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모듈러’ 등 신사업 집중 위해 플랜트 사업 축소…‘2년 만에 주력사업 반토막’ 경영능력 우려 시선도
허윤홍 사장의 ‘신사업 집중’ 방침에 따라 플랜트 사업은 축소되고 있다. 플랜트 사업이란 정유공장이나 발전소처럼 전력 및 석유, 가스 등의 생산 설비를 공급하거나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뜻한다. 최근 GS건설 신사업은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지만 플랜트 사업 축소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GS건설은 허창수 GS건설 회장 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지난해부터 이끌고 있다. 2020년 10월 허창수 회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2년 새 플랜트 사업부 인력 반토막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GS건설 플랜트 사업부 인력은 총 1584명이다. 허윤홍 사장이 GS건설 사장에 취임하기 전인 2019년 말 플랜트 사업부 인력은 2702명이었다. 불과 2년 사이 인력이 절반으로 감소한 것이다. 2019년에는 플랜트 사업부 인력이 GS건설 전체 인력의 40%를 넘었지만 연이은 인력 재배치로 인력 비중도 25%까지 떨어졌다.
GS건설은 최근 인력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연봉의 최대 3배를 지급하는 전직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이로 인해 상당수의 플랜트·발전 소속 직원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작한 전직 프로그램 등 인력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플랜트 사업부 인력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GS건설은 이번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게 될 인력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플랜트 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소한 이번 퇴직 규모가 작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은 그간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몇 차례 손해를 입었다. 2010년 3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라고 홍보한 아랍에미레이트(UAE) 루와이스 정유공장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GS건설은 루와이스 정유공장으로 인해 2013년에만 90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냈다. 2016~2017년에도 해외 프로젝트로 인해 5000억 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에는 사우디아라비아 PP-12 복합화력발전소와 카타르 도하 메트로 프로젝트 관련해 1500억 원을 대손처리했다.
GS건설은 2013년 부도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부도설은 사실무근의 음해로 결론이 났지만 당시 GS건설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GS건설은 해외 사업장 손실로 인해 서울역 본사 사옥, 그랑서울빌딩, 삼성동 파르나스 호텔 등의 알짜 자산을 매각해야만 했다.
물론 해외 플랜트 사업 부진이 GS건설만 겪은 일은 아니다. NICE신용평가가 2020년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2010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중동 플랜트 사업과 관련해 총 2조 3199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게다가 해외발 위험 요인은 대부분 현재진행형이여서 앞날도 밝지만은 않다.
GS건설은 그간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몇 차례 손해를 입었다. GS건설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사진=최준필 기자
#“신사업 기대 크지만…”
이런 가운데 GS그룹 내부에서는 허윤홍 사장의 신사업에 기대를 거는 시선이 적지 않다. 현재까지는 허윤홍 사장의 신사업 부문이 조금씩이나마 성과를 내고 있다.
허윤홍 사장은 2018년 신사업추진실장(부사장)을 맡으면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인도 태양광발전소 사업에 진출했고, 2020년 초에는 미국과 유럽의 주택모듈러 업체 3곳을 한 번에 인수했다. 실패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도 깜짝 참여했다.
GS건설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굵직한 성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경상북도 포항시에 건설 예정인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공장이 상반기 중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폐기물은 지난해 4700개에서 2025년 1만 3000개, 2030년 8만 개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외에도 GS건설의 수처리 기업 이니마는 2022년 초 국내 증시에 상장할 예정으로 올해 매출 5000억 원 달성이 예상된다. 주택 모듈러도 코로나19로 인해 유럽 지역의 단독주택 수요가 늘고 있어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은 주택사업이 양호하고, 신사업 부문이 알파 성장을 맡아주고 있다”면서 “특히 M&A를 통해 자산회전율을 높이는 의사 결정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허윤홍 사장은 차기 GS그룹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허 사장의 부친 허창수 회장이나 현재 GS그룹 회장인 허태수 회장은 모두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즉 허준구 명예회장의 아들들이 그룹 회장을 연이어 맡은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허준구 회장 자손이 그룹 회장직을 맡기로 미리 약속돼 있는 것 같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다음 회장으로 허 사장이 유력하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허윤홍 사장의 경영 능력이다. GS건설을 맡은 후 신사업은 잘 이끌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아직은 성적을 더 입증해야 한다. 플랜트 사업을 축소하는 과정이 너무 거칠었다는 비판도 극복해야 한다. 대기업이 불과 2년 만에 주력사업을 반토막 내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것이다. 또 해외 플랜트를 수주할 때 저가 수주가 문제인데 사업에서 아예 철수하는 것은 건설사가 스스로 경쟁력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웅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2020년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플랜트 수주 규모를 줄이는 것이 긍정적인 요인인 것만은 아니다”라며 “2018~2019년 국내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 덕분에 재무여력이 확충됐기에 중동 플랜트시장에서 수주 규모를 확대했어도 되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플랜트 사업부 인력 구조조정 폭이 얼마나 큰지 7조 원 규모인 이라크 카르빌라 정유공장 프로젝트 현장의 직원들도 상당수 퇴사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GS건설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플랜트 사업의 일감이 많이 줄어 인력을 다른 사업부에 배치하고 있고, 플랜트 관련 업무를 계속 하고 싶은 인력들을 위해 전직 프로그램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아직 퇴직 규모는 알 수 없고, 플랜트 사업을 축소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