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채널 구조조정 효과 드러나…고급화·다각화 및 옴니채널 구축 관건
아모레퍼시픽이 수년간의 침체기를 벗어나 올 1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건물. 사진=박정훈 기자
#하락세 끊고 서프라이즈, 배경은?
2016년 이후 실적이 줄곧 하락세이던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거두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1분기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 189% 성장한 1조 2528억 원과 1762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사업에서는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7%, 45% 증가한 8135억 원, 1253억 원을 거뒀다. 해외 사업 매출은 4474억 원으로 19.6%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적자(-324억 원)에서 이번에 523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1분기 호실적은 국내 온라인 매출이 30% 이상 증가한 데다 해외 온라인 채널 선전, 면세 채널 회복이 더해지며 거둔 성과다. 특히 중국 시장이 성장세를 돌아서며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설화수’ 등 럭셔리 중심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화장품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도 크게 개선됐다, 아울러 국내외 오프라인 점포 축소와 인원 감축으로 판관비가 전년 대비 3% 줄면서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8.7% 늘어난 14.1%를 기록했다.
주요 자회사들도 오프라인 채널 재정비와 온라인 비중 확대 전략을 통해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이니스프리’ 매출은 전년대비 17.2% 줄어 890억 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88.2% 성장하며 95억 원을 기록했다. ‘에뛰드’도 매출은 18.7% 줄어든 281억 원이었으나 직영점 축소에 따른 고정비 절감으로 적자폭이 축소됐다.
기대 이상의 실적에 증권가에선 목표주가를 올려 잡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중국 설화수의 고신장과 해외사업 수익 개선이 광군제 효과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닌, 중국 내 브랜드 인지도 개선과 구조조정 효과임을 보였다”며 평가했다. 아울러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럭셔리 브랜드 중심으로 성공적인 사업구조 전환을 보였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24만 원에서 32만 원으로 높였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매출 회복과 고마진의 설화수 비중의 확대, 비용 효율화에 따른 오프라인 채널 구조조정 효과”를 언급하며 목표주가를 27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상향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성과가 좋은 이유는 지난해까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적 모든 구조조정을 끝낸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정리할 사업들은 다 정리하고 그에 따른 비용손실도 처리했기에 올해부터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란 얘기가 많았고 실제로 그렇게 나왔다”고 봤다.
아모레퍼시픽이 수년간의 침체기를 벗어나 올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과제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건물. 사진=박정훈 기자
#과제는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 1위 탈환을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산을 넘어야 한다. 우선 전통적인 판매채널의 비중이 여전히 크고 매출도 하락 추세가 이어지는 점은 아모레퍼시픽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경로별 매출액 비중은 해외법인 및 수출(38%)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백화점, 방문판매, 전문점 등 전통적인 판매채널 비중이 26%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이번 1분기 호실적을 견인한 면세점과 디지털 부문은 각각 22%와 14%에 불과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허제나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전통채널인 전문점, 할인점, 방판, 백화점의 매출은 각각 22%, 22%, 11%, 8% 감소했다.
중국 외 여러 국가 진출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과제로 꼽힌다.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다. 중국이 자국 기업 강화를 위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면 실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해 중국 외 다른 지역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화장품업계 다른 관계자는 “각 나라에 맞는 특성을 잘 파악해 제품을 만들어준다면 굳이 중화권 중심이 아니라 좀 더 세계적 브랜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은 기초연구를 많이 해온 만큼 효능 좋은 럭셔리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사용감만 좋은 것이 아니라 피부 효능에도 탁월한 고급화 전략을 펼쳐야 예전의 1위 명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화장품 외 다른 영역으로 늘려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의 사업부문 매출비중은 화장품이 88.1%이고, 개인 생활용품 등 데일리뷰티사업이 11.9%다. 반면 경쟁자인 LG생활건강은 2020년 기준 매출액 비중이 화장품(57%)과 생활용품(24%), 음료사업(19%)로 나뉘어 크게 6 대 2 대 2 구조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과 관광객 감소로 화장품 업계가 내수와 수출이 타격을 입었지만 LG생활건강은 생활위생용품과 음료식품 성장으로 그 손실을 상쇄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은 이너뷰티(먹는 화장품) 라인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 이너뷰티 브랜드 바이탈뷰티는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판매 서비스인 ‘MY바이탈뷰티’를 5월 5일 아모레스토어 광교점에 정식 오픈했다. 아울러 지난 1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통합 향수사업부 ‘프라그랑스팀’을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향수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외에도 생활용품과 음료 등 사업 부문을 다각화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그렇지 않았다. 합병도 크게 하지 않고 하던 사업을 조금씩 늘리는 정도”라며 “아모레퍼시픽의 다각화 방식은 아모레 내에 하나의 사업부로 놓는 것인데, 따로 떼어내거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디지털 비중을 늘릴 것만이 아니라 오프라인도 체험형으로 강화해 옴니채널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앞서의 김주덕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알리바바도 오프라인 회사를 많이 인수하고 있고, 월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온라인으로 옴니채널을 구축하고 있다”며 “아모레가 온오프라인을 잘 결합해 플랫폼을 강화시켜 나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디지털 대전환과 사업체질 개선, 글로벌 진출 가속화에 힘쓸 것이고 뷰티 영역에 있어서 적극적인 M&A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