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증권 “수탁사 하나은행, 문제 알면서도 묵인” 하나은행 “판매사가 책임 회피, 적극 대응”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NH금융타워 타워2 그랜드홀에서 기자회견에서 투자자 원금 100% 반환을 발표했다. 일반투자자 831명 대상으로 총 2780억 원 규모다.
원금 전액 반환을 결정했지만 앞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론인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옵티머스펀드 사태에는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 회사인 예탁결제원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과 예탁원을 상대로 구상권 행사를 비롯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수탁사인 하나은행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이다. 제시한 근거는 크게 3가지로 △펀드의 운용목적과 다르게 운용되고 있음에도 묵인 내지는 방조 △자금세탁방지의무 위반 △펀드 환매 불능사태 시 고유자금으로 상환 불능상태를 막은 정황 등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 고발 취지에 대해 “옵티머스펀드 제안서의 내용과 운용지시 내용이 명백히 다름에도 옵티머스 사기범 일행이 운영하는 SPC(특수목적법인) 사모사채를 편입한 점은 선관주의 의무 위반한다”며 “하나은행이 펀드 평가 공정성 및 적정성 검증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예탁결제원의 경우, 허위 자산명세서 작성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탁원이 운용사로부터 받은 이메일에 첨부된 사모사채 인수계약서를 확인하고서, 운용사가 허위의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변경해 종목명을 기재해 달라고 요청하자 명백한 허위임을 알면서도 그대로 입력했다는 것이다. 이는 판매사와 투자자들로 하여금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정상적으로 투자되고 있다고 믿고 장기간 지속적으로 사기범행을 당하도록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하나은행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NH투자증권의 소송전 예고에 “판매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나은행은 “NH투자증권이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계획을 밝히면서 마치 사태의 원인이 당행에 있음을 전제로 손해배상 청구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NH투자증권이 제기한 ‘책임론’도 반박했다. 하나은행은 "NH투자증권이 당행의 과실이라고 주장한 사항들은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배치되는 내용이며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로서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펀드의 수탁 업무를 진행하면서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수탁사로서의 의무를 준수하고 충실히 이행해왔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예탁원은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요청에 따라 종목명을 변경해준 사례가 없다는 입장이다. 종목코드 생성을 위해 자산운용회사가 최초에 지정한 종목명을 입력한 것일 뿐, 기존의 종목명을 다시 변경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예탁원은 향후 소송이 제기되면 내부 검토 후 결정한 방침대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번 소송전의 쟁점은 수탁사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어디까지로 볼 수 있을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수탁사의 책임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은 운용사의 지시대로 맡겨진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고 위법한 게 아닌 이상 금고 역할을 하면 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수탁사에도 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는 쪽은 약관이나 투자설명서대로 운용되는지 감시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다. 운용사와 판매사 사이에 수탁사를 두게 한 이유가 있다는 취지다.
증권가에서는 NH증권과 하나은행 간 소송 규모가 4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양 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만큼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