서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 등 일본 정계 중진들을 만난 뒤부터”라며 “북·일 수교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북한 입장에선 북·일 수교를 앞두고 JP가 한·일 수교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식민지 지배보상 문제 등 노하우를 얻으려 했고, 일본 정부는 방북하는 JP에게 납북 일본인 문제 등 북·일 현안에 대한 일본측 입장을 주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한 북한이 북핵을 둘러싼 미국과의 힘겨루기에서 미국이 물러서지 않자 핵을 양보하는 대신 경제쪽을 택하면서 JP의 방북이 급진전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러한 분석은 사실과 동떨어진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일 수교 문제라면 당사자인 북한과 일본이 머리를 맞대지 JP를 초청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CIA 한국지부의 한 관계자는 “JP가 북한에 제시한 카드가 물적 지원인 것은 틀림없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미국의 간섭을 받을 수 있다”며 “미국도 어쩔 수 없는 ‘지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도 어쩔 수 없는 지원’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했다.
결국 JP의 방북이 연기된 것은 북한에 내밀 ‘카드’의 준비가 부족했거나 북한이 ‘더 큰 떡’을 요청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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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2.07 17: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