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다큐온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산사로 떠난 이들의 특별한 여정을 담았다.
3남매의 가장이자 애처가인 배우 정은표 씨는 단란하고 화목한 가족을 자랑하는데 그럼에도 온 가족 집콕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뭔가 마음속에 작은 ‘화의 불씨’가 피어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언택트 시대에 사회적인 관계는 멀어지고 가족 안으로 들어가면 덩달아 내재된 갈등이 불거지기 마련이다. 가족관계의 따뜻한 온기를 찾기 위해 정은표씨 가족은 북한산 자락에 있는 천년고찰 진관사를 찾았다.
왕실 제사에 쓰였던 다양한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진관사의 계호스님과 함께 생명의 밥상을 짓고 음식 앞에서 스스로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오순도순 둥그런 밥상 앞에서 마음을 잇고 행복을 되찾는다.
아들이 의사가 되길 바라는 엄마와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르고 싶은 아들이 있다. 싱어송라이터란 직업이 마냥 불안하게 보이는 엄마와 자신의 길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아들 사이의 깊은 골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깊어졌다.
서로가 가진 마음의 숙제로 지친 모자가 내설악에 위치한 아름다운 사찰, 백담사를 찾았다. 찻잔 속 자신의 얼굴을 보며 나 자신과 마주한 후 난생 처음 서로를 바로 보며 묻는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여행업 폐업 이후 아내와 아이넷을 둔 가장 전형석씨는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이다. 부부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마음에 주름이 켜켜이 쌓이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부부는 송광사 템플스테이를 하기로 했다.
보조국사, 지눌스님부터 법정스님까지 많은 큰 스님을 배출한 송광사에서 부부는 시련은 독화살처럼 지나갈 것이니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 딛고 서있는 자리에서 일어서라는 말씀을 듣는다. 부부는 과연 잊었던 초심을 되찾고 꺼진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까.
생사가 오가는 응급실에서 듣는 비명소리, 보호자들의 욕설까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오롯이 받아내야 하는 말, 말, 말. 가슴에 새겨진 상처가 좀처럼 씻기지 않는다.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응급구조사로 일하는 최미주 씨의 하소연이다.
말은 잘못하면 후회를 낳고, 말을 잘 들으면 지혜를 낳는다는 말씀. 화엄사 부속 암자 14개 중 하나인 구층암 덕재스님의 조언이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에 어느덧 속세에서 듣던 아우성 소리는 사라진다.
내면의 아우성을 털어내고 싶은 사람들이 소원이 이뤄진다는 황금법당 수국사를 찾았다. 잠시 말을 멈추고 자신과의 대화를 마음 속 깊게 새겨진 원망과 화를 풀어낼 수 있는 묵언수행.
마음의 평안을 찾아 강원도 삼척으로 떠난 국악을 전공한 가야금 연주자 김상윤 씨.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아 체증처럼 답답한 마음을 산사에서 즉석 연주로 풀어내는데. 자연과 가야금 소리, 마음의 소리가 하나 되는 물아일체를 경험한다.
오롯한 자연 속에서 온전한 휴식과, 명상과 묵언, 숲길 포행 등으로 마음을 정갈하게 닦아 마침내 스스로를 치유한 이들의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