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원 SKC 회장이 최근 독자행보를 보이면서 ‘12월 분가설’이 재계에 퍼지고 있다. 액자 속 인물이 선친 최종건 SK 창업주. | ||
게다가 최근 재계 일각에 공교롭게도 최신원 회장가의 ‘12월 내 분가 임박설’이 나돌면서 분가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SKC와 SK케미칼의 주가도 연일 급등세를 보여 재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12월 분가설’은 은행단 관리하에 있는 SK네트웍스의 경영정상화와 워커힐의 매각과 관련된 얘기인 데다 최근 이들 두 사람의 행보와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왜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일까.
최근 들어 최신원 회장이나 최태원 회장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SK그룹의 창업 1,2대 회장인 최종건 회장과 최종현 회장은 형제간이다. 이들의 2세가 현 SK의 오너 경영인으로 4촌간 경영을 하고 있다.
현재는 SK의 3대 회장인 손길승 회장이 SK사태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라 공식적인 그룹 회장 자리는 유고 상태. 다만 SK그룹의 2대 회장인 최종현 회장의 2세인 최태원 SK(주) 회장이 최근 들어 독자행보를 강화하면서 그룹의 원톱 최고경영자로 나서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그룹의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의 2세인 최신원 SKC 회장쪽에선 최근 ‘선경’이라는 SK그룹의 옛 이름을 들고 나와 사실상 SK의 뿌리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최신원 회장은 최근 선친을 기리는 장학 재단을 만들면서 ‘선경 최종건 재단’으로 이름붙였다. 최종건 회장의 직계 자손들은 최종현 회장 시절에는 창업 회장에 대한 별다른 기념사업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최신원 회장의 주도로 <공격 경영으로 정면 승부하라>는 최종건 회장의 평전을 간행하면서 ‘SK그룹의 뿌리’인 최종건 회장에 대한 기념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최종현가에 쏠려 있던 그동안의 분위기에서 최종건 회장에 대한 ‘기념’은 사실상 SK에선 금기사항에 속했다. 그러다 지난해 SK 사태를 거치면서 2세간의 분가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되는 시점에서 이뤄져 ‘분가의 시발점’이 아니냐는 해석이 재계에 나돌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10월5일 첫 번째 장학금 수여식을 가진 ‘선경 최종건 재단’의 작명도 그런 시각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선경 최종건재단은 지난 2월 최종건 회장의 직계 자녀들인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 그리고 장남인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작고)의 유족 등 3남4녀의 자녀들이 뜻을 모아 5억원의 기금으로 출범했다. 기금 규모를 차차 확대하면서 수혜 범위도 넓히겠다는 것이 최신원 회장쪽의 복안이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5일 부친이 창업한 선경직물 터인 SK케미칼 수원공장으로 내려가 수원지역 고등학생 20명에게 첫 장학금 수여식을 열었다.
SK그룹의 뿌리를 나타내는 ‘선경’을 앞세우고 창업 터를 직접 찾아가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 최신원 회장의 행보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각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주목을 끄는 부분은 이 재단의 이름이다. 최종건 회장의 호는 담연. 하지만 재단 이름에는 ‘선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지난해 최종건 창업주 평전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최태원 Sk(주) 회장(왼쪽)과 최신원 SKC 회장. | ||
LG그룹의 경우 공동 오너인 구씨와 허씨가 갈라지면서 허씨쪽에서 자본을 댄 LG전자의 옛 사명인 금성사의 머릿글자를 딴 GS그룹으로 이름을 짓는 등 뿌리찾기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최신원 회장도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 또 최종건가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는 상황속에 최종현가의 대표자인 최태원 회장도 그룹의 원톱 행보를 좀더 가속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9일 SK(주)의 창립 기념일을 맞아 인천물류센터에서 창립기념식을 열고 직원들 체육대회에 직접 참가해 직원가족과 어울리는 등 친정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이 행사에는 최종건가의 2세들은 모두 빠졌다. SK(주)의 전신인 유공 인수는 최종현 회장의 작품이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공교롭게도 양가 인사가 모두 모일 수 있는 자리인 SK그룹의 창립기념식은 2년째 생략되고 있다. 그룹의 모태인 (주)선경의 후신인 SK네트웍스의 창립기념일인 4월8일을 SK그룹에서 창립기념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최태원 회장이 참석할 수 없었고, 올해는 손길승 회장이 참석할 수 없었다. 게다가 SK네트웍스는 채권단인 은행 관리하에 있다.
분가설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분가설’이 나돌면서 SKC와 SK케미칼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도 SK네트웍스를 관리하고 있는 채권단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채권단에선 SK네트웍스에 물려있는 돈을 받아내기 위해 워커힐과 SK증권, SK생명 등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이 구주조정안의 뜨거운 감자는 워커힐 매각. 최종건 회장 시절 인수한 워커힐에 대해서 최신원 회장가에서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것. 실제로 채권단에선 올 초 워커힐 매각을 위한 제안서를 업계로부터 받기도 했지만 아직 진척이 없다.
이 워커힐 매각 방안에 대해 최근 최신원 최신원 회장쪽에선 ‘매각을 꼭 하려면 차라리 나에게 넘겨라’라는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경우엔 그룹 분할이 전제되어야 한다. 최신원 회장이 SK그룹의 특수관계인 중 한 명인 상태에서 인수를 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 때문에 SK그룹 분할설이 나오고 있는 것. 만약 SK네트웍스를 올해 안에 정상화(은행관리 졸업)하려면 워커힐 매각이 필요하고 그럴 경우 올해 안에 최종건가와 최종현가의 ‘재산 분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신원 회장 주변에선 최 회장이 워커힐에 강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럴 경우 문제는 최신원 회장이 워커힐 인수를 할 만한 재력이 있냐는 점이다. 최신원 회장쪽에선 “펀드를 만들어 투자자를 모으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최신원 회장쪽에서도 다각도로 검토가 진행중임을 시인한 것.
최신원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물론 최재원 부회장과 최창원 부사장 등 오너 경영인과 관계사 사장단 등 20여 명이 참석하는 최고경영자 세미나를 18일부터 제주도에서 열 예정이다. 이번 세미나에선 SK 경영이념(MS)의 수정과 효율적인 브랜드 관리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번 세미나는 2001년 중국 상하이, 2002년 제주 최고경영자 세미나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것. 최근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등 SK그룹의 원톱 행보를 공식화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의 위치를 사내에서도 공식화시키는 성격이 있다. 손길승 회장은 오는 27일 재판이 속행될 예정이라 참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번 모임에서 사촌 오너 경영인들 사이에서 그룹의 진로와 관련해 ‘어떤 합의’가 이루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