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담은 스포트라이트, 남·북 회담은 통편집…이유는?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만났던 장면. 북한은 최근 발간한 사진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등장한 이같은 사진을 수록하지 않았다. 사진=청와대 제공
5월 12일 공개된 김정은 화보집의 공식 명칭은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다. 총 295페이지 분량 화보집엔 2018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김정은의 정상회담 장면이 수록돼 있다.
화보집 서문엔 김정은에 대한 선전 내용이 주요하게 담겼다. 서문은 “김정은이 최근 대담한 노선전환과 공격적인 전략으로 국제사회가 공감하는 평화의 기류를 조성하고 대화 분위기를 마련했다”면서 “북한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기 위한 영활한 대외활동을 진행했다”고 선전했다.
이어 김정은 전용기인 ‘참매 1호’와 손을 흔드는 김정은 사진을 시작으로 화보집은 시작됐다. 사진 수록 순서는 북·중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북·러 정상회담 순이었다. 화보집은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두차례 만난 사실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북·미 관계 대립과 반목의 70년 역사에 처음으로 북·미 수뇌가 화해를 향한 첫 발을 내디뎠고 대화의 장에 마주서게 됐다”고 평했다.
‘협상 결렬’로 막을 내렸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역사적인 제2차 북·미 수뇌 상봉과 회담”이라고 지칭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하노이 회담 사진을 언급하며 화보집은 김정은의 발언을 인용했다. “지혜와 인내를 발휘해 북·미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2019년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대해선 “판문점에서의 역사적인 상봉”이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의 사진만이 담겼다. 중재자를 자처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은 빠져 있었다. 2018년을 통틀어 3차례에 걸쳐 펼쳐진 남북 정상회담 사진은 일절 실리지 않았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한국 정부에 뭔가 단단히 토라진 부분이 있음을 나타내는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고 이번 김정은 화보집의 의미를 분석했다. 소식통은 “2019년 남·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는 경색 국면을 걸어왔다”면서 “2020년 6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을 비롯해 최근까지 이어지는 강경한 ‘담화문’들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여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화보집에 문재인 대통령이 ‘악마의 편집’을 당한 것 역시 이런 배경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면서 “‘한반도 운전자론’을 바탕으로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북한이 분명한 실망의 뜻을 다시 한번 내비친 것이라 본다”고 주장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